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일 글쓰기 (035/100)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 정의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사회 문제도 있고, 수능 문제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여러 정의가 가능하지만 여기서는 바람직한 상태와 현재 상태의 차이가 있을 때를 문제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문제다!"라고 말하려면 먼저 이상적인 상태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 문제의 범위와 대상도 명확히 해야 하며, 문제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중요합니다. 유명한 짚신장수와 우산장수를 둔 어머니의 걱정처럼, 문제는 어떤 대상이 기대하는 바와 현재 상태의 차이가 부정적일 때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의 정의는 단순히 현재 상태와 바람직한 상태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다르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아닌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문제를 정의할 때는 '누구의 문제를 정의하는가' 라는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가 발생한 주체와 그 영향을 받는 대상이 누구인지 명확히 하여야 합니다. 이를 통해 문제의 성격과 범위를 더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첫 걸음입니다. 바람직한 상태가 존재할 때 문제를 발견하기 쉽습니다. 바람직한 상태를 어떻게 정의할지는 이 글에서 다루지는 않겠지만, 이러한 상태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문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몹시 배고프다는 감정은 이상적인 영양 상태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도 쉽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결국 누군가가 무언가 바라고 있거나 고통받고 있다는 것 자체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를 인식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문제를 자각하지 못한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때로는 숨겨져 있거나, 당연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오래 지속된 문제일수록 사람들이 그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익숙함의 함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정의하고 인식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정의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책을 찾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습니다.
서비스 개발 측면에서 이런 문제를 VOC나 요구사항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할 일 이론"을 말할 때, 드릴을 사는 이유는 구멍을 뚫기 위해서라고 했듯이, 고객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객은 왕이라기보다 아이와 같습니다. 울고는 있지만, 왜 우는지는 우리가 파악해야 합니다. 표면적인 현상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만,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더 깊이 들어가야 합니다. 문제가 있다는 가설 아래, 그로 인한 고통이 무엇인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 고통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고객이 스스로 인식하는 문제와 실제로 그들이 겪는 문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객은 종종 자신이 겪는 불편이나 문제를 정확하게 언어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고객의 관점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능력은 고객의 경험과 행동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개발될 수 있습니다. 고객의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이해하며,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고객이 말하는 요구사항 뒤에 숨겨진 진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출발점입니다.
누구에게 어떤 고통이 있는지 발견했다면, 이제 그 원인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문제 정의의 일부입니다. 통상 5Why와 같은 방법론이나 근본 원인(root cause)을 찾기 위한 다이어그램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운다면 왜 우는지 여러 가설을 세워 접근해야 합니다. 배가 고픈가? 춥거나 더운가? 기저귀를 갈아야 하나? 소변인지 대변인지에 따라 해결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더 깊이 파고들어 왜 소변 후 불편함을 느끼는지까지도 탐구할 수 있겠지만,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그 깊이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방식을 고민할 필요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를 만들 때 "배터리가 왜 비싸지?"라는 질문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법을 찾았듯이 말입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는 과정은 단순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근본적인 문제의 뿌리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표면적인 문제의 해결은 일시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근본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사용해야 하며, 때로는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문제 해결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됩니다.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 장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과정입니다.
문제는 누군가에게 고통이 있으며, 그 고통의 원인까지 파악한 상태에서 어느 정도 정의됩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문제가 잘 정의되고, 해결 가능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에서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설을 세우는 것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문제는 곧 가설이고, 이 가설은 증명 가능해야 합니다. 답을 구할 수 있는 형태로 정의되어야 합니다.
문제를 정의할 때는 그 문제의 해결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자원, 기술적인 제약, 시간적 여유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문제 정의와 동시에 해결을 위한 실행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문제 정의에는 실제 실행 가능성이 중요한 요소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또한, 문제 해결의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흔히 SMART (Specific, Measurable, Achievable, Relevant, Time-bound)라는 조건을 사용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제를 잘 정의하려면 문제가 해결된 상태에 대한 상(像)이 필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문제 해결을 위한 제반 조건과 제약 조건도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목표 설정은 문제 해결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잘 정의된 문제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주인공(고객)이 있고, 역경(문제)이 있으며, 용(boss)을 물리치면 보상이 주어집니다. 우리의 고객에게 어떤 문제가 있고, 그 원인이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면 고객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상태를 측정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곧 가치이고, TAM, SOM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수치적으로는 기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와 그로 인한 비용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 정의는 마치 하나의 서사 구조를 만드는 것과도 같습니다. 이야기의 구조에서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겪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독자는 문제와 그 해결 과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문제 정의에서도 우리는 고객의 문제를 명확히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를 서술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이해관계자들이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참여하도록 하는 강력한 동기부여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반복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아론 소킨의 드라마 <뉴스룸>에서 윌 맥어보리가 "미국은 더 이상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문제를 인정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문제를 인정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문제를 인정하는 것은 곧 현실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문제를 부정하거나 회피한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문제를 인정하는 것은 때로는 고통스럽고 불편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변화와 개선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이는 개인적인 문제든, 사회적 문제든, 비즈니스 문제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문제 정의가 같더라도 그 과정에서의 서사에 따라 해결책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왜 더 이상 미국이 위대하지 않은가?"에 대한 분석이 문제 정의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 문제의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해결책의 방향성과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 정의는 문제 해결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며, 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초고: 2024.09.23
탈고: 2024.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