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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Nov 10. 2019

다시 인문학에서 답을 찾다

100번의 출판 거절에서 배운 글쓰기 고찰


"다시 인문학이다." 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 보이는 문구다. 동네 도서관, 서점에서도 인문학 강좌나 도서가 인기다. 심지어 마술, 재테크, 음식까지 인문학으로 단장한 강의가 판친다. 취업이 안돼 대학 인문학 관련 학과나 강의가 줄어드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인가? 회소 가치 때문인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사람을 위한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을 얘기한 이후 근래 불어닥친 인문학 열풍이 거세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자동화 시대, 물질문명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기 위한 대각성이 시작된 것일까. 아니면 인문학이 단지 또 다른 성공과 돈벌이 수단으로 반짝 흥행하는 것일까.


중고등학교 이후 멀어진 인문학이 다시 나를 소환했다.


이전에 집 벽면 한쪽 책장에 가득 꽂혀있던 문학 전집 세트, 몇 백 권은 훌쩍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계문학부터 한국문학, 3류 소설(?)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번씩 꺼내 읽곤 했다. 넉넉지 못한 형편이지만 어머니의 학구열 덕분이었다. 대학까지만 해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이게 대학 전공을 선택하는 데까지 영향을 줬다. 고등학교 때 이과에서 문과로 대학 전공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문학보다 자기계발, 경제경영 등 실용서에 더 끌렸다. 독서 편식이 이어졌다. 나이 들면서 드라마 보다 뉴스를 더 자주 찾아보게 됐다.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하다 보니 인문학에 두는 관심과 여유가 점점 사라진 것이다.


최근 직장을 나와 1인 기업 준비로 책을 쓰다가 다시 인문학적 소양을 돌아보게 됐다. 직장에 있을 때 보다 심적인 여유가 더 생겨서 그런 건 아니다. 생계를 돌아봐야 하는 건 때보다 더 긴박하다. 문제는 내가 쓰는 글 때문이다. 지난달 첫 책 초고 완성 후 출판계획서와 샘플원고를 작성해 100여 곳 넘는 출판사에 투고했다. 결과는 완패. 첫 책쓰기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1곳 빼고는 무반응 또는 정중한 사절이었다. 완결판 원고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뭔가 더 필요한 것이 분명하다. 책을 쓰다 보니 1인 기업의 원조격인 찰스 핸디의 말을 이해하게 됐다.


찰스 핸디는 1인 기업으로 독립하면서 쓴 '벼룩과 코끼리'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들보다 낫기보다는 남들과 달라야 한다. 이 화두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나는 새로운 통찰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자신의 전문지식 분야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중략) 나는 경쟁자들의 책을 읽는 것을 중단했다. 그 대신 개념을 찾기 위해 역사책, 전기, 소설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 책들은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인생이야말로 내가 환히 밝혀서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은 문제였다. 나는 런던 경영학대학원에서 재직하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연극 관람도 자주 했다. 그 결과 셰익스피어가 이미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내 엘리자베스의 도움을 받아 미술, 오페라, 음악 등도 조금씩 이해했다. 과거에는 시간이 없어서 살펴보지 못한 것이었다. 이제 그 낯선 세계가 나를 초청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인생은 남들을 쫓아가기 위해, 남들보다 더 잘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시간이었다."


'아웃풋 독서법' 이세훈 저자의 말도 참고해보자. "창조적인 작품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훔쳐내고 출처를 숨기는 기술이 필요하다. 동일한 분야에 속해 있거나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른 작품에서 훔치는 것은 표절이다. 하지만,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다른 분야의 핵심을 훔쳐내고 변형하여 당신의 작품 속에 녹이면 이는 표절이 아닌 참조이며, 이로써 출처를 숨길 수 있다. 합법적으로 훔쳐낸 핵심 지식에 지구 상에 유일한 당신의 독특한 경험과 아이디어,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한 일상의 스토리 등을 결합하라. 그래야 비로소 당신만의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 조만간 독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당신의 작품이 출간되기를 소망한다. 작가의 DNA는 필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작가의 인문학적 소양이 빚어낸 감수성과 합법적으로 훔친 지식이 결합되어야만 최종적으로 가슴을 울리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

