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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Jan 28. 2022

행사를 책으로 바꾸는 기획 '오라소'

글로벌 창직포럼_행사 콘셉트

행사의 꽃은 무엇일까. 기념식? 축하공연? 경품추첨? 보는 시각에 따라 저마다 답변이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의전이야말로 행사의 꽃이라 한다. 기념식 VIP 의전만 잘 치르면 행사는 자동으로 돌아간다. 행사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 평한다. 실제 이때 모든 VIP가 총출동하고, 전 스텝이 촌각을 다투며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뛰어다닌다. 참석자들의 관심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행사 주최사의 최고 결정권자, VIP 고객, 협력 후원사들이 만족하고 발걸음을 돌리다면 그야말로 안심이다. 주최사의 노력을 인정받고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행사 운영사의 향후 사업에도 든든한 지원을 업을 수 있다. '그린 라이트'가 켜진 것이다. VIP 의전이 끝나면 온 힘을 쏟은 탓에 맥이 탁 풀린다. 이후 행사는 '일반 대중'에 의해 순풍에 돗을 단 듯 흘러간다. 사실 이렇게 난리를 쳐도 행사는 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때가 많다. 모두의 기억 속으로 사라질  뿐이다. 그 감동이나 추억도 영원하지 못하다. 하지만 남는 것은 있다. 바로 행사 결과집, 자료다. 그것만이 유한한 기억을 대신해 행사의 진실을 대변하고, 그 가치를 보존한다. 자칫 간과할 수 있는 이 행사 기록이야말로 사업의 결실이자 숨은 꽃이다.


행사 결과집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까. 일반적인 건 결과보고서 형식이다. 돈이 들어가는 모든 사업은 보고서를 통해 결산을 한다. 집행한 예산, 참석자수, 각 파트별 진행경과, 성과와 반성, 참석자 반응과 후기, 사진과 보도자료까지 촘촘한 기록을 덧붙인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면, 브로셔나 성과집 같이 자료를 따로 떼어내 홍보용 책자로 만들 수 있다. 여기에는 참가자나 행사 관계자를 위한 기본 정보에 감동과 교훈, 참고점 등이 들어간다. 활동 사진과 함께 참가자 소감문이나 인터뷰 같은 개인적 감상을 싣기도 한다. 국제회의 같이 큰 행사는 좌석배치도, 행사흐름 같이 모든 세세한 자료도 첨부해 손바닥만큼 두꺼운 백서 형태로 발간될 때도 있다. 이 모든 것이 기록을 보존하고 성과를 확산하기 위한 장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행사의 모든 정수가 담긴 소중한 자료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우려다. 공식 기록의 특성상 그 내용과 형식, 발행 부수까지도 일반 대중 서적과는 용도가 다르다. 그래서 행사와 직접 관련 없는 일반인들이 관심을 갖고 읽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있다. 힘들여 만든 책자가 창고에 처박혀 있다가 파기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런 행사 자료가 기획 출판물로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서점과 도서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책자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만 가능하다면 그것 자체로 행사는 어느 정도 성공이다. 행사의 의미는 주최사의 운영 목적에 따라 기획 의도를 널리 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여자나 이해 관계자 절대다수의 원하는 반응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행사 참가자는 소수에 그칠 때가 많다. 장소나 시간 등 물리적 제한 때문이다. 하지만 책은 무한 확산이 가능이다. 잘만 팔린다면 1판 1쇄, 2쇄, 3쇄 등 계속 찍어낼 수 있다. 1쇄에 1-2천 권의 책이 나간다 쳐도 엄청난 파급효과다. 축제 같이 완전 오픈된 대중 행사를 제외하고, 시공간 상의 인원이 제한된 웬만한 행사 참가자 수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요즘 같이 모이기 힘든 코로나 시대에는 더 유용한 방식이다. 많은 사람이 보기는 하지만 TV프로그램이나 뉴스 같은 1회성 언론과는 또 그 효과가 다르다. 책은 독자가 두고두고 소장하며, 그 내용을 탐독한다. 잠재적 참여자와 협력자를 만들어 낸다. 기획 출판물은 돈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인쇄를 받는다. 물론 책을 내줄 출판사를 는다는 전제다. 그럴 수 없다면 자체 독립 출판물 제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적정 독자 수만 확보 가능하다면 결과집 만들 비용으로 책을 찍을 수 있다.


책이 될 만한 행사 기획은 어떤 것일까. 팔리는 책 콘셉트를 잡는 데 그 비결이 있다. 행사 전에 미리 행사 후 만들 책 콘셉트를 잡고, 그 기획을 행사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래야 팔리는 행사, 책이 될만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 팔리는 책이 되려면 시대의 트렌드, 독자 수요로 검증된 시장성, 자신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자기의 정체성을 살리되, 독자가 따라 해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유익을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처음부터 행사의 콘셉트를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자신만의 목적이 아니라 책이 될만한 기획으로 행사의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 행사 초기부터 모든 활동을 모아 책을 만들겠다는 확실한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행사 참여자 모두가 기획 의도와 목적을 공유하고, 공동 집필진으로 활동할 수 있다. 참여자도 애초 책의 콘텐츠 구성에 맞는 특기와 적성을 가진 사람들로 선발할 수 있다. 행사 일체의 과정을 자료화하기 위해 사전 조사와 탐방, 인터뷰 등 기록 활동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행사 결산과 함께 목표한 책자를 발행하고, 일반 대중과 사업의 결실을 향유하며 확대 재생산이 가능해진다.


이번 글로벌 창직포럼의 콘셉트는 이렇게 글로 쓰는 행사로 잡았다. 일명 '오라소- 오픈 라이트 소싱 프로젝트(Open Write-sourcing Project)'다. 창직 글쓰기의 한 방법이다. 글로 책이 될만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 과정 일체를 오픈해 참여자와 자원을 조달한다. 집단 지성으로 공동 집필, 집행진을 구성한다. 이후 그 결과를 다시 책이나 자료집 등 하나의 완결된 글로 엮어낸다. 그러므로 지식과 경험의 선순환을 확대하고 행사의 파급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일의 진행 과정을 사전에 글로 써 독자 참여를 이끌어내는 프로젝트는 여럿 있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차이라면 행사 진행자의 핵심 콘텐츠 전수다. 자신의 중점 역량이 있는 사업의 진행 경험과 지식, 기술을 글로 풀어쓰는 것이다. 그럼 읽는 사람들도 해당 분야 업무를 진행하기 위한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자신의 일에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진행되는 포럼 추진 과정을 실시간으로 읽으며 독자로 참여한 경우, 자신의 분야에서 유사한 포럼을 만들어 주최자로 활동할 수 있다. 또 이 프로젝트의 지향점은 결과를 미리 예단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러므로 독자들의 참여를 이끌고 새로운 미래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 독자는 지식공유 및 행사응원자, 자원봉사자, 분과세션 및 부대행사 진행자, 해외참가자 초청자, 행사 장소나 물품, 식사 제공자, 사업 파트너 등 다양한 형태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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