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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9시간전

투덜쟁이와 회의하기

(다시) 매일 글쓰기 (063/100)

열린 회의와 그 적들 V2 시리즈 001


“그건 좀 별로네요.” 하지만 딱히 새로운 제안을 하지는 않고... “잘 안될 것 같은데요?”, “그게 될까요?”, “음... 잘 모르겠네요.” 이런 회의, 다들 겪어본 적 있으시죠? 누군가가 계속해서 불만을 제기하고,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상황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참 어렵습니다. 일단 감정적으로 상처가 되죠. 누군가가 나를 비평하는 건 아픈 일인데, 그것이 냉소적으로 들리면 그만큼 더 아프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아프면 나도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우리 모두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게 될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코난 오브라이언이 직장에서 해고될 때 마지막 방송에서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십 년 넘게 일하다가 배신당한 상황이었죠. 불만이 가득할 법한 그 순간에,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절대 냉소적이지 말고, 열심히 일하고 남들에게 잘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 말 그대로, 코난에게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자기 이름을 건 쇼로 전 세계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코난의 사례가 이상적이지만, 실제로는 불만을 가지는 것이 더 쉬운 선택일 때가 많습니다. 불만을 가지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니까요. 비교의식에 빠지는 건 어쩌면 더 나은 삶을 갈망하게 만든 우리의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불만과 욕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죠. 그래서 불교에서는 집착을 내려놓으라 하지만, 회사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내가 불만인 상황은 그렇다 치고, 내가 무언가 의욕적으로 해보려 하는데 그런 불만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요? 큰 고민입니다.


회의에서 투덜거리는 사람들은 종종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왜 이걸 해야 하죠?"라며 반복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건 우리와 맞지 않아요"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먼저 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회의의 효과를 떨어뜨리지만, 그들을 단순히 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됩니다.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고 왜 그런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생각해 보면. 누구나 가끔은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자신은 그러지 않았나, 되돌아볼 필요도 있단 말이죠. 누구도! 항상 최선을 다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말이죠. 투덜거리는 사람이라도 무엇인가를 표현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물론 더 나은 방식으로 표현하면 좋겠지만, 어쨌든 침묵하는 것보다는 일단 더 낫다고 봅니다. 이때 떠오른 영화 <금발이 너무해 2>에서의 'SPEAK UP AMERICA' 연설이 있습니다. 이 연설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침묵보다는 불만이라도 말하는 것이 감사한 일입니다. 최소한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니까요.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제는 모르는 상태(unknown unknown)가 아닙니다.


그래요. 모두가 늘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예를 들어,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서 걸어 내려왔고, 버스를 놓쳐 지각하기 싫어 달려오다 회의에 참석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문득 기획안을 보며 떠오르는 리스크를 말하기엔 너무 피곤한 순간일지도 모르죠.


그러니까 썩은 사과라고 생각하고 버릴 것인지, 아니면 같이 해결책을 찾을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만약 그들이 정말 문제만 일으킨다면, 우리의 채용 프로세스가 잘못된 게 아닌지 점검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직원을 올바르게 지원하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합니다. 이 사람의 태도가 자연스러운 모습인지, 아니면 어떤 상황에 대한 반응인지, 그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불만 많은 사람으로만 보지 말고 그들의 이면을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가장 효율적으로는 모두가 아주 침착하고. T스럽게. 감정 같은 것 없이, 말을 나누는 장면이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근데 그거 낭만이 좀 없어 보이긴 합니다. 유튜브 <침착맨>에서 김풍 작가님이 "낭만은 낭비가 필연적이지 않느냐"라는 말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낭만과 낭비, 회사에는 좋은 것이 아닐 수 있죠. 하지만 효율성만으로는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 세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또, 그게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요. 그런 조직이 있다면 꼭 말씀해 주십시오. 견학이라도 가고 싶습니다. 


재미있게도. 가끔은, 투덜거리는 사람도 불만을 표출하고 나면 협조적으로 변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건 안 돼"라는 말에 머물지 않고,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는 질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회의 분위기를 유도합시다. 그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고, 문제 해결 방향으로 대화를 유도하면 그들의 목소리가 무시되지 않으면서도 변화에 기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것처럼 하면. 뭐, 늘 통하진 않지만 될 때도 있단 말이죠. 


