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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Jan 01. 2022

다시 글로 써보는 새해 계획

1인 기업형 인간의 실행법_계획갱신

계획이 무계획보다 낫고, 글쓰기가 안 쓰기보다 낫다. 퇴사 후 오롯이 3년을 쉬어보고 내린 결론이다. 쉬었다고 해서 마냥 논 건 아니다. 마음이 시키는 것만 했다. 퇴사자의 가장 큰 장점. 아무도 시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함정은 마음간사하다는 것이다. 가끔은 내 마음이 어떤지 나도 잘 모른다. 그때그때 다르다. 그것도 자신의 성격이 상황 적응형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 때 유행했던 mbti 성격검사로 치면 P(인식) 유형을 가진 사람이다. 계획적인 J(판단) 유형에 비해 즉흥적이다. 한 가지 계획을 원칙과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꾸준히 실행하기 어렵다. 장점은 주변 상황에 잘 적응하고 융통성을 발휘하기 좋다는 것. 자유롭고 불확실성을 잘 참아 넘긴다. 지금 같이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팬데믹 시대에 유리하다. 이런 P형 인간에게는 특히 계획이 중요하다. 그것도 종이나 파일에 기록해두면 좋다. 언제 어디서나 꺼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길을 잃지 않는다. 원하는 삶의 방향, 인생의 목적지를 향해 꾸준히 나갈 수 있다.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편하고 즐겁게 살면 되지 않겠냐고? 해보니 잘 안됐다. 목적을 잃은 삶은 쉽게 좌초한다. 작은 어려움에도 낙담하고, 아무리 많은 시간이 주어져도 방탕하기 일쑤다. 병든 닭처럼 영혼은 시들고 사는 의미 빛을 잃어간다.


이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마음을 시키며 살기로 했다. 그 방편이 다시 계획을 앞세우고 글을 쓰는 삶이다. 물론 전제는 있다. 계획과 글이 자기 마음의 가장 좋고 진실된 상태에서 나온 것이어야 한다. 계획을 세울 당시 처음 마음도, 중간중간 계획을 따르지 않고 멋대로 살고 싶은 마음도 다 자기 마음이다. 다만 어떤 마음이 더 신뢰할만하가. 진짜 자신의 모습, 평생의 추구하는 바에 가까운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답은 무엇보다 본인 자신이 더 잘 안다. 새해 벽두에 세우는 계획은 그래서 중요하다.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시간의 매듭이 지어지는 그 순간이 얼마나 귀한가. 이때가 주위의 분주한 모든 것을 잠깐 내려놓을 시기다. 자기 안의 깊은 곳을 들여다 보고 지나간 일들을 살피는 계기가 된다. 이후 쏟아지는 새 열망과 기대는 두 손 모아 하얀 종이, 모니터 위에 가득 담아내면 된다. 이런 충만한 상태에서 세운 계획이야말로 매년, 평생을 헌신할만한 삶의 토대가 된다. 이 계획을 연, 분기, 월, 주, 하루, 시간, 분, 초 단위로 쪼개 추종해 나가면, 처음 마음먹은 목표대로 삶과 일을 정렬해 나아갈 수 있다. 그렇다고 슈퍼맨이 아닌 이상 매 순간 이런 상태로 살 순 없다. 초점이 흐려지기도 하고, 탈진할 때도 있다. 일상생활에 치여 이런 계획 자체를 까마득하게 잊고 사는 경우도 예사다. 그렇지만 잊지 말자. 이런 계획이 있었다는 사실을(없으면 새로 만들면 된다). 중요한 건 언제라도 돌아올 인생의 중점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는 하는 것이다. 비록 잠깐 그 길에서 벗어났다 할지라도 언제든 다시 붙들면 되니까. 포기하지 않고 버티며,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마음을 다잡고 글로 새해 계획을 끄적이자 이전에 세워둔 목표가 생각났다. 한 장 사업계획서를 꺼냈다(이전 글 '꿈, 계획, 실행을 한 장에 끝내는 3D 목표법' 참고). 나에게 이렇게 근사한 계획서가 있었단 말인가. 새삼 놀랐다. 그동안 얼마나 계획과 무관한 삶을 살았. 잠깐 동안 윗부분(전략목표와 성과지표, 실현성 등)만 수정했다. 크게 수정한 부분은 총 목표달성 기간이다. 이전에는 3년 내 계획을 이루는 게 목표였다면, 이 기간을 10년으로 늘려 잡았다. 3년 내내 놀았으므로, 이 계획은 거의 원점과 같다. 덕분에 딱히 새로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었다. 퇴사 후 열정이 가득했던 시간만큼 세상이 호락호락한 건 아니었다. 종이에 적은 목표가 현실로 튀어나오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다시 실행의 양을 채워야 한다. 이전에 세운 목표에 어느 정도 근접한 건 부동산 경매투자다. 실현도가 이전처럼 70~80%이고, 올해는 2년이 지나 팔 수 있는 물건도 2개 생겼다. 그 외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실현도가 10% 늘었다. 물론, 코로나로 여행객이 거의 줄었지만, 통임대, 모임공간 대여 등 새로운 사업 가능성을 찾았다. 러시아 통역관련 사업은 코로나로 해외 교류가 끊겨 진전이 거의 없고, 1인기업 목표도 지지부진하다.

사업 실행과 글쓰기 관계도 다시 한번 정리했다. 한때 글 쓰는 시간을 줄여 실행에 더 힘쓰리라고 생각했다. 브런치 글 발행도 멈췄다. 그런데 이건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반대다. 글쓰기가 사업과 연관성만 잘 살리면 도리어 실행에 도움이 된다. 동기를 유지하고 목표에 집중할 에너지를 준다. 한 2년 코로나를 핑계로 방탕하게 살아본 결과 얻은 반성이다. 글이 삶을 조금 앞서가면 어떤가. 현실을 자극하고 중요한 것을 몸속에 새겨준다면 너그럽게 봐주자. 계획을 실현하는 건 어떤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멘탈이다. 1인 기업을 위해 듯한 자체 계획과 기간별 점검도구, 일일 일지까지 만들었지만 마음이 흐트러지자 모두 쓸데없었다. 이제 그 마음을 지키고, 시키려 한다. 고한(?) 새해 계획에 순복 하고, 그 과정결과를 글로 토해 영원에 봉인할 때까지. 독립 직업인, 1인 기업형 인간을 향한 순례의 여정을 오늘도 한걸음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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