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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Jan 21. 2022

자기 분야 일가를 이루는 법: 포럼의 쓸모

글로벌 창직포럼_프로젝트의 탄생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관련 경험과 전문성이 쌓인다. 독보적인 자신만의 명성과 차별적 일처리 능력을 지니게 된다. 여기 더해 이런 역량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하고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다. 이럴 때 비로소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룰 수 있다. 대체 불가능한 중심자적 역할을 가지고 한 분야를 이끌어나갈 리더십이 생긴다. 자신의 목적을 여러 사람의 힘을 모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이건 조직도, 개인도 마찬가지다. 혹시 이렇게 일가를 이루고 싶은 분야가 있는가? 이걸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유용한 한 가지가 바로 포럼 행사다.  


이전 회사는 한 도시의 국제교류를 전담하던 공공기관이었다. 기관의 목적은 도시의 글로벌화를 이끌기 위한 사업들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었다. 그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조직이 되어 도시의 이해 관계자들을 아우르고 중심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었다. 해외 도시와 교류, 거주 외국인 지원, 시민 국제화 등 맡은 분야도 다양했다. 각 부서들이 했던 사업들도 이것저것 셀 수 없이 많았다. 근 10년간 일한 부서에서도 여러 행사와 온,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이 일이었다. 분야별 전문가 양성, 외국어 강좌, 창직 아이디어 공모전, 해외 시장진출 설명회, 친선의 밤, 해외방문단 유치 워크숍, E-뉴스레터 발행, 인터넷 정보센터 및 온라인 상품관 운영, 국제 학생문화 교류,  동포초청 간담회, 의료연수단 방문지원, 경제포럼 개최 등 매년 10여 개 넘는 사업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모두 1인이 담당했던 업무다. 1개 사업이 기획에서 진행까지 최소 2-3개월이 필요하다면, 한 달에 몇 개씩의 일을 병행한 셈이다. 그런데 이 많은 일들 중에서 1개만 할 수 있다면, 단연 포럼을 선택하겠다.


왜 포럼인가. 포럼은 이 모든 사업을 아우를 수 있는 형태적 유연함을 지닌다. 흔히 우리가 아는 행사로 1회성 모임의 성격을 가지기도 하지만, 사무국 같은 상설 기구로 연중 운영이 가능하다. 연 1회 날짜를 정해 포럼을 연다면 소위 해당 분야 모든 사람들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를 열 수 있다. 함께 한 가지 목적을 공유하고 협력해나갈 큰 장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나 제안들을 연중 작은 사업들로 쪼개 실제 실행해 나갈 수 있다. 같은 목적의 다양한 사업들을 따로, 또 같이 동시에 추진해 나갈 종합적 틀이 바로 포럼이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로 하면, 여러 주체 간 복합 사업의 훌륭한 '플랫폼'이 된다. 이 폼은 행사를 통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형태로 구현할 수 있다. 또한 포럼은 가장 대중적이고 참여자 간 함께할 수 있는 열린 포맷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컨벤션, 콘퍼런스, 심포지엄, 세미나, 워크숍 등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그것이다. 이런 행사는 참여가 한정적이며 보다 전문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포럼 행사를 주최하면 자기 관심 분야에서 중점 어젠다 설정하고 선도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지식 공유는 물론 인적 네트워크를 키우고, 새로운 협력사업을 발굴할 기회를 얻는다. 특히 국제분야의 경우 포럼은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국제사업의 두 축인 해외 인사 초청과 파견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주제별 사업들을 연계해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럼은 한 개인도 열 수 있다. 그 분야의 경험과 약간의 전문성, 사명감만 있으면 된다. 이전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1인 행사기획사처럼 일했다. 부서원이 1명이었기 때문이다. 그중 포럼을 기획하고 진행했던 일은 가장 도전적이고 짜릿했던 경험이다. 포럼은 직장 첫 해부터 구상했지만, 실제 사업은 5년이 지난 후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1인이 맡아 하기에 도저히 불가능한 규모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감이 붙었다. 행사에 대한 이해도 쑥쑥 자랐다. 결국 나홀로 부서였지만 약간 덩치가 큰 포럼 행사도 시도해볼 수 있었다. 1회 때는 2개 도시에서 5명의 해외인사를 초청했다. 본 행사는 지역 경제인, 공무원, 학계 전문가 등 100여 명이 모여 치렀다. 지역 간 경제교류가 주제였다. 포럼은 회차를 거듭하면서 커졌고 내실을 기했다. 직접 진행한 마지막 회에서는 3개 도시 10여 명까지 해외 초청인원이 늘었다. 당일에는 170여 명이 모였고, 기업 간 비즈니스 교류회, 법률 세미나, 청년 창업취업 간담회, 창직 공모전 작품전시 등 등 특별 행사가 더해져 성황리에 마쳤다. 관계자들이 한 데 모여 주제 분야 발전과 협력 관계를 키우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이 행사는 더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커졌고, 부서를 옮기면서 다른 여러 포럼도 관여하고 개최하는 경험이 늘었다. 


이런 규모 행사를 면서 1인 기획사의 한계를 절감하기도 했다. 혼자 대부분의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한 결과다. 빠르게 일사천리로 일을 추진할 수 있었지만, 당일 정말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판이었다. 행사 사회, 모니터링, 상황 대처까지 모든 업무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20여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와 분담 직원, 각 분야 담당이 따로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같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행사일수록 업무 초반부터 철저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그래야 각자 영역에서 자발적, 자동적 업무 수행 가능해져 전체 차원의 연대 매끄러운 행사 진행이 가능하다. 반면, 이런 경험이 시사하는 바는 있다. 주변에 보이는 대형 포럼 같은 행사도 얼마든지 1인 기획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퀄리티 있는 소품과 장비, 투입 인력 등 디테일에 따라 드는 비용은 몇백에서 몇천, 억 단위까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행사 자체는 분명 경험 있는 개인이 충분히 진행할만하다는 것이다.


포럼은 개인에게도 유용하다. 직장 다닐 때 개인적으로 글로벌역량개발 포럼을 연 적이 있다. 직장내 경험과 자신의 비전을 결합한 새 직업능력 개발이 목적이었다. 월 1회 정도 간격으로 관심자들끼리 모여 한 주제를 공부하고, 새로운 협력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다룬 주제도 글로벌인재, 다문화, 해외시장 개척, 중국 비즈니스, 해외 교육여행 등으로 다양했다. 한 분야 일가를 이루고, 직장 밖 관심자들과 지적 교류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자 한 것이다. 발제도 참여자들이 돌아가며 맡았고, 공동 운영의 구상도 나눴다. 이제 다시 포럼을 준비해보고자 한다. 명칭은 '글로벌 창직포럼'이다. 직장을 나오며 구상했던 첫 사업이다. 비록 코로나 때문에 진척이 없었지만, 올해 다시 시동을 건다. 다시 세계가 열리길 바라며 재개하는 일이다. 그 세계는 코로나로 막힌 여행길이기도 하지만 세계를 향해 열었던 자신의 잃어버린 꿈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포럼이 열어갈 세상은 각국에서 여행자들이 다시 몰려오고 세계 어디든 다니며 자유롭게 일하는 노마드 라이프이자, 우리의 꿈과 상상이 세계의 직업이 되는 '드림 잡'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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