© doto, 출처 Unsplash


이것이 다시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기존 글에 인문학을 더해 참신한 작품성을 갖추는 것이다. 1인 기업에 인문학적 관점이 필요한 이유는 공병호 자기경영연구소장과 고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두 명 다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표 1인 기업가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폭넓은 독서와 인문학적 소양이다.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출판과 강연으로 성공을 거뒀다. 웬만한 기업 못지않은 브랜드 가치를 자랑한다. 특히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구본형 소장의 경우 인문학 쪽 관점이 더 두드러진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크로스오버' 또는 '퓨전' 책 읽기를 지향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흔히 성공이나 돈 하면, 경제·경영만 떠올립니다. 그러나 인문과 경영학의 접점에서 저만의 틈새를 찾아냈어요. 지금까지 경영학은 객관적이고 냉정한 학문이었지만 경영의 핵심이 사람인 이상 인문학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나는 경영학 쪽 효율성이 더 높아 보이는 공병호 소장 스타일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고 구본형 소장의 인문학적 감성과 인간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비록 2013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연구원 제도를 만들어 양성한 그의 제자들이 아직도 그를 추모하며 여러 책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문학 책을 지정해 제자들이 읽고 자기 책을 내도록 훈련시킨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떠났지만 사람을 남겼다. 이 사람들이야말로 변화경영 전문가에서 사상가를 넘어 '변화경영 시인'을 꿈꿨던 그의 따뜻한 인문학 사랑이 낳은 결과가 아닐까.


인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도 인문학적 소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문 통찰'을 지은 김형묵은 "인문학은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수준 높은 시각을 갖게 해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사물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생기게 한다. 또 세상과 사람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을 통합적·유기적으로 보고 그 이면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지니게 한다."라고 했다. 또 "고수의 역량은 솥을 받치는 세 개의 발로 표현할 수 있다. 전문지식, 경험, 인문소양. 이 세 가지를 든든한 '발'로 삼을 때 솥은 굳건히 서 있게 된다."라고 했다. 세 가지 중 인문소양을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내 책에 주로 들어간 내용은 자기 경험과 지식, 해당 분야 사례, 수치였는데 이것 때문에 진부해졌던 것은 아닐까. 뭔가 다른 차원의 글쓰기 필요하다.


 글쓰기는 눈에 보이는 현실을 넘어 본질을 꿰는 것이다. 1차원적 글쓰기는 내 경험과 생각 쓰기다. 2차원은 타인의 생각과 전문성을 더한 균형 잡힌 글, 3차원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입체적 글 쓰기다. 여기서 다음 차원의 글로 나가야 한다. 다음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4차원 글쓰기다. 앞서 얘기한 차원에 인문학적 소양이 결합된 글쓰기이기도 하다. 세상의 본질을 꿰뚫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사람을 풍성한 삶과 참된 행복으로 이끄는 궁극의 글을 쓰는 것이다. 사람과 사물, 현실과 가상 모든 것이 융합하고 인공지능이 득세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쓰기이기도 하다.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시대는 새로운 성장과 혁신을 위한 인문학적 감성 필요로 한다. 1인 기업도 마찬가지다. 오직 나만의 브랜드로 차별화하는 1인 기업 성공을 위해  글쓰기와 인문학 버무리자. 강력한 인문학적 소양과 통찰로 다시 무장하자. 샘솟는 영감의 보고 인문학의 바다에 뛰어들자. 1인 기업의 핵심 무기인 글쓰기로 사람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을 뚫고 감동으로 터치하자. 글을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세상과 자신을 온통 행복의 무지개 빛깔로 물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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