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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Feb 06. 2017

2030 즈음의 설날

내일의 우리는 무얼 타고 고향에 갈까

학부 수업을 들을 때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온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세그웨이가 있었다. 세그웨이는 왜 이렇게 각광을 받았을까, 와 연결되는 이야기를, 그때 그 연구원에게 들었다. '자동차'의 미래가 아닌 '이동'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였다. 


반도의 흔한 인터넷 잉여로 현기차를 까기 바빴던 그때의 나는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멀리서 보기에 비판할 부분만 찾아다녔지만, 그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미래'를 조금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학부 수준에서야, 모든 걸 공개한 것은 아닐 테고. 그렇다면 그 이상이 있었겠지. 그래서 이 사람들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쏘카(SoCar)가 이슈가 되면서, 우버(Uber) 가 유니콘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의 수업을 떠올렸었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구글과, 전기자동차에 대한 편견에 맞서 싸우는 엔론 머스크를 보면서 이들이 그리는 그림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https://www.youtube.com/watch?v=7A7GsAPR3J0

700 mph in a tube: The Hyperloop experience by CNN MONEY


특히 엔론 머스크가 최근에 발표한 것들. 테슬라, 스페이스 X, 하이퍼루프까지. 결국은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율주행차를 그가 언급하는 것은 그가 여태 해온 것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스페이스엑스는 어떻게 우주로 더 싸게 갈 것인가, 테슬라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되, 기존의 이동 편의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하이퍼루프는 비행기가 아닌 방식으로 어떻기 넓은 지역을 더 빠르게 이동할 것인가 (어쩌면 비행기보다 빠르게). 





우리는 이동하는 존재이다. 여기서 저기로. 형이상학적이거나 형이하학적이거나. 형이상학적으로는 우리는 어쩌면 '이동'을 전 세계적으로 쉽고 싸게 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그러니까, 인터넷이 등장했다. 광섬유가 여기저기 깔렸다. 형이상학적 이동은 이제 '언어' 적 장벽만 극복하고 나면 항성 간 통신이 필요한 시점까지는 더 발전시킬 것이 뭐가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많이 발전해왔다. 물론, 냄새나 분위기 - 어쩌면 '아우라'라는 것 까지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문송합니다), 적어도 내 시야에서는 이 정도면 꽤 많이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리적인, 형이하학적 영역에서의 이동은 선박, 자동차, 비행기에 이르러서 뭔가 잠시 잠깐 정체된 느낌이 든다. 발전 속도가 꽤 느려진 않았나. 물론 점진적인 발전을 통해서 우리는 지하철이라거나, 고속철도 같은, 서비스로 봤을 때는 저가 항공 같은 다양한 수단을 마련해왔지만, '비행기'의 등장 수준의, 어쩌면 고속철도의 등장 수준의 큰 '변곡점' 은 한동안 못 가져오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외쳐! 8기통!

그러던 와중에 우버가 나오고, 자율주행차가 연구되고, 테슬라가 등장했다. 현재 가장 혁신적일 수 있는 경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등장한 '이동'의 테마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당연하지 않을까, 미국은 디트로이트 이후 자동차의 나라였고, 그것이 큰 관점에서 잠시 잠깐 무너져 있다가 다시 올라온 것이니까. 괜히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에서 V8을 외치는 나라가 아니니까. <페스트 엔 퓨리어스> 시리즈가 6편 7편 계속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다. 




내 머릿속의 미래의 자동차를 잠시 돌아보았다. 2개의 축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다간>과 같은 변신 로봇. 요즘은 <트랜스포머>가 더 맞겠다. 그게 미래일까? 어릴 때는, 아니 정정한다. 지금도 별 이상한 시나리오의 <트랜스포머> 최신 시리즈를 보면서도 차량이 로봇으로 변하는 장면에는 열광한다. 하지만 '불필요한' 낭비라는 생각은 든다. <터닝매카드>는 팔리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자동차가 진화할 것 같진 않다.


https://www.youtube.com/watch?v=qjmaxQDkpdo

하지만 터닝메카드는 사고 싶다.


남은 하나의 축은 <신세기 사이버 포뮬러>이다. 미래의 F1과 같은 스포츠를 다루는 애니메이션. 그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시리즈에서는 '자율주행'의 2개의 미래가 경쟁한다. 인간과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의 차, 하나는 기계가 사람을 이끄는 방식의 차. 둘 모두 인상 깊은 경기를 펼쳤고, 어릴 적에는 그 함의보다는 작품의 연출과 스토리에 열광하며 즐거워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ppAm2NBuMY

Checker 를!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면, 그 작품은 하드 SF라고 불리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긴 하지만, 현재 우리가 고민해야 할 내용을 미리 다루고 있었단 생각이 든다. 자율주행차에 우리는, 어디까지 권한을 위임할 것인가? 핸들을 잡고 있는 내가 기계에 끌려가는 것이 정당한 일인가, 맞는 방식인가. 


