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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23 : 후광과 리더십 에 이어서
내 글에 이어서 생각하기 024 : 국가는 개인의 적인가 에 이어서
우리는 '함께 산다'는 것, 즉 '모듬살이'의 규칙을 배웁니다. 그 규칙의 핵심은 때로 나의 단기적 손해를 감수하는 것입니다. 내가 잘 쓰지 않는 도로를 위해 세금을 내고,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책을 견디며, 우리 동네에 꼭 필요하지만 불편한 공공시설을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이는 공동체의 안정과 번영이라는 더 큰 이익을 위한 합리적 계약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계약은 종종 위태로워 보입니다. 인류의 물질적 자원은 과거 어느 때보다 풍요로워졌지만, 갈등은 오히려 더 교묘하고 깊어졌습니다. 왜일까요? 문제의 본질은 '자원의 절대량'이 아니라, '자원이 공정하게 분배될 것이라는 믿음의 희소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그 이익이 결국 나에게 돌아올까?"라는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함께 살기 위한 모든 계약은 삐걱거리기 시작합니다.
1. '비교'를 연료로 삼는 사회 시스템 �
현대 사회, 특히 소셜 미디어와 결합한 자본주의는 '선망'과 '비교'를 강력한 엔진으로 삼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편집된 최고의 순간을 보며 나의 현재를 끊임없이 저울질하고, 그 격차에서 오는 박탈감을 메우기 위해 소비하고 노동하도록 내몰립니다.
이 구조는 우리 모두를 '제로섬 행복 게임'에 참여시킵니다. 타인의 성공이 나의 상대적 실패로 느껴지는 이 게임에서, 공동체를 위한 양보와 희생은 '패배'와 동의어가 됩니다. 모두가 각자의 런닝머신 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데, 잠시 멈춰서 옆 사람을 위해 길을 닦아줄 정신적 여유를 갖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 의미를 잃어버린 '노동' ⚙️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생존과 비교 경쟁을 위해 삶의 대부분을 원치 않는 노동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노동이 '비교 게임'에 참여하기 위한 입장권으로 전락할 때, 개인은 소진되고 공동체에 기여할 에너지를 잃게 됩니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갖는지 체감할 수 없을 때, '세금'은 그저 빼앗기는 돈이 되고, '공공시설'은 나의 이익을 침해하는 혐오시설이 될 뿐입니다.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은 일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활동'으로 삶을 채울 자유를 의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불신과 각자도생의 문화를 넘어, '함께 산다'는 철학을 어떻게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게 할 수 있을까요? 이는 기술이 아닌, 시스템과 문화의 문제입니다.
첫째, 신뢰를 경험하게 하는 시스템, 즉 '하드웨어'를 구축해야 합니다. "규칙을 지키면 손해 본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공동체는 무너집니다. 법과 제도는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내 통장 내역처럼 투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감수한 단기적 손해가 공동체에 기여하고 결국 나에게도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성공적인 협력의 경험'을 시스템을 통해 체감하게 해야 합니다.
둘째, 이 하드웨어를 구동할 '소프트웨어', 즉 문화와 교육을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이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배우는 '시스템 사고' 훈련을 해야 합니다. 내가 버린 플라스틱이 결국 내 식탁으로 돌아오는 연결고리를 이해할 때, 우리는 눈앞의 이익 너머를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행복의 정의를 바꿔야 합니다. 남보다 위에 서는 상대적 행복이 아니라, 나만의 고유한 가치를 실현하는 절대적 행복을 추구하도록 돕는 문화적 전환이 시급합니다.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사회 전체의 파이를 키우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의미를 찾아가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함께 잘 산다'는 것은 고도의 지성과 철학이 필요한 일입니다. 눈앞의 이기심이라는 강력한 본능을 넘어, 보이지 않는 연결을 이해하고, 미래 세대를 상상하며, 기꺼이 오늘의 손해를 감수하는 선택. 그 현명한 줄다리기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사회만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