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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Sep 09. 2017

플랫폼시대

플랫폼, 연결성에 관한 소고

바야흐로, 플랫폼 시대이다. 

플랫폼이라는 말이 더 이상 쿨하지 않고, 은근슬쩍 사라졌다는 것은 이제 이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이야기이다.


서비스 통합, 연동이 대세다, APIfication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연동만을 위한 서비스, IFTTT도 존재한다. 연결이라는 것이, 자사의 서비스를 연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열린 사회가 되어, 타사의 서비스끼리 연결되는 케이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페이스북 아이디 하나로, 별다른 가입절차 없이 쓸 수 있는 서비스들도 많다. (물론 한국의 대다수 서비스는 그렇게 로그인하고도 새로운 개인정보를 요구하기는 한다) 구글 플레이 게임 / 애플 iOS 의 게임센터는 전혀 협동하지 않은 게임들 간의 연결을 만들어 낸다. xbox 나 ps 같은 기기들도 마찬가지고.


사실 이런 사실들의 나열은 이제 아무런 의미도, 재미도 없다. 누구나 다 알고, 한 번쯤은 들어본 이야기들이니까. 심지어는 실제로 사용해본 사람도 많아졌다. 여전히 ‘플랫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을 제대로 못할 사람들이 태반이고, 나머지 반은 각자의 정의를 가지고 떠들고 있겠지만, 더 이상 플랫폼이라는 단어는 투자 유치를 위한 자료에 단독으로 의미를 가지는 ‘쿨’한 단어는 아니다.


그리고 다시, 플랫폼이 쿨하지 않다는 것은, 이제야 플랫폼 시대라는 방증이다.


때문에 플랫폼 시대는 곧 연결사회다. 다만 이게 ‘사람’이 아니라 ‘서비스’란 객체에 어울리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나? 더 연결이 되었나? 글쎄 그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의 경우는? 실재하는 것이기에 확인하기 더 쉽다. 그리고 확인할 필요도 없이, 이미 플랫폼 시대에서 서비스들은 연결되었다고 나는 선언하였다. (안 연결된 서비스도 여전히 부지기수지만, 새롭게 생겨나는 서비스들이 거의 모두 연결성을 전제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미 충분히 연결된 서비스 시대라고 나는 전제한다) 이렇게 특정 규격, 프로토콜에 의거 분업하듯, 서비스들이 각자의 지점에서 제 역할을 하되, 그들이 연결되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은 인터넷 초창기처럼 굉장히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연결은 platform으로 이어지고, Platform owner들은 스스로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간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다시, 플랫폼 시대인 것이다. 그 말인즉슨, 자연스럽게 스며든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들고 흔드는 존재들의 권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의 연결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 과잉 연결의 주체는 플랫폼(그게 무엇이든 간에)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플랫폼이라는 판 위에서 각 서비스들이 노드가 되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뭐, 당연하고 플랫폼의 한 정의이기도 할 것이다.


연결을 통해 긍정적인 인터넷 서비스의 미래가 달성된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컨대 open ID 같은 방식으로 더 이상 새로운 사이트에서 끙끙대며 아이디를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


플랫폼은, 다양한 것들을 연결하여 자기 가치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그 다양한 것과 자기 플랫폼과의 ‘연결’을 기반으로 플랫폼들은 경쟁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자연히 낙관적인 미래가 달성되는 것 같다. 


경쟁을 통해 새로운 기능, 클릭 한 번으로 우리를 어딘가로 이끌어 가는 플랫폼. 하지만, 플랫폼은 자사 플랫폼에 연결된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한다. 사실, 필요한 작업이기는 하다. 연결된 사회는 위험사회와 같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의 아이디로 대다수의 사이트에 가입된 사람의 경우, 페이스북 아이디가 사라지면, 다른 그 모든 서비스에서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연결이 되어 있기에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터지고, 그 문제들이 더 커지고,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연결성이 증대되면서, 플랫폼은 사용자의 통제권 까지도 가져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 과 플랫폼의 연결을 통해 자연스레 모든 것 - 사용자 / 플랫폼 - 사용자의 연결을 제고되며, 연결을 통제하는 플랫폼은 종국에는 사용자를 통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은 강제로 누군가와 당신을 친구로 맺게 만들 수도 있다.(당연히 지금은 그러고 있지 않지만…) 사용자의 개인적인 콘텐츠가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맺어진 직장 상사에게 공개된다면?


이게 단순히 비약만은 아닌 게 페이스북의 감정실험 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외에도 또 무엇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알 방법이라도 있는가?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아마존… 플랫폼 오너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 많은 데이터와 연결들. 사람을 통제하는 것은 어쩌면 더 쉬울 수도 있다. 아니 한 개인은 몰라도, 여론을 통제하는 것이라면?


다시, 플랫폼은 사람과 사람을 제대로 연결하고 있는가, 사람과 객체를 연결하고 있는가 객체와 객체를 연결하고 있는가. 이 답이 객체와 객체의 연결이라면 객체와 객체의 연결을 통해서 사람들은 더 잘 ‘연결’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연결을 통해 편리해지고, 서비스의 가치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현상이 일어나지만, 사용자/개인이 원하지 않는 연결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원치 않는 스팸을 받는 경우는… 위보다는 조금 작고, 어쩌면 더 가까운 예시이다. 사람보다 서비스가, 서비스 보다 플랫폼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 당연히 기업인지라 이익을 생각해야 하겠지만 - 개인의 연결에 대한 통제권을 플랫폼이 가져가기 시작한다면, 어쩌면 그 플랫폼은 스카이넷 이 될지도 모르겠다.


초고: 2016년 2월 2일

탈고: 2017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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