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섭 Feb 28. 2020

한-러 수교 30주년, 다시 러시아로

방구석 유라시아 탐방#1_인연

가진 모든 걸 팔아 러시아를 샀다. '올인' 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젊은 날 러시아는 내게 숨은 진주와도 같았다. 꿈의 땅이었다. 당시 러시아는 1991년 구 소련 붕괴와 함께 세계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망한 나라, 러시아의 뭐가 그렇게 한 청년을 매료시켰을까.


세계에서 가장 넓은 땅, 도스토예프스키와 차이코프스키를 배출한 문화예술 강국, 세계 최초 우주선 발사 등 수많은 수식어가 러시아를 따라다닌다. 그 모든 것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단어가 있다면 단연 '잠재력'이 아닐까. 한 때 미국과 세계를 양분했던 강대국으로, 군사력과 영토, 자원 등 하드 파워뿐만 아니라 문화, 과학기술, 사상 등 소프트 파워를 함께 가진 나라가 러시아였다. 과거 급격한 체제 변화로 혼란을 겪었지만, 미래에는 세계사적으로 다시 그 역할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특히 러시아 극동 지역은 한국과 비행기로 2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국, 일본에 못지않게 가까운 이웃 나라인 것이다. 요즘은 블라디보스토크 같은 곳이 언론이나 관광 교류를 통해 많이 알려져 조금은 더 친숙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실제 거리나 가능성에 비해 주변 주요 협력국가들 보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도 새롭게 해 볼 일이 많은 나라가 러시아이기도 하다.


앞으로 맞게 될 통일 한반도 시대에 러시아는 핵심 역할자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간 철도가 연결되면 부산에서 러시아, 중국 등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것은 일상이 된다. 유라시아 시대, 분단 없는 진정한 대륙철도가 열린다.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가 시작되는 것이다. 구 소련 붕괴로 동서 냉전의 벽이 허물어지고 세계가 자유롭게 왕래하며 다시 부흥기를 맞은 것처럼, 또 다른 세계 부흥의 역사가 통일 한반도를 중심으로 쓰여질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우리나라에도, 늘 대립하던 대륙과 해양 국가 사이에도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이렇게 유럽과 아시아, 동서양이 융합하는 유라시아 시대에는 러시아가 더 주목 받을 것이다. 그 이유로 러시아야말로 노르웨이와 핀란드, 폴란드 등 북동부 유럽과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중국, 몽골, 북한 등 중앙아시아에서 동북아시아까지 14개 국가와 접경한 진짜 유라시아 국가이기 때문이다. 150여 소수 민족이 공존하는 다양성과 동, 서양인이 섞인 듯한 독특한 국민성은 말할 것도 없다.


러시아와 개인적인 인연은 거의 20년이 됐다. 딱 2000년 이맘때쯤 러시아로 유학을 떠났다. 주경야독하던 야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잘 다니던 회사도 그만뒀다. 당시 주변에서는 앞으로 더 좋은 직장 구하기 어려울 거라고 꽤 만류했다. 회사 나올 때는 삭발까지 하고 성공의 각오를 다졌다. 직원용 주식도 다 팔아 유학 자금에 보탰다. 당시 몇 배나 회사 주식이 오른 뒤라 큰돈이 됐다. 첫 직장에서 쌓은 모든 것을 정리해 러시아로 떠났다. 그때 비행기도 처음 타봤다. 노어노문학과를 마치긴 했지만 러시아에 대한 이해도 외국어 실력도 턱없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큰 가방에 잔뜩 챙긴 것은 우주복 같이 두툼한 겨울 옷뿐이었다. 봄이 와도 한동안 제대로 입을 옷이 없었다. 무모한 도전이었던 만큼 유학 생활도 험난했다. 기초 실력 부족 때문에 입학을 거절당할 뻔했고,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들한테 질문 패싱 당하기 일쑤였다. 워낙 회화가 안 돼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희망은 조금씩 싹텄다. 시간이 약이었다. 어느 듯 2년이 훌쩍 넘어 졸업 시점이 됐고, 성실히 공부한 덕분에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졸업했다. 졸업 후 늦게 들어간 군대는 통역병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새로 정착한 고향에서는 국제교류 기관에 러시아 전문가로 재취업했다.


국가 간 인연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 한국과 러시아가 정식으로 수교한 지 30주년이 된다. 이것을 기념하기 위해 한-러 양국은 12개의 공동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한다. 분야는 공동번영, 미래지향, 창의혁신, 열린참여 등 4대 영역이다. 양국 간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외교, 문화, 예술, 청년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으로 협력을 증진하고, 교역액 300억 불, 인적교류 100만 명을 목표로 한다니 가히 기대해 볼만 하다.


여기에 발맞춰 소원했던 러시아 관련 활동도 올해 다시 시작했다. 최근 한 몇 년 러시아 업무를 떠나 있었다. 회사 다닐 때는 경영지원과 다른 국제분야 업무를 오래 맡았고, 퇴사해서는 1인 기업, 글로벌 창직 분야를 우선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관련해서는 지난 경험을 살려 한-러협력협회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러시아 전문 통역과 사업자문 서비스를 먼저 제공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협회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러시아 활동 재개를 앞두고 전에 한 사업과 통역 목록들을 아래에 쭉 정리해봤다. 참 많고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공공기관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업무는 사업 기획부터 행사 추진, 통번역까지 거의 혼자 도맡아 했고, 같이 했던 사람과 분야도 광범위했다.  VIP부터 학생까지, 정치와 경제, 문화, 사회 등 영역도 가리지 않았다. 이 경험들이야말로 모든 젊음을 쏟아부어 얻은 가장 큰 재산이자 앞으로 할 일들의 뿌리다. 올해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더 멋지고 특색 있는 사업들이 각처에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이 과정에서 함께하고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2007년 '러시아 민족올림푸스'상 수상(부산시장)지원 상트페테르부르크 통역출장중, 러시아와 함께 가장 빛났던 젊은 어느날




