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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Nov 26. 2016

<죽음에 관하여> by 시니, 혀노

예정되어 있지만, 보통은 잊고 사는 

이 웹툰을 언제 처음 접했을까. 멋지구레한 그림체와 함께, 얕은 듯 깊어 보이는 성찰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작품을, 나는 언제 처음 접했을까.


죽음을 다룬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소재 자체가 너무 무겁기 때문에, 건드리기 쉽지 않고, 자칫하면 뻔한 신파로 흐르거나, 가벼운 냉소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 치바>를 좋아했다. 적어도, 그렇게는 죽음을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은 작품이어서.


나는 <죽음에 관하여>를 읽으면서 그 감정을 다시 느꼈었다. 우리가 태어나자마자 방문을 예고받은 ‘죽음’이라는 불청객에 대하여, 너무 무겁지 않게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으니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그려낸 부분이나, 교훈적인 부분이 자칫 밋밋하게 그려질 수 있었지만 만화, 그리고 웹툰이라는 장르적 특성으로 그걸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죽음이 ‘무’(없을 무)’라고 언급하는 부분에서 캐릭터 외에 모든 부분을 흰 공간으로 채워주면서 그림 콘텐츠로 표현한 지점이 있었다. 사실 , 대체로 배경이 없는 공간에서 ‘대화’ 로 죽음 직전의 ‘삶’을 묘사하는데, 그것들이 글로만 표현했다면 꽤 밋밋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죽음을 처음 어떻게 접했나, 만화책으로 보면 역시 <G.T.O>였다. 거기서 똑똑한 학생이 ‘죽음은 그냥 우리가 단백질 덩어리로 환원되는 거지’라는 식의 언급을 한다. 결국 오니즈카 선생이 그걸 깨부수는 에피소드였는데, 난 그 발화 자체에 집중해봤다. 사실, 그게 맞으니까. 


<사피엔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혹은 <눈물의 마시는 새>에서 이영도가 말하는 것처럼. 인간이 인간답기 위한 것들은 거의 ‘합의’ 된 ‘상상’이라면, 죽음이라는 것을 사람이라는 동물의 형태 변환의 한 과정으로 보면 뭐 단백질 덩어리로 돌아가는 게 맞지.


하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존재들이니까.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닌 이유로 타인을 살해할 수도 있고, 스스로의 목숨에 대한 선택권을 ‘생각’을 통해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존재들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단백질 덩어리’ 로 돌아가지만, ‘죽음’은 예견되어 있는 ‘사건’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래도 ‘죽음’을 생각하면서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언급했던 이영도 작가는 초기작 <드래곤 라자>에서 죽음을 ‘약속된 휴식’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어쩌면 내가 처음 ‘죽음’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때, - 주위 사람들 중 죽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장례식이 있다는 것 - 가장 크게 죽음에 대해 묘사한 문장인 이거였다. 우리는 끝이 나는 존재이고, 그래서 촛불처럼 스스로를 불태워서 끝날 때까지.. 빛날 수 있다는 묘사. 우리를 죽여 가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불빛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죽음에 관하여>에서는 이런 묘사는 없다. 다만, 그 전후의 묘사와 - 사후세계로 보이는 곳, 그리고 환생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해줄 뿐이다. 그 안에는, 대화 없이 나오는 에피소드 <우정> 에서처럼, 죽음까지 초월해서 기다리는 친구들을 그리기도 하고, 사형수의 참회를 유도한다거나, 남은 이의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주기도 한다. 전술한 것처럼, 그냥 보게 되면 얕은 생각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권하기에는 괜찮은 콘텐츠라고 생각이 든다. 모두가 죽음을 싫어하고, 기피하니까. 그러니까 이런 정도의 묘사를 통해서 한번쯤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면, 뭐 뻔한 말이지만 삶에 의미를 찾는 데 조금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주호민의 <신과 함께> 나, 상술한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 치바> 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는 말로 어지러운 리뷰를 마친다. 


여담. 

책으로 구매했을 때는 OST CD도 동봉되어 왔었다. 물론 지금은 어디에 갔는지 찾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음악과 함께 볼 때 뭔가 조금은 다른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가볍게 옴니버스 웹드라마로 해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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