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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건설업,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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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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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 건설업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선별적 매수'로 상향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250만호 주택공급, SOC 투자 확대... 정책 기대감만 놓고 보면 건설업의 봄날이 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왜 현장에서 만나는 건설업 관계자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울까?


실제로 숫자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이중성이 드러난다.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68.2로 4개월 연속 하락세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분명 차갑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정반대다. KRX 건설지수는 지난 1년간 30% 올랐고, 현대건설은 무려 95%, DL이앤씨는 52% 급등했다. 2025년 상반기만 해도 건설업 지수가 36.2% 뛰며 코스피 평균 수익률의 4배 가까운 성과를 냈다. 현대건설 주가는 연초 대비 105% 폭등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런 괴리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시장은 미래를 선반영한다고 하지만, 이 정도 격차라면 누군가는 틀렸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정책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공공주택 25.2만호 공급 계획은 역대 최대 규모고, 건설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3종 패키지'도 도입했다. 표준건축비를 100%에서 110%로 인상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책도 나왔다. 하지만 동시에 SOC 예산은 전년 대비 3.6% 줄어든 25.5조원으로 책정됐다. 도로와 철도 예산은 각각 10%, 14% 가까이 삭감됐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더 큰 그림이 있는 것일까?


주목할 점은 수혜 구조가 명확히 차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사와 중견사의 운명이 갈린다.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같은 대형사들은 공공 발주 확대와 GTX, 원전 사업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반면 민간 브랜드 아파트에 의존해온 중견사들은 빠르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실제 실적을 보면 이런 차별화가 이미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2025년 1분기 기준 10대 건설사의 수주잔고는 376조원을 돌파했다. 현대건설이 64조원으로 1위, GS건설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건 DL이앤씨다. 다른 대형사들이 고전할 때 홀로 영업이익 43% 증가라는 성과를 냈다. 고원가 프로젝트를 조기 정리하고 플랜트 부문으로 빠르게 전환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리스크는 어떨까?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노란봉투법'이다. 2025년 3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건설업의 복잡한 하도급 구조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원청이 하청 노동자와도 직접 교섭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공사 기간은 늘어나고 비용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숨이 턱까지 찬 건설업계에 세 번째 규제 파도가 몰려오는 셈이다.


해외 시장도 녹록지 않다. 중국 건설사들의 저가 공세에 아시아와 아프리카 시장을 빼앗기고 있고, 중동 시장은 유가 변동과 미국 정책 변화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2024년 기준으로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을 제외한 대부분 대형사의 해외 수주잔고가 감소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접기는 이르다. 몇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다.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정책 집행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서 민간 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 특히 원전 수주가 현실화되고 SMR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건설업 PBR이 1.0배를 돌파하는 재평가 국면이 올 수도 있다. 이미 일부 증권사는 이런 가정 하에 목표주가를 30% 이상 상향 조정했다.


중립 시나리오는 현재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다. 정책은 천천히 집행되고, 실적 개선도 제한적이지만 큰 악재도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선별적 접근이 답이다. 수주 공고가 날 때마다 반응하는 모멘텀 투자와 실적 개선이 확인되는 기업 위주의 바텀업 투자가 유효할 것이다.


비관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현장이 혼란에 빠지며, 부동산 PF 부실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다. 이미 선반영된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을 수 있다. KRX 건설지수 720선이 무너진다면, 정책 기대감이 완전히 소멸하는 신호로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2025년 건설업이 '시험대'에 오른 해라고 본다. 정책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기업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를 지켜볼 시간이다.


투자 관점에서는 전체 업종에 베팅하기보다는 개별 기업을 선별하는 접근이 현명해 보인다. 현대건설처럼 도시정비와 GTX, 원전까지 아우르는 종합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 GS건설처럼 안정적인 수주잔고와 해외 프로젝트를 확보한 기업, DL이앤씨처럼 빠른 사업 전환으로 수익성을 개선한 기업이 주목할 만하다.


중견사 중에서는 공공주택 시장으로의 전환에 성공하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데이터센터나 물류센터 같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 기업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내심이다. 건설업은 수주에서 매출 인식까지 2-3년이 걸리는 산업이다. 2025년에 뿌린 씨앗이 2027년에야 열매를 맺는다. 단기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2025년과 2026년이 한국 건설업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책 기대가 현실이 되느냐, 신기루로 끝나느냐가 결정되는 시기다. 시장이 먼저 움직였으니, 이제는 현실이 따라올 차례다. 과연 시장의 선견지명이 맞을까, 아니면 또 한 번의 기대와 실망의 사이클이 반복될까?


답은 아마도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완벽한 정책 집행도, 완전한 실패도 아닌, 한국적 현실 속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말이다. 투자자로서 우리가 할 일은 그 작은 변화의 신호를 놓치지 않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2025년 건설업, 여전히 안개 속이지만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할지는 앞으로 몇 달이 결정할 것이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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