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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Jun 18. 2017

<배민다움> by 홍성태

너네는 어떤 민족입니까?!


 배민다움은 홍성태 교수가 '배달의 민족' 창업자 김봉진 대표를 인터뷰한 책이다. 언뜻 느낌은 <지적 자본론>과 비슷했다. 하나의 회사, 그리고 그 회사를 둘러싼 철학에 대한 질답들.


 지적 자본론이나 책에서 언급하는 다른 책들을 조금 읽었다거나, 배달의 민족의 기존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애매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배달의 민족이 걸어온 길에 대한 총집 편이지만, 그렇다고 그 과정이 공개가 안되었던 것은 아니니까. 약간 사족 느낌도 있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그냥 끼워 맞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지점도 있다. 


 하지만 그런 지점에서 이 책을 더 흥미롭게 읽을 수는 있겠단 생각도 든다. 코카콜라의 브랜드를 알기 위해 백 년 가까운 역사를 봐야 한다면, 배달의 민족이라는 브랜드를 알기 위해선 지난 몇 년간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면 되니까. 


 최근에 지인들과 이야기하면서 '배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과연 배민아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브랜딩과 마케팅 아닌가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배민' 사람들이 듣기에는 억울한 말일 수도 있겠다. 뻔해 보이는 것을 해내는 것- 기획이란 콜럼버스의 달걀을 깨는 것과 같은 것이며, 결국 그걸 실제로 실행할 능력은 매우 귀중한 것이니까. 외부에서 그냥 리스팅 어플, 뭐 이런 식으로 보는 시선이 썩 마음에 들진 않을 것이다. 애초에 이런 O2O 가 굳이 기술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것도 편견이고.


 그래서 오히려 '우아한 형제들'이 도대체 어떤 민족인가가 궁금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말이다. 지금의 구조는 어떻고. 지금의 문화는 어떤지 말이다. 창업주들이 발로 뛰어 만든 그 조직이, 이렇게까지 커지고 나서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지. 책에 나온 김봉진 대표의 말은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6시 1분도 (당연히) 6시가 아니다. 


 최근 엄청난 성장을 일궈낸 넷마블에게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이 있다. '구로의 등대' 야근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게임 업계의 '크런치'는 다들 알고 있는 단어가 되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어쨌든 넷마블은 성장을 했으니까. 그 과정에서 인격적인 모독이나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그 이후의 성과를 분명하게 나누고 있는지에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어차피 게임 같은 업종에서는 마감을 지키기 위한 야근이 어느 정도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테니까.


 하지만 이와 별개로 야근을 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다시, 나는 초과 근무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김봉진 대표와 우아한 형제들이 말한 것처럼 9시 1분이 9시가 아니듯, 6시 1분도 6시가 아니다. 명확한 기준에 의한 야근이라면 뭐, 토 달 것이 무엇이랴. 이에 관해서 배민에는 뭔가 대단히 즐거운 모습일 것 같다는 식의 이야기가 주로 책에 나와 있다. 그러나 내가 예전에 인터넷에서 보고 친구에게 들은 김봉진 대표의 철학은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약간 이현세 화백이 말한 '천재와 싸워 이기는 방법' 같은 말이었는데, 결국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이야기였다.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서. 자칫하면 '노오오력' 론으로 읽히기 쉬운 말이지만, <아웃라이어>에서 말하는 1만 시간의 법칙이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것은 알지만, 어쨌든 나보다 효율적인 상대와 같은 산출량을 내기 위해서는 투입량을 늘리라는 말이 딱히 그릇된 것도 아닌 것 같다. 


 누구였더라. 성공의 8할은 출석하는 거라고. 우디 엘런이었던 것 같다. 성실함이 성공의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인 것은 분명하긴 할 것이다. 또한 배달의 민족은 아직까지 기술 베이스의 회사가 아니(라고 추측돼)기에, 특별히 약간 기준에 맞지 않지만 매우 뛰어난 인재를 어떻게 다룰 지에 대해서 고민을 덜 했을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어쨌든 자신의 기준을 잘 지키고, 사람을 채용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러한 원칙 속에서, 정말로 문화를 내재화시키고, 사람들을 위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우아한 경영진들은. 적어도 자본주의 게임 속에서 - 대단한 투자자들을 업고 있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 결제 관련 수수료 이슈가 붉어졌을 때 그들을 찾아간 에피소드를 <배민다움>에서 읽었다. 어쨌든 자본가는 킹왕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저절로 자칫 하다간 그저 그런 대기업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뭐, 사업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이지만. 


혁신은 (생각보다) 자본을 이기지 못한다.


