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일 글쓰기 (062/100)
공부하기 위한 글쓰기 004: 기저율 무시
데이터를 잘 읽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데이터 문해력이 중요하다면서요.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한다고 하지만, 그럼 데이터란 도대체 뭘까요? 데이터 문해력은 또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그리고 우리는 왜 이걸 배워야 할까요?
데이터는 단순히 숫자와 표로 구성된 정보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주는 신호이자, 우리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데이터 문해력은 이런 데이터를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서,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단순히 숫자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의미와 그 의미가 우리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죠.
하지만 사람의 뇌는 종종 이런 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기저율 무시(Base Rate Neglect)라는 심리적 현상입니다.
왜 우리는 기저율을 무시할까?
여러분은 특정 사건의 확률을 판단할 때 얼마나 자주 직관에 의존하시나요? 예를 들어, 어떤 검사가 양성 판정을 내렸다고 할 때, 그 결과만 보고 그 질병이 정말 있을 가능성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흔히 기저율을 무시하게 되는데요, 기저율이란 전체 중에서 특정 사건이 발생할 기본적인 확률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질병이 1%의 유병률을 가지고 있다면, 그게 바로 그 질병의 기저율입니다.
이 기저율을 무시하는 현상은 1970년대 초,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의 연구에서 처음 체계적으로 설명되었습니다. 연구에서 사람들은 주어진 기저율을 무시하고, 대신 개인의 특성이나 상황에 대한 정보에만 집중해서 확률을 판단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은 어떤 사람이 '논리적이고 꼼꼼하다'라는 묘사를 받았을 때, 그가 변호사일 확률보다 엔지니어일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했죠. 실제로 그 사람이 변호사일 가능성이 더 높았는데도 말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기저율, 즉 사전 정보에 해당하는 확률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런 기저율 무시는 데이터나 확률을 활용한 판단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이는 직관적이고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우리 뇌의 경향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저율 무시가 왜 일어나는 걸까요?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중 처리 모델(Dual Process Model)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뇌의 두 가지 사고방식: 이중 처리 모델
이중 처리 모델이란 사람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두 가지 방식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다니엘 카너먼은 이를 두 가지 시스템으로 설명했는데, 우리는 이 두 시스템을 타입 1과 타입 2라고 부릅니다.
타입 1 처리 과정: 타입 1은 빠르고 직관적이며 자동으로 작동합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빠른 결정을 내리는데, 이를 통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길을 걷다가 갑자기 자동차가 빠르게 다가올 때 우리는 고민하지 않고 바로 피하죠. 이게 바로 타입 1 사고입니다. 특징으로는 무의식적이고, 노력이 필요하지 않으며, 매우 빠르게 작동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상적인 판단은 사실 타입 1 사고에서 이루어집니다.
타입 2 처리 과정: 타입 2는 느리고 신중하며 분석적인 사고입니다. 이 과정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즉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사고입니다. 예를 들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타입 2 사고를 사용합니다. 타입 2 사고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보를 분석하며, 상황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요구합니다.
문제는, 우리의 뇌가 대부분의 경우 타입 1 처리 과정을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빠르게 결정을 내리려는 경향 때문에 우리는 직관에 의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기저율과 같은 중요한 통계적 정보를 무시하게 됩니다. 이를 대표성 휴리스틱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우리가 특정 사건이 얼마나 고정관념에 부합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뇌는 복잡한 계산을 피하기 위해 더 단순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판단하려고 하는 것이죠.
기저율 무시의 실제 사례
기저율 무시는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칩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투자 결정: 투자자가 최근의 주가 상승만을 보고 향후 수익률을 과대평가하는 경우, 장기적인 시장 동향(기저율)을 무시하게 됩니다. 이는 과도한 낙관이나 비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항공 안전: 비행기 사고의 극적인 뉴스 보도로 인해 실제 항공 사고 발생률(기저율)을 무시하고 비행의 위험성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불필요한 공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제품 리뷰 해석: 온라인 쇼핑몰에서 극단적인 긍정 또는 부정 리뷰에 과도하게 영향을 받아, 전체 리뷰의 분포(기저율)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제품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저율을 무시할 때 우리가 얼마나 쉽게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니 확률, 통계 그러니까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한다고 해도! 기저율을 충분히 고려해 봐야 할 것 같군요.
기저율 무시, 정말 보편적일까?
그런데, 기저율 무시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일까요? 사실 최근 연구들은 이 질문에 대해 다른 답을 제시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른 결과도 나오고. 또 과제의 특성이나 맥락에 따라 그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요. 사람이 똑같아도 어떤 상황에서는 기저율을 잘 활용하면서도, 다른 상황에서는 이를 완전히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죠. 이는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심리적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기저율 무시를 극복하는 방법
그렇다면 이 기저율 무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일단은, 기저율을 고려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베이즈 정리를 활용해 기저율을 포함한 확률을 계산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는 새로운 정보를 기반으로 사건의 확률을 업데이트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수학적 공식입니다. 간단히 말해, 어떤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기존의 지식(기저율)과 새롭게 얻은 증거를 결합하여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의료 검사 시나리오를 봅시다. 어떤 병에 걸릴 확률(기저율)이 0.1%이고, 검사가 99% 정확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병에 걸렸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P(병): 0.1% (기저율)
P(양성|병): 99% (검사 정확도)
P(양성|건강): 1% (거짓 양성 확률)
P(양성): 전체 양성 결과 확률 = (병에 걸린 사람이 양성일 확률) + (건강한 사람이 양성일 확률)
베이즈 정리를 통해 계산해 보면, 양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실제로 병에 걸렸을 확률은 약 1%로 낮습니다. 기저율(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메타인지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죠. 메타인지(Metacognition)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인지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자신의 사고 과정을 한 단계 더 높은 관점에서 점검하고 조정하는 것입니다. 메타인지 훈련은 이러한 사고 능력을 향상해 판단과 의사결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고, 더 나은 결론에 도달하도록 돕는 체계적인 과정입니다.
기저율 무시처럼 잘못된 판단은 종종 우리의 직관에 의존할 때 발생합니다. 메타인지 훈련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직관적 판단을 점검하고, 기저율과 같은 통계적 정보도 고려하도록 의식적으로 사고를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즉, “내가 왜 이렇게 판단했을까?” 이 한 가지 질문만으로도 우리의 사고 패턴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메타인지는 단순히 더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현명하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럼 이걸 알면 무엇이 달라질 것이냐, 밥 벌어먹고사는 데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될 것이냐? 일단은 데이터를 해석할 때 베이즈정리를 쓸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뉴스에 나오는 데이터를 해석할 때도 도움이 되겠죠. 바로바로 해석이 안되어도, 저게 잘못 전달되었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뭐라도 하나 더 알고 있으면 또, 어디선가 아는척 하기에도 좋겠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