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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눈이와 잠시 서울을 떠났다.

by 슈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서울을 떠나 고립을 자처했다. 허나 정작 나보다는 자발적 고립에 동행해준 눈이에게 하루 대부분을 내어주고 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반려견 눈이와의 산책으로 채워넣고 밥은 잘 먹는지 배변 활동은 이상 없는지 살핀다. 나를 뚱하게 쳐다보는 표정을 살피며 기분은 괜찮은건지 좀 더 놀아줘야 하는건지 파악하려 애쓴다. 나중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정말 온 신경이 쓰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눈이는 아담한 집 마당 양지바른 곳에서 똬리를 틀고 앉아있다. (허리가 긴 탓인지 주로 동그랗게 몸을 둘둘 감아 앉아 있다) 아니 이전 문장을 마치기 직전 일어나 잔디밭으로 이동했다. 잔디밭은 이 글을 쓰고 있는 식탁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 잔디밭에서 새로운 똬리를 틀었을 것이다. 어제는 문득 눈이가 우리 가족과 더이상 함께 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슬플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염려하고 걱정하는 것을 매우 소모적이라 여긴다. 걱정을 전혀 안할 수는 없지만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고개를 내밀려는 순간 무시해 버린다. 눈이가 다시 처음 똬리를 틀었던 양지바른 곳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늠름한 뒷모습으로 집 뒤편 산을 응시하고 있다. 아마 산고양이나 새들을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쓸데없는 생각으로 돌아오면 눈이의 부재로 힘겨워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들 것이다. 어제 오전 눈이와 산책을 하며 ‘영원한 건 절대 없어’라는 지드래곤의 가사가 떠올랐다. 연이어 ‘모든게 영원할 필요는 없지, 영원한게 꼭 좋은 건 아니지’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생각이 눈이와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우선 마당으로 나가 눈이 볼을 좀 꼬집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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