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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과 변화

365 Proejct (078/365)

by Jamin

규칙을 바꾸는 사람들: 게임에서 현실까지

게임과 현실, 규칙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2021년, 한 모바일 게임에서 확률 조작 논란이 터졌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게임사 앞에 트럭을 보내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처음에는 "게임 하나 가지고 왜 저렇게까지 해?"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결국 게임사는 확률을 공개하고 정책을 바꾸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게임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게임에서는 결정론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똑같은 조건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면 결과도 항상 같습니다. 체스나 테트리스 같은 게임에서는 처음 몇 수를 똑같이 두면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일부 전략 게임에서는 서버가 모든 플레이어의 입력을 똑같이 처리해서 게임이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도록 만듭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현실에서는 우리가 단순히 주어진 규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규칙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존재입니다.


확률형 게임의 규제를 요구하는 흐름을 보면, 이 원리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과거에는 게임사가 확률을 조작해도 사용자가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저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확률 공개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었고, 게임사들은 더 이상 조작을 숨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실에서의 패치입니다. 게임에서 버그 리포트를 하면 운영진이 패치를 하듯, 현실에서도 문제를 발견하고 행동하면 시스템이 바뀝니다.


변화를 만드는 것은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 익숙합니다. 아이돌 소속사가 불공정한 결정을 하면 팬들은 단체 행동을 해서 정책을 바꾸고, 게임 운영이 부당하면 스팀 리뷰 폭격을 하거나 항의 글을 올려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소비자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몇 년간 기업의 부당한 행태에 맞서 불매운동을 조직해 실제 기업 정책을 바꾼 사례가 많습니다.


그런데 왜 정치에서는 "어차피 안 바뀐다"고 생각할까요?


세상은 원래 그런 것과, 원래 그래야 하는 것은 다릅니다. 부당한 구조가 오래 유지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바뀌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게임에서 유저들이 잘못된 시스템을 보고 피드백을 주고 패치를 요구하듯, 현실에서도 바뀌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문제를 방관하는 것은 현상을 유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게임 유저들은 부당한 일이 있으면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운영진에게 피드백을 보내고, 리뷰를 남기고, 심지어 직접 항의 시위를 합니다. 우리가 게임 속에서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면, 현실에서도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정치인에게 메일을 보내고, SNS에서 의견을 내고, 온라인 청원이나 직접 참여하는 활동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치적 변화는 게임 패치처럼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결국 변화를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과거에도 수많은 사회적 변화가 한두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움직인 결과였습니다. 변화는 참여하는 자가 만들어내고, 결정은 참여하는 자에 의해 내려집니다.


정치 혐오는 기득권을 돕는다


정치 혐오나 무관심은 결국 기득권이 원하는 것입니다. "투표해도 똑같아", "내가 뭘 한다고 바뀌겠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게임의 패치를 포기하는 유저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게임에서 억울한 일이 있으면 리뷰를 남기고, 항의하고, 행동하는데 왜 현실에서는 포기하는 걸까요? 현실도 결국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시스템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개를 돌리지 마라


부조리한 정치와 사회의 모습이 불편하고 더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그런 모습을 혐오하고 멀어지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눈을 돌리는 순간, 바뀌어야 할 것들은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가 외면하면, 우리가 싫어하는 바로 그 세상이 계속됩니다.


이제 선택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방관할 수도 있고, 직접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우리가 움직이면, 정치도 바뀝니다. 게임의 규칙을 바꾸듯, 우리의 현실도 바꿀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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