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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Dec 29. 2021

돈벌며 지방 소도시 1년 한달살기

노마드 소액경매스쿨_소액경매

여행을 잃어버린 삶. 코로나 때문에, 또는 실직으로, 여러 가지 이유로 여행과 멀어질 때가 있다. 심지어 항상 여행을 다니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그렇다. 바로 도전과 호기심, 새 삶에 대한 열정이 식어진 경우다. 이전에 다니는 회사는 국제교류가 주 업무였다. 1년에 몇 번씩 해외 출장을 가고, 외국 손님의 국내 여행을 돕는 것이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여행은 더 이상 여행이 아니었다. 새로운 해외 도시에 가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무사 귀환(?)하는 날만 손꼽았다. 퇴사해서는 직업적 불안정 때문인지 쉽게 여행 갈 엄두가 안 났다. 지금은 가게 일로 바빠 사업장과 방구석을 벗어날 줄 모른다.


퇴사 후 새 직업을 찾아 분주할 시기 다시 소소한 여행의 재미를 찾았다. 새로 도전한 부동산 경매 때문이다. 내년 3월이면 퇴사한 지 꼬박 3년. 그동안 총 7채의 부동산을 낙찰받았다. 덕분에 거의 3년을 놀고먹을 수 있었다. 엄중한 코로나 시기, 매서운 경제 한파 속에서도 퇴직금과 모아둔 돈을 지켰다. 월급 때마다 꼬박꼬박 통장에 돈이 꼽히지 않는 탈직장인의 신세계, 새롭고 불안할만한 직업적 실험도 꿋꿋하게 버티는 원천이 됐다. 경매 목적은 단순하다. 연 3-4건의 낙찰로 직장인 때 연봉 5천 정도를 버는 것이다. 아직 이런 목표에 완전히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얼추 근접했다. 올해부터는 소액 경매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대출이 어려워지면서다. 소액 경매는 퇴직자의 뻔한 주머니 사정에도, 직장이 없어도 할 수 있다. 1-2천 내외의 자기 자금만 있으면 된다. 금액이 적어 돈이 될까 싶지만 소액 경매는 수익률이 더 크다. 보통 1-2억짜리 집 경매는 경쟁이 높아 10-20%의 수익률이면 1-3천 내외의 이익이 난다. 그런데 1-2천짜리 집은 반값 이하, 심지어 평가액 대비 30-40%의 싼 가격으로 낙찰받기도 한다. 적은 투자 금액으로도 1건에 1천 내외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소액 경매를 시도하면서 지방 부동산 투어가 시작됐다. 기차를 타고, 시외버스로, 또 두발로 걸어서, 자연히 여행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큰 도시, 살고있는 부산만 해도 적은 돈으로 낙찰받을 수 있는 물건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포항을 시작으로 거제도 등 2시간 내외의 인근 지역으로 투자 대상을 넓혔다. 1-2년 전만 해도 이 지역에서 경제난 등으로 반값 이하 매물이 속출했다. 소도시라 부동산 값 자체가 대도시보다 쌌다. 또 소도시의 장점은 큰 도시에 비해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도시 생활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여행 삼아 자신을 돌아보기 좋았다. 거제도에서는 모든 비용을 포함해 2천 조금 안 되는 돈으로 16평형 아파트를 낙찰받았다. 여행용 한달살기가 가능한, 바람의 언덕 등 유명 관광지 진입로에 지세포항을 마주하고 있는 곳이었다. 포항에서 낙찰받은 아파트는 넓은 형산강변이 바로 옆에 있었다. 아침저녁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산책이 가능했고, 인근 새로 지어진 공공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 도심도 가까워 포항 어디든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올해는 투자 지역을 좀 더 확대했다. 경매를 핑계 삼아 더 넓은 지역을 여행하고, 전국에 한달살기가 가능한 여행 네트워크, 세컨드 하우스를 만들어두고 싶어서다. 그 외에도 이미 인근 지역은 값이 올라 더 싼 집을 얻기 위한 이유도 있다. 1-2천 자금으로 집 한 채를 마련하려면 전국에서 눈을 씻고 찾아야 한다! 결국 서해안과 연결되는 서산, 전통의 도시 안동, 기차여행 거점 김천 등에 올해 3채를 추가로 낙찰받았다. 모두 1천 초반에서 중후반에 낙찰받은 것으로 방 2-3개 17-23평형대 구옥 아파트, 연립 등이다. 안타깝게도 중부권인 충주 등은 수차례 방문해 입찰했지만 낙찰받지 못했다. 요즘 여행지로 핫한 강원도 동해안권은 눈요기만 하다 포기했다. 생각보다 낙찰가가 고가에 형성됐고, 너무 외진 곳은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달살기의 성지,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가끔 나오는 리조트 상가 외에는 소액으로 가능한 주택 매물 자체가 없었다. 이런 과정들 속에서 구상한 경매와 한달살기 연계 전략이 '노마드족을 위한 1111소액경매'다.


1111소액경매는 지방 1도시 1천짜리 집 구해 1천벌며 1달(1년)살기다. 이 전략은 특히 노마드족에 좋다. 굳이 서울이나 대도시에 잘 나가는 값비싼 집이 아니더라도 괜찮은 사람. 어디서나 일하고 여행하며, 자신만의 집을 가꿔 홀로 살아볼 용기 있는 자. 지붕 달린 어떤 집 한 채라도 자족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다. 특히 퇴직 후, 경력 전환기 시간 많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다. 이런 사람은 경매로 지방 소도시에 1-2천짜리 집을 얻어, 수리하고 임대하는 기간 동안 한 달이든, 1년이든 살면 된다. 바로 자급자족형 한달살기다. 이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주거나 중과세되는 최소 보유기간이 지나 팔면 된다. 그럼 소액 주택의 단점인 환금성, 활용도 문제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정 임대나 매매가 안되면 자신의 세컨드 하우스로 쓰면 되니까. 보유비용도 부담 없고, 매매가 잘되어 1천 내외 수익이 난다면 그것은 덤이다. 세입자를 얻으면 투자금 1-2천 정도는 전세로 바로 회수할 수 있다.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자기 부담은 더 줄고, 월세 세입자를 구하면 된다. 자기돈 하나 없이 회전만 잘되면 1년에 몇 채라도 지방에 이런 집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공짜로 이도시 저도시 한달살기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 해외여행이 꽉 막힌 지금, 누구는 찾아서라도 인적이 드문 국내 곳곳을 여행하지 않는가. 또 살아보는 여행을 위해서 한 달 50여만 원씩 거금을 들여 단기 주택을 임차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액 경매를 활용하면 이 모든 것이 프리다. 장소, 사람, 삶의 방식, 심지어 돈에도 구속받지 않는 진정한 노마드 정신을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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