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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Nov 27. 2016

<Paint It Rock 2> by 남무성

록의 변천사와 나의 플레이리스트의 대격변, 그리고 우리네 삶

#트레바리 #쿠르베 #록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매달 바뀌고 있다. 매우 재미있는 경험이다. 귀찮음에 매몰되어 Top 100을 기웃거리며, Apple music 의 방식이 뭔가 이상하다고만 생각하던 나에게, 남무성 씨의 책과 쿠르베 청음실의 경험은 기어코 라이트닝 단자 전용 DAC 까지 구매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젠 휴대용 Amp 까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다음엔 리시버 탓이라며 헤드폰을 사겠지)


음악의 역사는, 재미있진 않았다. 왜냐면 난 그 시대를 살지 않았고, 그 음악을 향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매번 곡을 검색해서 들으면서 페이지를 넘겨야만 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오는 아티스트들과 곡들의 압박은, 포기라는 단어를 수십 번 떠올리기 했다. 그래도 기어코 카페에 앉은자리에서 내 플레이리스트를 갈아엎으면서, 읽고, 마지막 프로그레스브 락에서 난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하지만 난 여전히 서사를 중시하는 사람이고, 소리에 집중할 것 같진 않다. 그러나, 소리만으로 전달되는 감정선에 대해서 고민할 정도까지는 온 것 같다. 이상한 소리지만, 락의 역사를 훑고, 들으면서 클래식에 조금 더 관심이 생기는 기분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대상을 반영해서 나온 ‘펑크’와 같은 장르를 보면서 광화문에서 더 이상 들리지 않던 민중가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제가가 광장에서 들리는 까닭은 그 맥락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다시 만난 세계>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음악이 변화는 시대를 앞서는 것인진, 잘 모르겠지만 시대를 음악은 반영하는 것 같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말이다. 


DJ DOC 의 박근혜 대통령 디스 곡의 여성 혐오 논란 속에서 또 고민했다. 산이의 디스곡은 명백하게 잘못되었다고 느꼈지만, 그들의 곡에서는 나는 충분한 젠더 감수성이 없었던 탓인지 그 맥락을 읽지 못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라는 광장에서는 지금도 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과거, DJ DOC 멤버가 베이비 복스에게 했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투팍도 끄집어져 나오고… 


예술, 표현의 자유, 혐오를 혐오할 권리, 소수자, 기울어진 운동장 혹은 세상의 변화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음악의 변화를 조금 더 재밌게 바라본 것 같다. 선도하거나, 뒤따르거나 음악이 변하는 과정은 기존의 변주이기도 하고,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과정이기도 했다. 혼종이 나오면 누군가에게는 끔찍하게만 들리고, 누군가에게는 새 시대의 지평이 되기도 한다. 


심플하게 돌아가기도 하고, 더 복잡하게 가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듣는 이의 고막 속으로 파고드는 멜로디와 비트들에 정답은 없으니까. 우리의 삶에도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한편으로 사회에는 ‘나아가야 할 방향’ 은 있는 것 같다. 다나카 요시키가 <은하 영웅전설>에서 말했던가, 어쨌든 사회는 시민의 총의에 따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것이 도널드 트럼프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어쨌든 음악은 대중에 영합하는 경우에, 더 오래 살아남는다. 그런데 그 한편으로는 빌보드 차트에 오르지 않았더라도 훌륭한 음악이 있다.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위적인 음악이 추후에 명반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그것이 의도한 것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런 과정을 스스로의 작법으로 풀어낸 ‘남무성’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렇게 방대한 역사를 담아내면서 그가 겪었을 고뇌에 대한 감사를 담아. 


또, 지금의 논의가 모여서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기록노동자들과, 서로의 의견을 반박하는 모든 키보드의 전사들과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과 갈팡질팡하는 나 모두에게도, 한 시대를 지어내는 장인이라는 찬사를 바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추가한 플레이리스트 중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느낀 곡의 유튜브 영상을 첨부하며 글을 마친다. 



https://youtu.be/sSRJvq4Wd48


뱀발. 너무 많은 곡과 이야기를 소화하느라 나도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이야기를 쏟아 내었다. 긴 역사란 그런 것 같다. 지금의 혼란들도 정리되어 수십수백 년 뒤의 역사서에는 한 줄로 정리될 진 모르겠다. 


뱀발 2. 

4개월간의 청음 행각이 이제 마무리되려고 한다. 약간 슬프기까지 할 지경이다. 뭐,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닿거나 로또가 된다면 다시 이런 경험을 할 일이 오겠지. 흘러가는 것들에 슬픔을 남기진 말자.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아름답게 추억하면 그뿐. 4개월간 매우 즐거웠다. 좋은 음악, 즐거운 사람들. 그리고 행복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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