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일 글쓰기 (033/100)
한때 저는 글쓰기를 통해 삶을 꾸려가고 싶다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글쓰기가 나의 전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고, 저작권 수익을 통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글을 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그만한 재능이 제게 있는지도 의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게 가능한 창작의 형태는 무엇일까요?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지닙니다. 물론 웹소설이나 다른 창작물을 쓰는 일 역시 고려해봤지만, 중요한 차이는 그 일이 협업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아니면 온전히 개인의 작업으로 가능한지에 있습니다.
반면, 제품 관리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입니다. 제품 관리자(Product Manager)는 사용자 경험(UX), 시장 요구 사항, 비즈니스 목표를 조율하며 여러 팀 간의 협력을 이끌어야 합니다. 이는 제품 로드맵(Product Roadmap) 수립, 최소 기능 제품(MVP) 개발, A/B 테스팅 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반면, 글쓰기는 그 자체로 고독한 과정이며, 창작자가 자신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자유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글쓰기와 제품 관리에는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글쓰기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며, 그 대상이 눈앞에 있는 동료가 아닌 보이지 않는 독자일 뿐입니다. 글을 쓰는 과정도 독자와의 소통과 설득의 여정입니다. 독자가 글을 읽고 공감하거나 설득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제품을 통해 사용자가 만족감을 느끼고 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용자 여정(User Journey)을 설계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여 제품을 개선하는 과정은 글을 통해 메시지를 온전히 전달하는 것만큼이나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 테스트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품 개선점을 도출하고 이를 반영하는 과정은 글을 다듬어 독자에게 더 명확하게 전달하려는 노력과 유사합니다.
제품 관리자는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이러한 과정을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을 사용해 팀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Design Thinking을 통해 사용자 문제를 정의하며, Jobs-to-be-Done 프레임워크를 통해 사용자의 근본적인 니즈를 파악합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독자의 요구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글을 쓰는 과정과 유사합니다. 글을 쓰는 것도 결국 독자의 기대와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인 접근을 찾는 일입니다.
제품 관리에서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민첩성(Agility)입니다.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필요합니다. 애자일(Agile) 방법론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효과적인 접근 방식으로, 짧은 개발 주기를 통해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글쓰기가 여러 번의 초안과 수정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특히, 애자일 스프린트(Sprint)와 같이 짧은 주기로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은 글을 쓰는 데 있어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해 나가는 과정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물론 글쓰기와 제품 관리에는 다른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글쓰기는 대체로 개인의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제품 관리는 팀 기반의 협업을 필요로 합니다. 제품 관리자 역할은 비즈니스, 사용자, 기술적 관점을 종합하여 팀을 이끌고 조율하는 데 있으며, 이는 고독한 창작과는 대조적입니다.
또한, 제품 관리는 복잡한 이해관계자와의 조율, 리소스 관리, 그리고 빠른 시장 대응을 요구합니다. 이는 글쓰기가 창작자가 자신만의 리듬과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자유와는 다른 점입니다.
그럼에도, 글쓰기와 제품을 만드는 일 모두, 나의 흔적을 남기는 과정입니다. 글을 통해 세상에 나의 생각을 전하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제품을 통해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제품팀과 함께 협력하여 목표를 달성하고, 제품을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 창작의 흔적이 사용자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초고: 2024.10.16
탈고: 202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