'샤달' 이 기억난다. 서울대 출신들이 모여, 서울대 위주의 배달앱을 만들면서 수수료 0을 선언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현재 그다지 사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 자영업자에게 제2, 제3의 과금을 유도할 수밖에 없는 이런 서비스들은 별로 사회적으로 인식이 안 좋을 때가 많고, '샤달'은 그걸 이겨보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자본이 흐르는 시스템을 부수는 것은 웬만한 혁신으로는 불가능했다. 어떤 운영적인 혁신을 이뤄서 시장에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요기 요도, 배달통도 있는 이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많은 경우 혁신을 하라고 하지만, 혁신은 사실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바꿔 말하면 대단히 특수한 새로운 것이 아니라면 스타트업이 자본을 이길 수는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결국 많은 경우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빨리 수익구조를 만드느냐와 함께 어떻게 자본을 빨리 크게 조달하여 시장을 한번 키워 보느냐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일반적인 사업과 스타트업을 그렇게 구분하는 편이다. 둘 사이에는 도덕적으로 라거나, 가치적으로 우열관계 따위는 없지만, 어쨌든 대체로 스타트업은 패러다임을 바꿀 수준이 아니라면 '자본'을 매개로 성장한다. 혁신보다는 말이다. 물론,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그 자본을 부르는 것이 '혁신' 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이기는 하다. 


 배달의 민족의 경우에는 '팬'을 통해서 그걸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MIUI의 팬이 쌓인 후에야 샤오미 폰이 나왔듯 말이다. 결국 '배달의 민족'은 <배민다움>에서 말하듯 하나의 '문회적인 아이콘'으로 기능함으로써 사업을 확장해나갔고, 이제는 자본을 통해 더 커져나가고 있다. 그들은 '푸드테크'라는 왕좌를 스스로 설정하고 달려가고 있다. 어쨌든 이미 누가 앉아 있는지와 관계없이 왕좌의 게임에서는 거기에 앉느냐, 죽느냐 정도의 선택지가 남는 것 같다. 배달통과 요기요는 어느 수준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래서 모르겠다. 배달의 민족은 배달 음식의 왕좌에 앉은 이후로 - 더 큰 왕좌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고. 이런 측면에서 만약 요기요가 자본을 바탕으로 시장에 파문을 이으키려고 할 때에 - 더 싼 돈으로 좋은 광고를 찍었다 한들, 수십억에 달하는 매체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면 배달의 민족은 지금 이 자리에 있었을 수 있을까. 네이버가 여러 광고를 통해 확 성장한 것처럼 말이다. 어떤 시점에 자본은 - 마케팅은 중요하고 배달의 민족은 둘 다 잘 확보하고 움직였다. 어쨌든 스케일 업하기 좋은 구조였고. 배달의 민족의 서비스가 '진통제'는 아니었지만 꽤나 좋은 '비타민' 약이었고, 많은 수의 사람이 원하는 서비스였던 것은 맞는 것 같으니 뭐.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릴걸?


 배달의 민족은, 우아한 형제들은 충분히 성공했다. 꽤 좋은 스타트업의 모습. 어쩌면 모범이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엄청 많이 남았다. 그들이 정의한 푸드테크의 영역은 참 크니까. 그 와중에 이제는 정말로 기존의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을 더 잘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배달의 민족 이전보다 더 편하게 살고 있는가, 우리 말고 사장님들은? 책에 나오는 소수의 사장님들은 매우 좋을 것이다. 자연히 자원을 효율적으로 흐르게 하고, 거래가 좀 더 쉽게 했으니 더 나은 업체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장님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다. 푸드테크가 더 밀려 들어올수록.


 치킨집, 요식업. 식당. 더해서 편의점이라거나. 이런 쪽들은 사실 기술에 그다지 구애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은퇴한 사람들의 현재이자 미래인 경우가 많다. 배달의 민족에게 이들을 구제할 책임이나 의무는 당연히 없지만. 인지하고 있을지는 글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아마도 배달 인원수를 줄이고 배달을 더 쉽게 할 방법을 배달의 민족은 찾아낼 것이고 - 더 나은 음식을 더 많이 찾아낼 것이고. 뭐 여하튼. 그리고 종국에는 푸드테크는 산업 종사자를 더 줄일 것이다. 다른 스타트업들이 그렇게 하고 있듯이.


 다시, 적어도 아직까지는 여기에 대해서 우아한 형제들 - 배달의 민족은 어떠한 책무를 가질 필요는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버 라이트가 발생해보았자, 우버를 지워도 리프트는 남을 것이고 - 뭐 그럴 것이다. 미국 스타트업의 거물들이 기본소득을 논의하는 것처럼, 배달의 민족도 - 아니면 다른 앞으로 성공해서 잘 나갈 스타트업들도 고민을 해야 할 시기가 될 것이다. 정말로 스타트업이 '로켓' 이 되어 날아오른다면 그건 개인-임직원의 사업을 뛰어넘어서 사회와 국가에 영향을 크게 미칠 거니까. 이미 배달의 민족은 꽤나 그러고 있고 - 앞으로도 더 그럴 것 같으니 고민을 함께 해보면 어떨까 싶다. 






사족. 언젠가는 고쳐 쓰겠습니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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