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물건을 파는 법

2026 All-Day-Project (023/365)

by Ja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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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인터넷을 보고 생각 정리하기 036: 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때 시장에 진입하는 법 을 보고 "더 빠른 말(Horse)"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자동차"를 팔아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기존에 존재하던 시장에서 '더 나은 대안(Better Mousetrap)'을 제시하며 경쟁한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아예 없던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는 '시장 창출(Category Creation)'에서 나온다. 문제는, 시장이 없다는 건 고객도, 예산도, 심지어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a16z의 아티클 *'Going to Market When No Market Exists'*와 이를 바탕으로 진행한 가상 시뮬레이션(SyncFlow: 뇌파 동기화 헤드셋)을 통해, 맨땅에 시장을 건설하는 전략을 정리해 본다.


1. 스토리텔링: 기능이 아닌 '비극'을 팔아라


우리가 팔 물건은 '팀원들의 뇌파를 동기화해 강제 몰입 상태를 만드는 헤드셋(SyncFlow)'이다. 세상에 없던 물건이다. "우리 헤드셋은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 가요"라고 말해봤자 아무도 안 산다. 왜? 애초에 헤드셋을 써야 할 이유를 모르니까.


시장 창출의 첫 단계는 고객에게 "당신의 현재 방식이 얼마나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는지"를 교육하는 것이다.



나쁜 접근: "회의할 때 집중이 잘 됩니다." (Nice to have)

좋은 접근: "회의 한 번에 직원의 집중력이 돌아오는 데 30분이 걸립니다. 당신은 지금 직원 1명당 연봉의 30%를 공중분해 시키고 있습니다."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던 고통(Latent Pain)을 수치화하여 도발해야 한다.



2. 솔루션: 의지가 아니라 '돈'으로 해결하게 하라


문제는 인지했다. 하지만 CEO는 반문한다. "그냥 사내 규칙으로 '회의 없는 날'을 만들면 되잖아? 굳이 비싼 기계를 사야 해?"


여기서 필요한 논리는 '문화와 의지력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다. 앤디 그로브(Andy Grove)가 말했듯, 시간은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인간의 나약한 의지력에 기대지 말고, 기술에 돈을 지불하여 규율(Discipline)을 강제로 사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것이 단순한 S/W가 아니라 하드웨어나 강제적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3. 가격과 채널: 비싸야 팔린다 (The Math of Channel)


가격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박리다매: 월 2만 원에 누구나 쓰게 한다.

고가 정책: 연 1억 원에 컨설팅을 포함해 판다.


세상에 없던 제품은 무조건 2번이어야 한다.


시장을 교육하려면 고도로 훈련된 세일즈맨이 직접 고객을 만나 설득해야 한다(Direct Sales). 이 높은 인건비(CAC)를 감당하려면 객단가(ACV)가 높아야 한다. 또한, 1억 원을 낸 고객은 본전 생각이 나서라도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Commitment) 들지만, 2만 원짜리 고객은 조금만 불편해도 해지한다.


4. 스케일업의 딜레마: 서비스 함정 탈출하기


1억 원씩 받으며 직접 직원을 파견해 세팅해 주는 방식(Service)으로 초기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회사는 '제품 기업'이 아니라 인력을 갈아 넣는 '용역(SI) 기업'이 된다. 확장이 불가능하다.


이제 '사람(서비스)'을 빼고 '소프트웨어/AI(제품)'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고객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와서 해주는 것"을 선호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전략: 고통스러운 가격 격차(Painful Price Gap)


점진적으로 전환하되, 가격 정책을 영리하게 써야 한다.


인력 파견: 3억 원 (고객이 "미쳤다"고 느낄 만큼 비싸게)

AI 소프트웨어: 5천만 원 (합리적이라고 느낄 만큼 싸게)



인력 서비스를 '프리미엄 럭셔리'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고객을 소프트웨어로 밀어 넣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인 매출 하락(J-Curve의 하락 구간)은 필연적이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당장의 용역 매출에 집착하면, 영원히 혁신 기업이 될 수 없다.


결론: 혁신은 '발명'이 아니라 '설득'이다


기술 낙관론자로서 우리는 종종 "좋은 기술은 저절로 팔린다"고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때, 기술은 그저 장난감일 뿐이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든다는 건, 기술을 개발하는 시간만큼이나 고객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새로운 습관을 교육하고,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드는 '설득의 과정'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우리의 SyncFlow 시뮬레이션은 끝났지만, 현실의 질문은 남는다.


"당신은 지금 더 빠른 말을 팔고 있는가, 아니면 자동차가 왜 필요한지 설득하고 있는가?"


Inspired by a16z, 'Going to Market When No Market Ex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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