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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밸런스 게임

재력보다 매력

by 슈브

예술공예운동, 대량생산으로 인한 품질 저하와 미학적 쇠퇴를 경계하는 활동으로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일어났다. 산업화를 통한 대량생산에 반대하고 전통적 수공예품의 대중화를 선언하는 이 운동을 접하며 내추럴와인 생산자들이 떠올랐다. 각종 화학물질을 첨가해 균일한 맛을 내는 와인 생산 방식은 와인의 상품화, 대중화를 통해 와인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다. 그러한 자본주의적 흐름 속에서도 몇몇 와인 생산자들은 그들만의 전통적인 포도 재배법과 와인 숙성 방식을 고수했다. 이로써 상업적인 면에 치우쳐 자칫 사라질 뻔한 소량의 포도 품종들과 떼루아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린 매력적인 와인들을 지켜낼 수 있었다. (보다 대량생산이 쉽고 판매량이 많은 품종들만 생산하려 하기 때문에) 물론 시대가 지나며 강경한 내추럴와인 생산자들도 전통적 방식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현대적 기술이나 기계들의 도움으로 효율화를 추구한다. 전통적 방식을 추구하는 일이 기존의 수준에 머물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후에 내추럴와인은 1990년대 후반 경제 부흥기의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2020년 코로나 전후로 한국에서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데니시 모던은 덴마크 목공예 장인들의 섬세함과 젊은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로 탄생된 덴마크 디자인의 큰 흐름이다. 1950년대 당시 미국과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산업화와 맞닿은 플라스틱과 같은 차가운 느낌의 소재로 가구를 생산했다. 이와 달리 덴마크에서는 핸드메이드 목재 가구들이 생산되고 있었고 대량생산되는 가구들에 싫증을 느낀 중산층 소비자들이 이에 주목하며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된다. 데니시 모던과 내추럴와인이 사랑받는 형태를 보며 모든 일에는 균형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동시에 세상 모든 일이 주제, 형태, 방식은 다르지만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진리와 같은 무언가는 반드시 있다는 것이 어렴풋이 머리를 스친다. 다수의 관심과 자본이 급격히 쏠리는 방향으로만 시야를 두지 말자. 각각의 개인은 자신만의 취향과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하며 다양한 소집단들은 그들만의 서브컬쳐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균형 잡기를 통해 사회는 보다 풍부한 의견과 기준을 갖게 되고 재력, 권력과 같은 파워보다 각자의 매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아름다운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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