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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Mar 29. 2024

1:1 백번한 썰

매일 글쓰기 008

팀장이 되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어떻게 보면 기회이고 어찌 보면 위기의 상황이었다. 이걸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꽤 많이 하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팀원의 퇴사도 있었고, 지난한 채용 과정도 있었다. 팀원이 생각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외부로부터의 평가에 노출된 긴 시간이 있었다. 평가의 시즌이 되면 줄 세우기가 싫다던 내가 어찌 되었건 줄을 세워야 했었다. 돌이켜보면 사람을 관리하는 것 말고 한 게 없어 내가 올바르게 가고 있는가 의문이 든 적도 많다.


여전히 올바르게 간다는 게 뭔진 잘 모르겠다. 좌충우돌 천방지축 하루하루 이겨내며 살아갈 뿐이다. 그럼에도 힘이 되어주는 피드백들 덕분에, 소모되지 않고 불타지 않고 있다. 퇴사 부검을 요청하고 퇴사진단서!라는 스스로 이름 붙인 무언가를 쓰면서 느꼈던 오묘한 감정과 문득 고개를 들면 아무도 없던 시절의 외로움이 스쳐 지나가며 허무해졌던 순간들은 여태 선명하다. 좋다는 책을 몇 번이고 읽었는데, 예컨대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이나 <두려움 없는 조직>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하드씽> 같은 것들.


실리콘밸리, 성공한 회사의 특징을 분석한 글들. 또한 직무적으로 제품팀을 이끄는 사람들의 바이블 같은 책 <인스파이어드> 도 읽고, 우리 팀이 병목이 된다는 생각에 <더 골>을 다시 꺼내어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 그렇게 읽고, 쓰고 또 생각하며 살아가다 보니 가족 다음으로 팀원들 챙기려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내가 되었다. 반대로는 부끄럽게도. 팀원이 겪어 본 팀장 중에서 최고였다는 평가도 있었고, 덕분에 퇴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어 보았다. 그러면서도 팀원들에게 최선을 다하느라 회사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는 건 아닌가, 내가 선후의 목적을 헷갈리고 있지 않은가, 혹은 성공한 회사들의 법칙을 생존자 편향을 무시하고 따르면서 되려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닌가 생각도 했다.


여전히 그 생각이 100% 틀리진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뉴스룸>에서 맥켄지가 맥어보이에게, "그는 절대 확신하지 않아"라고 말한 순간을 마음의 지침으로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반대로는 충분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치 있고, 의미 있다는 확신을 계속해서 얻고 있다.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같이 성장해 나가는 보다 강한 팀은, 가능하다는 믿음이 내 안에 없다면 다른 팀원에게 전달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더 그 확신을 키워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1:1 방식을 바꾸었다. 그러면서 보다 더 진실되게, 보다 더 좋은 피드백을 주기 위해 집중하고자 노력했는데. 피드백을 하기 전에, 사실 그런 점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 팀원이 먼저 그 피드백을 말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약간 황당한 느낌으로, 어라 할 말이 없네?라는 감정과 이게 청출어람의 현장인가 싶기도 하고. 또 내가 이 사람에게 너무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과 함께, 이건 된다라는 확신을 더 키울 수 있었다. 좋은 이야기, 필요한 이야기를 수십 번 넘어 수백 번 해야 한다는 이야길 요즘 여기저기서 보았는데, 역시 옛말은 틀린 게 없다는 깨달음이랄까, 즐거움이랄까. 거 봐, 100번 하니까 되잖아!라는 기분이 들었다.


100번, 한 사람과 100번 까지는 아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평균 팀원 4명 정도씩 있었고, 빼먹은 주간이 없진 않았지만 80주 정도는 그간 했으니까, 합산 300번은 했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다시- 정말 보수적으로 잡아도 100번은 했다. 스스로 확신이 부족했던 순간에서 조금 더 자신감이 붙은 지금까지 지쳤을 때도, 너무 바쁠 때도 그래도 시간을 쪼개고. 처음 1:1을 배웠던 책과 '퍼블리'의 글, 다른 블로그 글들을 믿어가며 지속했다. 내가 조금 더 일을 더 하더라도 1:1 은 해야 한다고 말하고, 선언하고 그걸 팀원들과도 지켜왔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는데, 어쩌면 메시지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100번 정도, 혹은 그 사이 어딘가의 개별적인 만남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닐까. 물론, 잘 듣고 이야기를 하는 게 의미가 없진 않겠지만. 내가 요즘 빠져 있는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이란, 결국 1:1 관계 하나하나를 더 많이 구축함으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내용만큼이나 그냥 그 반복, 횟수, 계속되는 상황을 통해서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사람은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성장의 방향은 직무가 다르더라도 공통분모가 있을 것이고, 그 공통분모가 1:1 중에 팀원이 내 말을 앞서 생각하여 말하는 상황까지 이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여전히 그렇다고 회사의 문제가 짜잔! 해결되진 않았다. 1:1 이 의미 있으나, 이게 정말 단 하나의 답인가? 더 빠른 길은 없나 하는 의문과 고민. 더 나은 방식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아니, 그러니까 우리는 - 우리 팀과 회사가 더 빨라져야 하고 더 강해져야 하니까, 이걸 어떻게 더 퍼트릴 수 있는가 고민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다른 팀장들에게 1:1 100번 해봤니? 하며 계속해서 강조하기도 좀 애매하기도 하고, 그럴 권한도 없고 또 스스로 확신이 100% 있진 않다.


그렇지만 이 시점에서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어느 술집에서, 직장인의 대화를 엿들은 내용을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 기억났다. 무언가 화가 나고, 욕을 하는데 그게 결국은 '일을 더 잘하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냐?' 하는 식의 방향이었다고. 나도, 최소한의 동기부여가 있다고 하면, 주어진 상황에서 더 나은 길, 최선을 찾고자 하는 게 사람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 증가가 100번이 넘는 1:1에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옛 고사에, 신하는 믿음을 주는 왕에게 충성을 바친다고 했다는데. 그런 걸 차치해도, 내가 믿지 않는 사람에게 일을 맡길 수 있는가? 글쎄, 그렇게 일을 맡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여전히 매니저는 팀원의 성장을 돕고, 그를 통하여 팀이 강해지고 제품이 개선되어 회사가 발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아직 100번을 채우지 못한 말이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것일수록 더 반복해야 한다. 특히 좋은 피드백을 더 많이 해야 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과도 이어진다. 잘 되었다면 왜 잘되었고 그래서 그걸 다음에도 반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좀 이어지지 않았는데, 그 1:1에서 내 생각을 앞서 지른 팀원이 낸 성과가 너무 훌륭했고, 그래서 사람의 성장을 통해 제품,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행운에 속지 마라>에서 투자 시장에서의 생존자 편향을 보여주며 드러낸 것. 실력과 행운은 다르고, 이게 내 실력이라고 자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게 왜 이렇게 잘 되었는가에 대해서 지금처럼. 반복이 중요하다, 혹은 좋은 질문이 중요하다. 아니면 정말 운이 좋아 그 팀원이 훌륭하게 성장 마인드셋을 지니고 있었던 것인지. 그렇다면 그 마인드셋을 함양하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오늘은. 1:1 100번은 해봤는가, 마음속으로 뻐기면서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된다, 할 수 있다는 불씨를 지펴준 그 팀원분에게 감사를 돌리며, 다시 또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지.


근데 진짜, 된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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