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일 글쓰기 (031/000)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외형(디자인)과 기능성(사용성)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논쟁은 언제나 있어왔습니다. 외형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말하지만, 기능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빛 좋은 개살구"나 "뚝배기보단 장맛"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합니다. 이 논쟁은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제품 기획과 개발에 있어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외형과 기능 사이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그 제품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의 거장 디터 람스(Dieter Rams)는 "좋은 디자인은 가능한 한 적게 디자인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제품의 디자인이 본질적으로 기능을 서포트해야 하며,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본질적인 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능이 형태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보면, 외형은 기능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능이 얼마나 잘 작동하고,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느냐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의 일입니다만. 삼성의 갤럭시 S6 시리즈는 외장 배터리와 SD 카드 슬롯을 포기하고 일체형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외형을 매끄럽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더 얇고 가벼운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가 느끼는 휴대성과 그립감을 개선하려는 기능적 목적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처럼 기능은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사용자의 요구와 사용 환경에 맞는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기능을 중심으로 형성됩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 또한 "디자인은 단지 어떻게 보이는가, 어떻게 느껴지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관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제품을 처음 접할 때 외형에 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마치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외모로 첫인상을 판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첫인상 뒤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가치관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듯, 제품의 진정한 가치는 결국 사용자가 경험하는 기능에 달려 있습니다. 외형은 기능을 더 잘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며, 단순히 시각적 매력만으로는 지속적인 사용자 만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는 모든 제품, 서비스, 앱, 게임에 적용되는 원칙입니다. 외형을 통해 첫인상을 형성하고, 그 이후에는 기능을 통해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형은 사용자로 하여금 제품을 처음 사용하게 만드는 동기를 제공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제품을 계속 사용하게 만드는 것은 기능입니다.
기능이 형태를 만든다의 어원은. 유명한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말일 것입니다. 이 문구는 디자인 원칙으로서, 형태는 그 기능적 목적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사용자를 위한 기능이 분명할 때, 그 기능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형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디자인의 역할입니다.
'형태가 기능을 이끈다'는 관점은 의미가 없을까... 있을 겁니다. 대표적인 예로 패션 산업에서의 디자인이 있습니다. 패션 제품은 외형이 기능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많으며, 형태 자체가 사용자의 감정과 행동을 이끌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술 제품이나 실용성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기능이 형태를 만든다'는 원칙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기능이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기능을 담아낼 수 있는 형태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결국, 성공적인 제품은 기능과 외형이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기능이 형태를 만들고, 그 형태가 기능을 더 돋보이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제품을 처음 접할 때는 외형에 매료되고, 사용하면서 기능에 감동하게 되며, 이 모든 경험이 하나로 어우러질 때 진정한 사용자 충성도를 형성하겠지요.
초고: 2015. 05.05 (Originally published at linkle.co)
탈고: 2024.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