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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Jun 05. 2017

<세계를 뒤흔든 경제대통령들> by 유재수

경제정책이란 무엇인가, 경제는 정치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19대 대선이 끝났다. 정치의 꽃, 민주주의의 축제. 그 안에서 우리는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은 '가치'에 대한 내용으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정책'의 뼈대가 있는 가치를 선택하자는 이야기를 우리는 나눴다. 그리고 그 정책들 중 가장 유심히 바라보게 되는 것들은, 혹은 그 뼈대 중에서도 근본적인 것을 이루는 것은 '경제정책'이다. 우리가 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투표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며 그 선택에 대한 행동강령은 많은 법안들, 그리고 그 법안을 결과물로 하는 '경제정책' 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공약을 내걸었던 것은 '노동공약'이라고 분류되기도 하고, 우리가 실업의 문제를 더욱더 정부가 신경 써야 한다라는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업률'을 컨트롤하고, 정부지출을 늘림으로 '시장'에 개입하고자 하는 '경제정책' 일 수도 있다. <세계를 뒤흔든 경제대통령들>(이하 책)은 그런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재무장관' 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책들 참 어렵다. 무엇이 맞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가치적으로는 '진보'를 내세우더라도, 어쨌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이게 옳다, 그르다 하는 영역은 꽤나 전문적이어서 나 같은 한량들은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답을 내기가 어려웠다. 아니, 오히려 괜히 전공 공부를 하면서 '경제'에 대해 티끌만큼 지식을 얻었다 보니 더 헷갈릴 수도 있겠다. 경제라는 것은 - 굉장히 자연재해 같은 말도 안 되는 변수를 빼더라도, 내 깜냥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괴물이었고, 따라서 그것을 움직이게 만드는 '정책' 들에 대해서 내가 이게 맞다고 답을 내리기가 정말 어려웠다. 상술한 일자리 공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특히, 경제 정책에는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다. 이전 정부의 수반이 즐겨 사용한 '골든 타임' 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경제 정책의 스펙트럼 속에서, 지금 써야 할 정책과 쓰지 말아야 할 정책을 알아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어떨 때는 신자유주의자들이 맞다고 해도, 케인지언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행동주의 경제학자가 노벨상을 탄다고, 거시적인 정책 결정에 있어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긴, 이런 것들은 우리 삶 대부분에 적용할 수도 있겠다. 연인관계를 유지하는데 꼭 선물 공세만이 답인 것은 아니고, 친구 사이에서 늘 격의 없이 지내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때문에 책에서 인용한 키케로의 말이 와 닿는다.

 과거를 모르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세상은 아이같이 유치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 인용처럼, 책은 역사 속에서 여러 경제 정책 입안, 결정자들을 불러 모아 놓고, 그들의 공과 과를 살펴보면서 우리가 앞으로 선택해야 할 순간들에 도움이 될 내용들을 전달하고자 한다. 우리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이런 책과 경제학 공부를 통해서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프랑스 왕정 말기의 재무장관 네케르, 초기 미국의 재무장관 해밀턴 등 의 이야기들은 흥미롭기는 했지만 경제학 공부, 혹은 경제 정책의 근본적인 흐름에 대해서 이해하는 수준 이상을 벗어나진 못했던 것 같다. 그때에 비해서 지금의 세상은 더 복잡하고 - 이해하기 어려운 흐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의 데이터를 어느 수준까지 신뢰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경제학에 대한 부분에 더해서 역사를 바라보는 일정 수준 이상의 관점이 있어야만 의미 있는 내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제정 러시아의 세르게이 비테, 나치 독일의 샤흐트, 일제의 다카하시 고레키요의 사례를 보고 있다 보면 유물론적 사관이 강화되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파트에서 신흥국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인도의 변화는 현재 화폐 개혁에 더해서 화폐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 있는 것을 보면서. 중국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아시아의 힘> 이 떠오르기도 했다. 퇴임 후 여러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룰라 대통령의 이야기와, 페이스북에서 돌아다니던 그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 - 중산층을 만들어낸 그의 마법 같은 경제정책을 이 책으로 보니 조금 더 재미있었다. 


특히 캐나다의 폴 마틴의 사례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 이야기 안에서 나오는 '부가가치세'에 대한 부분이 제일 흥미로웠다. 저자는 이를 '부가가치세 도입은 좋은 정책이었지만 나쁜 정치였다'라고 단언한다. 세수 증대, 재정 안정화를 통한 경제의 안정화. 결국은 당장 소비에 드는 돈이 늘어났지만 국가 전체의 부가 더 안정화되고, 증대되는 효과. 물론 이 정책의 공과에 대해서도 다르게 평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 중 하나가 - 어떻게 '좋은 정책'을 만들지 보다는 '좋은 정책'을 실천할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이 장면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책 속의 '경제 대통령' 들은 그 정책의 '올바름' 혹은 '정확함' '효과적임' 등과 별개로, 본인의 정책을 강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단기간의 손실회피 성향이 장기 이익에 대한 전망을 흐리기 때문이기도 하며, 부의 편중 현상이 발생할 경우 혹은 여러 가지 프로파간다에 손상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정책 입안자, 결정자의 경우에는 이를 항상 고민해야 하며, 때문에 '행동경제학' 이 '넛지'와 같은 내용을 써 내려가고 '경제정책' 은 단순히 '수학적인 계산' 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제정책을 어떻게 납득시키고, 사람들을 단순 경제 유인(incentive)을 넘어선 방식으로 움직이게 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개개인들은 어떨까. 개개인이 경제 정책의 함의에 대해서 모두 파악하고, 그것을 표로 행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우리는 모두 경제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 고개를 돌리기에는,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결과가 최악에 이르러서는 '전쟁' 이 될 수도 있음을 '책'에서 배웠다. 또한, 책은 역사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재무장관은 세수 증대를 꽤한 이 보다는, 차입을 잘 활용한 사람이며, 이는 훌륭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큰 재정위기를 가져오기도 했다고 서술한다. 그래서 책에서는 괴테의 말을 인용한다.


역사의 흐름이란 뜨개질과 같아서 과거에 잘못 꿴 바늘 한 코에서 나라의 운명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어쨌든 우리는 참여해야 하고, 포퓰리즘에는 휘둘리지 말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근원적으로는 - 어떤 정책은 단기적으로 내 경제생활을 어렵게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로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며, 이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체질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정책의 방향 변화에 대해서 유심히 지켜보면서, 그에 맞는 투표권 행사와 함께, 어떤 정책에서도 어느 정도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라던가 말이다. 물론, 그게 쉽게 된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재정적인 상황을 책에서 말하는 국가적인 상황과 비교해 놓고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길이 보이지 않을까. 물론 개인의 많은 노력이 뒷받침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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