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일 글쓰기 (032/100)
노래 “잔소리”를 기억하시나요? 2AM의 임슬옹과 아이유가 부른 이 곡은 풋풋한 연인 사이의 애정 어린 잔소리로 가득합니다. 두 보컬의 조화로운 음색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죠. 이렇게 다정한 잔소리라면 누구나 듣고 싶겠지만, 사실 ‘잔소리’라는 단어 자체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잔소리’를 풀어보면 ‘잔(작은)’과 ‘소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은 소리지만, 듣기 싫은 무언가를 연상시키죠. 중요한 점은 잔소리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만큼이나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상대방이 듣기 싫어할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 바로 잔소리죠. 이 상황은 제품과 사용자 간의 관계에서도 자주 나타납니다.
제품팀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계속해서 메시지를 던집니다. “로그인하세요”, “필수 정보를 입력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같은 안내들이 그 예입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사용자가 제품팀의 의도대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안내들이 과연 사용자를 위한 ‘잔소리’일까요?
물론, 제품팀은 사용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자 이런 메시지를 보냅니다. 하지만 제품팀의 의도가 아무리 선의라 하더라도, 사용자는 이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치 “내가 이렇게 살아왔으니, 너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강요처럼 느껴질 수 있죠. 결국, 서비스가 시시때때로 던지는 메시지가 제품팀의 의도와는 달리 ‘꼰대질’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잔소리를 긍정적인 UX 요소로 재해석하기
제품팀의 역할은 사용자가 서비스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도록 돕는 것입니다. ‘잔소리’ 역시 잘 다듬어진다면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하는 중요한 UX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다가가는 언어를 좀 더 친숙하고 재미있게 바꾸는 것이 한 가지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앱을 평가해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평가 안 하면 미워할 거야~”처럼 바꾸는 것이죠. 단순히 텍스트를 조금 바꿨을 뿐인데, 사용자는 “시간 되면 해 주지 뭐”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작은 차이가 잔소리를 연인 간의 애정 어린 말처럼 들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할 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특정 작업을 완료했을 때, 단순히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하기보다는 “잘 하셨어요!” 혹은 “이제 다음 단계만 남았어요!”와 같은 메시지를 주는 것이죠. 이는 사용자가 자신이 올바르게 행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여, 더 자발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작은 격려의 메시지는 사용자의 경험을 더욱 긍정적으로 만들어줍니다.
게임화와 UX Writing의 연결: 듀오링고 사례
이러한 접근 방식은 ‘게임화(Gamification)’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게임화란 본래 노동으로 볼 수 있는 일을 즐겁게 수행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즉, 사용자가 해야 할 일을 즐겁고 보람차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죠. 이 개념은 UX Writing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UX Writing은 단순히 텍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와의 소통 방식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게임화의 요소를 도입한 UX Writing은 사용자가 서비스와의 상호작용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하도록 돕습니다.
듀오링고(Duolingo)는 게임화와 UX Writing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듀오링고는 언어 학습이라는 본래 다소 지루하고 힘든 작업을 게임화하여 사용자가 즐기면서 학습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듀오링고의 UX Writing은 매우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언어를 사용하여 사용자가 학습 과정에서 받는 피로감을 줄여줍니다. 예를 들어, 연속 학습 일수를 유지하지 못했을 때 듀오링고는 “부엉이가 조금 슬퍼하고 있어요!” 같은 메시지를 띄우며 사용자의 감정을 자극합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은 사용자가 학습을 지속하도록 동기부여하며, 단순한 ‘잔소리’를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변환합니다.
마이크로 카피의 역할
이처럼 작은 메시지 하나하나, 즉 ‘마이크로 카피(Microcopy)’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이크로 카피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곳곳에서 짧고 간결한 형태로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고 안내하는 텍스트를 말합니다. 이는 사용자가 특정 행동을 하도록 격려하거나, 사용 중 겪는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마이크로 카피는 UX Writing의 일부로서 사용자와의 소통을 세밀하게 설계하고, 작은 차이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실패했을 때 부드럽게 접근하는 것도 마이크로 카피의 역할입니다. 잘못된 비밀번호를 입력했을 때 “비밀번호가 틀렸습니다”라는 딱딱한 메시지 대신 “앗, 비밀번호가 맞지 않네요.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세요!”와 같은 메시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사용자가 느끼는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치며, 서비스를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잔소리가 만드는 사용자 경험의 차이
듣기 좋은 잔소리라는 말은 어쩌면 형용 모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품팀의 역할은 그 형용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데 있습니다. UX Writing과 게임화, 그리고 긍정적인 잔소리를 통해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할 때 느끼는 작은 불편함들을 줄여나가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기능적인 요구가 아니라, 서비스와의 감정적인 연결입니다.
듀오링고와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제품팀은 UX Writing과 게임화 요소를 활용하여 사용자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사용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용자는 단순히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제품팀은 이러한 경험을 만들어내기 위해 항상 사용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서비스를 사용하는 동안 사용자에게 작은 미소를 안겨줄 수 있는 그 작은 차이가, 결국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초고/출처 잔소리와 서비스, 그리고 트레이드 오프
탈고: 2024.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