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k의 몸무게를 뺐다(73->58kg). 그것도 단 2달 만에 10k가 빠졌다. 한 것이라곤 걷기와 식단 조절이 다다. 덕분에 혈당 수치도 드라마틱하게 내려갔다. 식후 혈당이 당뇨병 수준인 400 초반에서 당료 전단계인 180대(정상은 140 미만)로, 아침 공복혈당이 190대에서 정상 수준인 100까지 떨어졌다. 지금은 너무 살이 빠져서 걱정이다. 숭숭 빠지던 몸무게가 거의 정상과 저체중 경계에 딱 멈췄기 때문이다. 한 번 빠진 살을 찌우는 것도 일이라나. 옛날 별명이 멸치였는데,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포동포동한 얼굴과 좋은 풍채는 내려놓아야 했다. 조금 뽀대가 안 나지만 덕분에 이제 고강도 운동 없이도 줄어든 혈당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방심은 금물이겠지. 걷기운동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퇴사 직전 연도 대사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대사증후군은 말 그 자체에서 느껴지듯이 신진대사, 활동량이 줄어 생기는 증상이다. 복부비만으로 뱃살이 늘고 혈당 수치가 높아진다. 정상과 당뇨병 사이를 오간다. 바로 당뇨병 전단계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으로 커진다. 사무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일한 영향이 큰 것 같았다. 관리자가 된 후부터 직접 뛰는 활동량이 더 준 탓도 있었다. 정체된 몸의 대사처럼 이 무렵 직장 생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매사 쉽게 피곤함을 느꼈고, 일에 대한 열정이 줄었다. 상사, 부서원 간 갈등이 잦았고, 업무 스트레스는 커졌다. 결국 이런 일들을 겪으며 퇴사했고, 바로 걷기운동을 시작했다. 다시 몸과 마음은 활력을 찾는 듯싶었다. 그러던 한 날 또 충격을 받았다.
"아들, 딸, 이리 와 봐라. 혈당 한번 재보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어머니가 나와 누나를 불렀다. 3번의 채혈 끝에 겨우 뽑아낸 피가 혈당측정기 센서 위에 동그랗게 맺혔다.
"5, 4, 3, 2, 1, 삐익~" 나온 수치에 어머니 입이 떡 벌어졌다.
"이게 뭐고?" 혈당계 수치는 400을 훌쩍 넘어 있었다.
대사증후군은 끝난 게 아니었다. 퇴사 후 걷기운동을 하면서 혈압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런데 웬걸, 혈당이 더 문제였던 것이다. 물론 퇴사하고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또 코로나로 활동이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이번 혈당 수치는 좀 심각해 보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식후 혈당 400이라면 입원해야 되는 수치라는 둥 심상치 않은 내용도 꽤 보였다.
"바로 병원을 가봐야 하나. 당료 약을 한번 먹으면 뗄 수 없고, 부작용도 있다고 하는데... 젊은 나이에..." 그렇다고 병원을 안 가자니 그동안 악화된 것처럼 더 큰 문제가 생길까 걱정됐다. 아버지가 당뇨병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것도 마음에 걸렸다. 우울. 우울. 우울. 고민. 고민. 고민. 끝에 결정했다.
"어차피 모르고 있었다면 지나갈 것, 우선 한 두 달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해보고, 나아지지 않으면 병원에 가보자."
다시 걷기운동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하루 3시간 2만보 걷기다. 이전에도 걷기 운동을 했지만 집-도서관 7k, 1만보 정도 거리였다. 시간으로는 1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이 거리를 왕복하곤 했지만, 한 번에 이어 걸은 적은 드물었다. 2만보 걷기는 확실히 1만보, 일상 걷기와는 다르다. 먼저, 걸리는 시간이 2시간 반에서 3시간, 하루 24시간 중 최소 10%는 집중해 투자해야 한다. 거리도 14k 남짓, 집이 있는 온천장에서 부산역 일터(지하철 15개 역)까지로, 도심의 끝과 끝을 가로지르는 거리다. 과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도 거의 1시간 걸리는 이 거리를 걸어갈 수 있을까. 그럼에도 2만보 걷기를 작정한 이유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어떤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야 했다. 그러기에 1시간 1만보 걷기는 평소 건강상 문제없을 때 하는 생활운동 정도로 느껴졌다. 3시간이 넘을 경우는 부담이 커 꾸준히 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우선 이전에 효과를 본 2만보를 강도 높여 이어 걷기 하고, 경과를 보며 다음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 2만보 이어 걷기를 시작하자마자 즉각 효과가 났다. 식전 혈당은 120대, 공복 혈당은 150대로 떨어졌다. 거기에 식사량도 절반 이하로, 밀가루 음식을 줄이고 야채, 단백질 위주로 했다. 야식도 끊었다. 그러자 1주일 후 아침 공복 혈당이 120대로, 한 달이 채 안돼 100대까지 떨어졌다. 걷기 강도는 처음 3주는 주 3-4회 정도 2만보 걷기를 하고 다른 날도 가급적 1만보 가까이 걷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2달은 주 2회 정도 2만보 걷기를 해서 총 3개월 정도 지속했다. 그 결과 한 달 반 지나서 재 본 몸무게는 10k나 빠져 있었다. 깜짝 놀랐다. 그 이후로도 몸무게는 쑥쑥 빠졌다. 뱃살이 쏙 들어갔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후 오히려 저체중이 우려되어 식사량은 2/3 정도로 돌렸다(당 수치 높은 음식은 주의). 운동도 그냥 일상 활동 정도 하지만 체중과 줄어든 혈당 수치는 그대로다.
혹시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가. 움직이기 싫고 삶이 정체된 것 같은 무기력증에 몸서리치는가.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걸어보자. 숨이 턱에 차올라도 좋다. 집에서 회사, 도서관, 등산로 등 2만보 걸을 만한 거리를 찾자. 한 시간, 두 시간 정신없이 걷다 보면 몸에 쌓인 찌꺼기들을 모두 쏟아낼 수 있다. 뱃속 기름기도, 잡다한 생각도, 상한 감정도, 다 털어버리고 새 길을 걷자. 원래 자신의 모습대로 밝고 활기찬 기운을 맘껏 뻗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