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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Dec 24. 2016

<혁신기업의 딜레마> by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경영전략 교수님 죄송합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수강을 해야겠.... 

친구가 이 책을 추천했다. 오래 전의 일인데. 나는 그 사이 이 책을 몇 번이나 읽었는데, 여전히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독해력이 딸리고, 도표들 사이에 길을 잃은 기분이 들뿐. 그래도 무언가 헤매는 와중에 떠오른 생각은 있어 글을 남긴다. 


나는 기업의 경영자가 아니다. 회사의 무언가를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특정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사람도 아니고, 투자자도 아닐뿐더러 학자로 회사의 흥망성쇠를 공부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내가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책은 아니다. 분명히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래도 내 상황에 빗대어 어느 정도 의사결정의 나침반이 될 여지는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상품 기획자이다. 그중 소프트웨어, 어느 정도 선을 지나서 세상에 쓸모가 없어질 직종이라고 본다. 뭐 어쨌든 향후 10년간 그런 일로 밥벌이를 할 나는 스크린 골프라는 제품에 재미를 더하는 일을 하고 있다.  


때문에 한동안 나는 재미라는 것에 천착했었다. 무엇이 재미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울까. 내가 즐거운 제품이 과연 내 고객에게도 재밌는 것이 될까. 무엇이 재미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이 제품을 즐기는 사람은 왜 즐거울까. 하지만 이거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제품을 앞으로 '큰 관점'에서 어떻게 기획해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내 기획의 방향성을 한번 정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디스크 드라이브가 플래시 메모리로 바뀌면서도 지켜가는 ‘저장장치’라는 핵심을 두고 좀 더 근원적으로 분석을 한 것처럼.


스크린 골프는 그래서 필드 골프를 파괴하는 제품인가.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스크린골프는 골프 시장을 파괴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한국 시장에서만 분석이 가능한 상황이긴 하지만. 오히려 상호 보완적일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충분히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어 낸다면 연극과 영화와 같은 관계를 형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물론 여기에 골프라는 스포츠 자체가 사양에 접어들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파괴’라는 것을 두면 그냥 비디오 게임이나 다른 스포츠들이 골프산업 전체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소비자의 욕구 중 유사한 영역을 책임져 주는 것은 맡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술은 더 가격이 싸니까. 필드 골프를 치는 사람의 수요를 충분히 가져가지는 못하는 것 같긴 하다. 개인적으로도 아직까지는 필드에서 치는 기분이 더 좋다. 그걸 끝까지 따라잡지는 못할 것 같다. 


그중 하나가 이건 그냥 게임기 같다는 이야기. 그런 평. 그런데 그 단점이 우리의 장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끔찍한 혼종으로 남아버릴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정교하게 설계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필드 골프를 뛰어넘는 재미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현재의 기술과 그 가격으로 필드에서 느끼는 감흥들, 정취들을 작은 방 안에 구현하는 것은 너무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런 걸로 경쟁해서는 이 제품은 필드를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골프 게임처럼 만들어볼까? 그런데 그건 또 집에서 즐기는 콘솔형 게임기를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럴 거면 컴투스 골프스타를 조금 더 발전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다시 재미. 골프라는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재미를 더하는 방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직접 우드, 아이언을 꺼내 치는 것은 건드리지 않되, 18홀이라는 제약이라거나, 산에서만 치는 재미를 조금 더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시도는 모두 있었지만 - 전통에 밀려져버린 경우가 더 많다. 사람들이 수용하지 않았다. 기술적 우위가 수요를 못 따라간 다른 사례들처럼, 더 재미있을 수도 있었던 이 영역은 모두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향을 추구하는 게 맞을까. 이번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바로 이거다. 우리는 골프라는 ‘게임’을 어떻게 ‘게임화(Gamification)’를 할 것인가. 이것은 필드 골프라는 시장에 침투하는 것도 포함하긴 하지만… 과연 이게 ‘비디오 게임’의 파괴 영역에 들어가지 않도록 성벽을 쌓는 일도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사실 그래서 그냥, 더 싸게 만드는 것이 더 쉽고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시 - 우리는 종속적인 재미를 계속해서 연구, 개발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재미를 더 쉽고 싸게 만들어주는 것을 기반으로 해서 새롭게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필드 골프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 더 사실적인 무언가를 구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또한 지금의 헤비 한 유저들을 위한 요소만을 더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중기(5~10년) 사이 우리가 망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 같다. 


잘은 모르겠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역시도 존속적인 기술에 계속 투자하는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그것은 의미 없는 일은 아니지만, 또 다른 길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가 짧은 시기 안에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다시 재미에 대해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 그게 공부로 얻어지는 무언가는 아닌 것 같긴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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