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대하는 숙박업자의 자세
게스트하우스가 바꾼 하루#7_위기관리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코로나19 말이다. 지난해 일본여행 보이콧 이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역 여행업계가 또 된서리를 맞고 있다. 특히 있는 곳이 일본과 왕래가 잦은 지역이라 그 여파는 더 크게 느껴졌다. 코로나 19도 마찬가지다. 여행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음식숙박업계의 피해가 크다. 그중에서도 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업종은 더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밀집된 공간에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용 공간이 많아서다.
지난 1월 말 코로나19 절정기가 지나고, 2월 초부터 뭔가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통임대, 단체 손님들의 예약 취소가 줄줄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마지막 예약 손님은 태국 여행객이었다. 입국 당일, 현지 예약사이트 담당자한테 전화가 왔다. "OO 씨는 공항에서 다시 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예약 취소를 요청합니다." 이후부터 예약이 뚝 끊어졌다. 최근 다시 소강상태가 되어 조금씩 손님이 오는가 했더니, 다시 예약 탈출 러시가 시작됐다. 지난 18일 대구경북 지역 31번 확진자 이후 무더기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다. 지역 감역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코로나19 감염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다시 거리에 마스크 착용자가 늘고 공공시설 이용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대중 공간 폐쇄나 행사 취소도 잇따른다. 텅 빈 대구 번화가 사진과 확진자 소식이 연일 뉴스를 뒤덮고 있다.
커져가는 위기감 속에 숙박업계의 대응도 빨라졌다. 2월 초부터 각 예약 채널이나 관련 업체들의 다양한 코로나19 대응 안내가 쏟아졌다. 대처요령부터, 공식 방역당국 권고내용, 관련 프로모션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다른 게스트하우스들도 애처로울 만큼 방역이나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었다. 물론, 거리에 사람 자체가 뜸한데 어떤 방법도 한계는 있다. 하지만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게스트하우스도 자체 예방책을 만들었다. 내용은 이렇다.
<게스트하우스 000 코로나19 예방책 5>
1. 손 소독제 비치- 손 씻기만 잘해도 상당 부분의 감염 예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우리 게스트하우스에 개인위생 증진을 위한 손 소독제를 비치하였습니다.
2. 일회용 마스크 제공- 다음이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인데요. 일회용 마스크를 비치해두어 1인 1매씩 무료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3. 정기적 소독세균 제거- 또 검증된 세균 제거액을 이용해 침구류, 고객 이용 공간 등에 대한 청결과 소독 활동을 강화하였습니다.
4. 소독티슈 배치- 숙소 이용객도 이중으로 개인 주변공간 위생을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별도 소독티슈를 배치하였습니다.
5. 1인 1객실 업그레이드 서비스- 각 이용객 간 분리된 숙박공간 제공을 위해 도미토리도 1인 1실 이용이 가능하게 업그레이드해드립니다. 단, 개별 이용 가능한 여유 공간이 있을 경우에 한하며, 신청 후 개인별 객실 분리 배치 시 1인당 최소 관리비가 추가됩니다. (일반 채널 이용 예약 후 입실 시 업그레이드 요청 가능)
그 외, 체온계 비치, 중국 등 고위험 지역 외국인 차단, 의심 환자 점검 강화, 방역당국(질병관리본부 콜센터, 지역 보건소) 연락체계 구축 등에도 힘쓰겠습니다~!
이처럼 현실적인 대책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멘탈이다. 이런 위기들을 겪을 때마다 소위 '멘붕'이 온다. 어떻게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먼저 필요한 것은 희망이다. "내 비장의 무기는 아직 손 안에 있다. 그것은 희망이다"라고 나폴레옹은 말했다. 괴테의 말처럼 "희망만 있으면 행복의 싹은 그곳에서 움튼다.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혼이 있으면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위기야말로 혼의 사람이 되어 지금 하는 일의 진정성을 보여줄 계기가 된다. 이 일이 자신의 인생을 걸 만큼 가치 있는 일인지 가려낼 결단의 시간이다.
다음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때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조급함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해도 자신의 힘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 코로나19가 횡횡하는 지금 "한 두 달, 자체 휴가다"하는 기분으로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물론 이 사태가 봄이 되면 끝날지, 사스처럼 여름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 찬찬히 현재 상황을 돌아보자. 산적한 문제도 하나씩 풀다 보면 해결의 끝이 나온다. 위기 대응이나 정부 지원책 등 주변 동향에 귀 기울이며 잠잠히 일상을 유지해보자. 확신을 가지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솔로몬 지혜의 말을 잊지 말자.
마지막은 존재 혁신이다. 위기는 뼛속까지 바꿀 힘을 준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라고 니체가 말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은 죽을 고비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때마다 스스로 바꿨고 조금씩 나아졌다. 처음에 숙소는 공용 도미토리 위주의 구형이었다. 이때 독립된 개인실 선호 트렌드에 맞춰 사무실을 헐고 1, 2인실을 추가했다. 평일, 낮 시간대 객실 점유율이 낮은 것은 모임으로 보충했다. 숙박공간 일부를 모임공간으로 개조한 것이다. 이런 하드웨어 개선에 이어 지금은 소프트웨어를 바꾸고자 한다. 한시적 예약 부재 상황을 연간 숙박권, 프로젝트 펀딩 등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이번 위기가 지나갈 때 숙소가 더 새로운 체질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떤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그것에서 배우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위기를 딛고 한걸음 더 나갈 수 있는 '인생 역전'을 바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