물론 이런 도덕적 논의는 중요하다. 인공지능을 다루는 여러 사람들인 이걸 가지고 계속해서 논쟁을 펼치고 인공지능의 작동을 멈추는 큰 빨간 버튼(Big Red Button)의 논의까지도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도덕적인 판단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는 것의 의미는- 결국 우리는 저곳으로 갈 것이라는 게 분명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내 세대가 아닐 수도 있긴 하지만, 우리가 가는 방향에 '자율주행차' 가 있는 것은 분명한 게 아닐까. 심지어는 <신세기 사이버 포뮬러>의 묘사를 뛰어 넘어서 인간이 핸들을 잡을 필요 조차 없는 자동차가 오는 것이 너무도 분명하기에, 우리는 그에 앞서서 이것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논의하고 있는 게 아닐까. 


닥터가 그토록 찾아온 크고 빨간 버튼



이번에 <자동차>에 관해 알아보면서, 크게 2개의 축을 보았었다. 이동의 서비스화(Transportation as a Service; TaaS)라는 큰 테마 안에 묶여서 동력원의 변화, 즉 비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대두에 관한 부분과 인간이 필요 없는 자동차의 등장으로 인한 '이동' 비즈니스의 큰 변화. 


전자의 경우 사실 기술적, 과학적인 진보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작금의 세계의 니즈에 비추어보면 자연히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은 되지만, 아직은 관망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특히, 과연 비화석에너지가 화석에너지를 파괴하는 양상(Distruptive Energy) 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동의 미래에서 동력원이 무엇이 되는지는 내 판단에서는 부차적인 문제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동의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초점을 맞추면 다른 이야기를 하겠지만, 아직 그 부분에 대한 확신이 없다. 사람들의 말도 조금씩 다르고, 난 기술을 잘 모르고)


다른 한 측면인 '자율주행차'를 보게 되면, 이거야 말로 아동에 있어서의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다. '사람'이 필요 없는 이동 방식의 등장. 다른 영역에서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때에 발생했던 많은 일들이 '이동'이라는 영역에서 벌어지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택시 기사들은 자리를 잃거나, 차량을 관리하는 쪽의 사람이 되지 않을까. 마니아들은 차를 사고 운전하지만,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 여기 지게 되지 않을까. 손 편지에 대한 감수성처럼 손으로 직접 핸들을 만지는 것에 대한 추억이 인터넷에 올라올 것이다. 운전면허 학원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지금 논의되고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도덕적 논의들을 Tech Giant에게 강요하기 위한 시위가 벌어질 수도 있다. 


공간이 확장될 것인가. 경기도에 집을 잡아도, 차를 타고 잠만 자다가 도착할 수 있으니까. 주차의 문제가 없어지니까,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잘 짜인 알고리즘으로 돌아가는 도로에 정체라는 것은 (희망하는 바로는) 옛날 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말 정교한 알고리즘과 센싱으로 '교통사고'라는 것이 '인재'가 아닌 '자연재해' 급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만약에 알고리즘을 자연과 같이 받아들이는 사회가 된다면) 대리운전 업체는 줄도산을 하거나, 택시 기사와 마찬가지로 차를 여러 대 보유한 업체로 나갈 수도 있고(하지만 차량이라는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있었던 업체이기에 그런 진화는 불가능할 수도 있겠다).


여러 면에서 쏘카의 '제로-카-쉐어링' 서비스가 떠오르게 된다. 차량은 아마도 쉬지 않고 자신의 효율을 높기 이 위해 움직일 것이다. 때문에 단위 시간 내 주행거리가 상승하고, 차량 정비 업소가 많아지거나, 자동화되고 판매 형태가 아닌 서비스 공급 형태의 자동차 메이커가 살아남게 되지 않을까. 유명한 기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차량의 브랜드는 '프로덕트' 단위가 아닌 '서비스' 단위로 부여되지 않을까. 




그런 미래 속의 '설날'을 생각해본다. 우리 형 같은 신혼부부는 어린아이를 위해 KTX를 예매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난 경기도 외곽에 좋은 집을 잡고 매일 같이 술을 마시다가 그냥 차 안에서 잠들어 버리고, 예약된 시간에 차는 나를 회사로 데려다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퇴근을 할 때에는 아마도 미리 싸 두었거나 자동으로 싸지는 짐을 싣고 회사로 온 차량을 타고, 그 안에서 나는 영화를 보거나 잠을 자면서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을까. 


좀 더 급진적으로는 고향에 설날이 아니더라도 자주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러게 TaaS가 가격적으로도, 편의성으로도 모든 세상의 다른 이동 수단을 파괴하고 나면 남는 것들은 물리적인 시간을 더더욱 단축시키는 방향 - 고속철도를 이길 만큼의 개인 이동 수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쯤 되면, 또 지금 내가 느끼는 것처럼 이동 수단의 발전에 정체가 있다고 느끼지 않을까. 


물론 엔론 머스크가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면, 우리는 이 땅위의 이동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대항해시대'를 잇는 '대우주 시대'가 열릴 수가 있으니까.




오늘도 잡히지 않는 카카오 택시 서비스를 욕하면서,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트레바리 #넥스랩24 #2월의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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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ighly.co/hl/UMwizuSF5CPplI


https://www.highly.co/hl/DNkS5V5OBdOTj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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