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산업의 OS를 새로 쓰는 보이지 않는 혁명

365 Proejct (269/365)

by Jamin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12: 네안데르탈인에 관한 유튜브를 보다가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13: 4대 문명, 아틀란티스에 대한 비판적 관점의 유튜브를 보다가

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14: AI 버블론 팩트체크해보니 를 읽고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접했습니다. 오픈AI의 수장 샘 알트먼이 직접 "AI 버블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챗GPT 신드롬의 진원지에 있는 인물의 입에서 나온 경고이기에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는 제게도 AI 혁명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과연 AI는 닷컴 버블처럼 꺼질 거품일까요, 아니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잇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일까요? 며칠간의 고민과 대화를 거쳐 내린 저의 결론은, 이 질문 자체가 프레임을 잘못 설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답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거품'과 '혁명'이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기술 혁명의 초기에는 언제나 과열된 기대와 투기가 따릅니다. 수많은 기업이 사라지는 옥석 가리기의 시간은 분명히 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진짜'들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우리가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 즉 산업의 운영체제(OS)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것입니다. 이 글은 그 혁명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에 대한 저의 생각을 담은 것입니다.


킬러 앱을 넘어 '킬러 에이전트'의 시대로


스마트폰 혁명의 동력이 '킬러 앱'이었다면, AI 혁명의 핵심 동력은 '킬러 에이전트(Agent)'가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고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을 넘어, 특정 목표를 부여받아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여러 단계의 복잡한 과업을 수행하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최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이 앞다투어 기업용 AI 에이전트 솔루션을 발표하는 것은 이러한 흐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여행 앱을 이용해 항공권, 호텔, 렌터카를 각각 따로 검색하고 예약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행 에이전트'는 "다음 주 부산 출장, 가성비 좋게 일정 짜줘"라는 한마디에 최적의 항공편과 숙소를 조합해 예약하고, 결제 후 일정을 캘린더에 등록하며, 날씨에 따른 옷차림까지 제안합니다. 이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맥락을 이해하고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 '디지털 비서'이자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다음 격전지: '복잡성의 늪'에 빠진 산업들


AI 혁명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숙이 파고들 영역은 공장의 물리적 로봇이 아닌, 사무실의 디지털 노동 현장입니다. 특히 '복잡성의 늪(Swamp of Complexity)'에 빠져 있던 산업들이 가장 큰 변화를 겪을 것입니다. 이는 개별 업무의 난이도는 높지 않지만, 수많은 변수와 상호 의존성 때문에 전체 최적화가 불가능했던 영역들입니다. 데이터는 존재하지만 그 복잡성 때문에 인간의 손으로는 온전히 활용할 수 없었던 항공, 의료, 법률, 공급망 관리와 같은 분야가 AI 에이전트의 주 무대가 될 것입니다.


고객 한 명의 일정을 변경하기 위해 수백 개의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항공사, 환자 상태와 병원 자원을 종합해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하는 병원, 방대한 판례를 분석해 소송 전략을 짜야 하는 로펌. 이 모든 곳에서 AI 에이전트는 각 부서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와 노하우를 통합적으로 학습하고, 인간은 인지할 수 없었던 최적의 경로를 찾아 의사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AI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 '보이지 않는 복잡성'을 해결하여 산업의 생산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있습니다.


과거가 알려주는 AI 혁명의 로드맵


인터넷과 스마트폰 혁명의 역사는 AI의 미래 경로를 예측할 중요한 나침반을 제공합니다.


1단계: 인프라 전쟁 (현재): 엔비디아의 GPU, 클라우드 서비스, 그리고 파운데이션 모델(LLM) 자체가 경쟁의 중심입니다. 인터넷 시대의 통신망 구축, 스마트폰 시대의 하드웨어 경쟁과 정확히 같은 단계입니다.


2단계: 플랫폼과 에이전트의 등장 (가까운 미래): 소수의 AI 플랫폼이 생태계를 장악하고, 그 위에서 특정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킬러 에이전트'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There's an app for that'이 'There's an agent for that'으로 바뀌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3단계: 보이지 않는 지능 (먼 미래): AI는 공기처럼 우리 삶의 배경에 녹아들어 더 이상 '사용'한다고 인지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를 것입니다.


사회 시스템과 모든 기기에 내재된 '보이지 않는 지능(Ambient Intelligence)'으로 작동하며, 우리의 일상을 자율적으로 최적화할 것입니다.




새로운 기회: 투자를 넘어 거버넌스까지


이러한 거대한 전환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골드러시 시대에 청바지와 곡괭이가 돈을 벌었듯, AI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직접 투자 외에도 막대한 전력을 공급할 에너지(SMR 등), 데이터를 보호할 보안 기술 등 AI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는 장기적으로 유망한 투자처가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AI의 잠재력이 클수록 그 위험을 통제할 '거버넌스'의 중요성은 커집니다. 최근 EU의 AI 법안(AI Act) 발효와 각국의 규제 논의에서 볼 수 있듯, 이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윤리적이고 안전한 사용을 보장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만드는 것은 시대적 과제입니다.


이는 단순히 규제를 넘어, AI의 편향성을 감사하고,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컨설팅하며, 관련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탄생을 의미하며, 이곳에 또 다른 기회가 숨어있을 것입니다.


나가며


샘 알트먼의 '버블' 경고는 단순한 비관론이 아니라, 옥석 가리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지도 모릅니다. AI 혁명은 눈에 보이는 화려한 도구에서 시작해,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필수적인 인프라로 진화할 것입니다. 인터넷이 그랬고,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 거대한 변화의 서막에 서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썬더볼츠*> by 제이크 슈라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