그래서 회의 중 불만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것은 팀의 생산성 향상에 매우 중요합니다. 불만을 건설적으로 다루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전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1. 경청과 공감 표현하기: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목소리를 낼 때, 무조건 반박하거나 방어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진심으로 경청하고 공감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그 부분이 왜 걱정되시는지 이해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걸리시는지 말씀해 주세요"라고 대화를 시작하면, 존중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결국 너랑 나는 같은 편이니까, 괜찮아. 오케오케, 좋아 좋은 의견이야라고 받아 주는 거죠. 


2. 구체적인 문제 정의: 불만은 종종 근본적인 문제를 반영합니다. 그들의 의견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작업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는 불만이 나왔을 때, 일정의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팀의 자원이 충분한지를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불만이 단순한 비판이 아닌 건설적인 개선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정말로 모르던 새로운 점을 배울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바로 딱 딱 딱 보자마자 걱정하는 사람이 전문가일 확률도 있으니까요. 


3. 해결책 논의로 전환하기: 불만이 제기되었을 때 이를 문제로 두지 않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통해 불만을 구체적인 행동 제안으로 바꾸면, 불만을 제기한 사람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회의를 협력의 장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안된다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라는 무한긍정교! 까진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로 만들 필요는 있죠. 그럼 이게 불만을 가진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더 어려운 문제로 커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그 회의 안에서, 주어진 문제만 놓고 보면 보다 쉽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4. 명확한 한계 설정하기: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거나 비생산적인 논쟁을 유발하는 경우에는 명확한 한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진행된 것 같으니, 실행 방안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봅시다"라는 식으로 논의를 다음 단계로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여하튼 선 넘지 않도록 하는 거죠. 불만이 필요하다고 해서, 무한정 들어줄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고 뭐 그렇습니다. 언제쯤? 반복되거나, 논리가 떨어진다면요. 근거 있는 불만으로 전환시켜보자! 했는데 그 근거가 떨어지면 그다음은 감정이니까. 그리고 그건, 회의보다는 다른 곳에서 다루는 게 더 좋겠죠. 


5. 후속 조치와 피드백 제공: 회의가 끝난 후에도 불만을 제기했던 사람에게 따로 피드백을 제공하거나 그들의 우려 사항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그들의 발언이 조직의 변화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다는 확신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1:1 수준의 피드백을 통해서 말할 수 없었던 개인적인 감정적인 문제들도 점검할 수 있겠죠. 


가장 중요한 점은, 그들이 정말 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글모음의 제목을 열린 회의와 그 적들이라고 적었지만..). 투덜거림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이 짜증 날 수 있지만, 결국 우리는 동료입니다. 그들의 오늘의 기분이 내 업무의 일부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피플 매니저가 아닌 이상, 내 직무 명세서(JD)에 명시된 일은 아니겠죠. 그렇지만, 우리는 함께 일해야 합니다. 나 역시 언젠가 기분이 나빠질 수 있고, 내 안에 내가 모르는 불안과 불만이 가득 찰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을 무찌르려 하기보다는,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의사결정 방법 중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악마의 변호사 역할을 맡기거나 레드팀을 훈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스스로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운이 좋은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의 편을 잠깐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대체로 외롭습니다. 군중 속에서도, 사랑받는 중에도 외로울 수 있는 게 인간이죠. 누군가가 내 편이 되어준다는 경험을 굉장히 기쁘게 받아들이는 존재들이니까요. 그러니 모두가 짜장을 외칠 때 떡볶이 먹으러 가자는 사람 있으면 그 사람 말도 들어주면서 같은 편이 되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투덜거리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나 스스로가 불만으로 가득 차지 않았나 걱정하는 것이 우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저는 '이 감정이 왜 생겼지?' 보다는 '이 감정을 어떻게 사용할까?' 혹은 '어떻게 이 상황에서 벗어날까?'로 전환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내 감정을 직접 적어보는 훈련도 도움이 되는 것 같네요. 


어때요? 뭐 그냥 저런 사람이 있어하는 것보다는. 그냥 불만을 표출만 하거나, 속으로 삼키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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