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어김없이 라디오를 틀었다. 7시 즈음, 한 번 더 어김없이 배철수 아저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길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그대여 나와 같다면~
가수 김장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음원이 아닌 라이브로 부르는 것 같았다.
고기를 굽던 손을 멈추고 다시 라디오로 다가가 주파수를 확인했다.
91.9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에만 이현우님의 라디오를 듣기 위해 89.1로 이동하고 오후에 라디오를 들을 일이 있으면 대부분 91.9로 돌아오기에 주파수에는 문제가 없었다.
주파수가 제자리에 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니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김장훈 노래가 이렇게 좋았었나?
저녁 준비를 잠시 멈추고 노래에 빠져들었다.
노래를 듣다보니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윤성이의 노래가 떠올랐다.
윤성이와 노래방을 참 자주 갔었다. 그때마다 김장훈의 노래를 부르던 친구의 목소리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김장훈의 목소리와 함께 포개졌다.
가끔 안부 연락은 주고 받았지만 얼굴을 마주한지 벌써 1년이 되어가는 윤성에게 바로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윤성 91.9 라디오 배캠에 김장훈 나온다 라이브 좋다 들어봐ㅋㅋ’
(너무 차가워 보일까봐 메시지 어미에 ㅋㅋ나 ㅎㅎ를 생략하지 못하는 병)
가장 좋아하는 김장훈의 곡이라는 답을 시작으로 오랜만에 시작된 대화는 연말 약속으로 이어졌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드디어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옅은 미소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이건 무조건 오를 거야’라는 솔깃한 투자 정보가 아닌
'누가 누구랑 사귀다 헤어졌대'라는 도파민만 가득한 가십거리가 아닌
‘지금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으니 너가 생각났어’라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