러시아 관련 사업과 통역 경험

4차 유라시아 대장정 파견 기본계획 수립 및 행사 준비

한-러협력센터 확대 개편을 통한 유라시아협력센터 설립추진

부산-유라시아협력단 극동러시아 파견지원

북러 합작기업 라손콘트란스 초청 나진-하산 프로젝트 설명회 개최, 부산시장과 MOU체결 중개 및 통역

한-러협력인턴 기업 파견 및 취업 연수지원

러시아 관세 및 비즈니스 법률세미나 개최

부산-러시아 친선의 밤 개최

하바로프스크시 교육사절단 부산방문 수행 통역

고려인 이주 150주년 기념 극동러시아 동포초청 및 통역

부산-극동러시아 경제포럼 및 비즈니스 교류회 총괄 기획 및 진행

종합 비즈니스 러시아어 강좌 개최

러시아권 시장진출 설명회 개최

블라디보스토크 학생교류단 상호 교류방문 인솔 통역

청년러시아협력관 양성 프로그램 기획 및 강의 진행

러시아방문단 유치확대 및 수행능력 향상 워크숍 개최

러시아 공중보건의사 연수단 부산방문 지원 및 통역

러시아권 청년창업창직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러시아 부산마케팅 전문가 양성과정 운영

부산-러시아 E-뉴스레터 및 러시아어 비즈니스 레터 발행

부산-러시아․CIS 온라인 상품전시관 개편 및 운영

부산-러시아 정보센터/러시아어 부산홍보 페이지 운영

부산 경제교류단 극동러시아 파견 총괄 및 통역

부산-극동러시아 경제포럼 기획 및 진행

부산-블라디보스토크 학생교류단 상호 방문 및 통역

사할린 동포대학생 방문 초청

극동러시아 관광관계자 팸투어 추진 및 통역

러시아 비즈니스/관광안내 전문가 교육

러시아 전문가 초청특강(동북아지역) 개최

부산-러시아․CIS 온라인 상품전시관 개설

사할린 태권도 공연단 파견

부산-극동러시아 경제포럼 개최

연해주 스파르탁-부산 KT 프로농구단 교류전 중계

부산 관광안내 러시아어 강좌 2기 개최

부산-러시아권 유학생 연합 서포터즈 2차 워크숍 및 팀별 활동

러시아 고려인 모국방문단 부산방문 지원

부산-블라디보스토크 자매결연 20주년 기념 문화교류 추진 및 통역

부산-블라디보스토크 학생교류단 상호 교류 추진 및 통역

토요스쿨 ‘세계로 러시아로’ 개최

부산-러시아권 유학생 연합 서포터즈 발족 및 워크숍 개최

러시아 전문가 초청특강(정치) 개최

한-러협력센터 청년활동가 운영

부산 관광안내 러시아어 강좌 개최 및 러시아권 부산 관광홍보 페이지 구축

러시아권 유학생 대표자 간담회 개최

한-러협력센터 자문회의 개최

부산-러시아 정보센터 운영 및 E-뉴스레터 발행

재부산 러시아권 유학생 송년행사 개최

비즈니스 러시아어 강좌 기획 및 운영

러시아 교류협력 전문가 양성과정 기획 및 운영

블라디보스토크시 교육방문단 부산 방문

블라디보스토크시 문화교류단 초청 공연

제1회 부산-극동러시아 경제포럼 개최

부산 경제교류단 극동러시아 파견 총괄 및 통역

러시아 연해주 하산 농장 투자개발 관련서류 번역

부산-블라디보스토크 교사학생교류단 상호 방문

블라디보스토크시 교통국장 방문단 수행 통역

유엔개발계획(UNDP) 광역두만강개발회의(GTI) 연해주 회의 부산시 대표 수행통역

부산-러시아 소식지 제작 및 발행

직장인 러시아어 강좌 운영

부산-러시아 친선의 밤 개최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 세미나 개최

블라디보스토크시 문화교류단 부산 초청

블라디보스토크시 교육방문단 부산팸투어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 상트페테르부르크 방문 부산시장 일행 통역 및 수행

부산 교사학생교류단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블라디보스토크 창도 150주년 축하 문화교류단 파견 총괄 및 통역

주한러시아 대사 부산시장 예방 통역

주한러시아 대사 부산시의회 의장 예방 통역

부산-블라디보스토크 교사학생교류단 상호 방문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극동러시아 주민, 부산 그리기 대회 기획 및 진행

블라디보스토크 시장 일행 부산 방문 통역 및 수행

블라디보스토크시 창도 149주년 축하공연단 파견사업 기획 및 진행

극동러시아 부산관광설명회 참가 및 진행

블라디보스토크시 교육관계자 부산팸투어 기획 및 진행

‘극동러시아 주민, 부산 그리기 대회’ 수상작품전 부산 개최 기획 및 진행

연해주미술작가 작품전 부산시립미술관 개최 중계

직장인 러시아어 강좌 기획 및 진행

상트페테르부르크시 민관합동대표단 부산 방문 통역 및 수행

극동시베리아 고려인동포 모국방문단 부산 방문 통역

부산의료관광컨벤션 러시아측 참가자 부산 방문 지원

주부산 러시아 총영사 간담회 통역

러시아 수산청장 부산시 부시장 면담 통역

러시아 캄차트카 주 대표단 부산시 부시장 예방 통역

부산-러시아․CIS 청소년 여름캠프 개최 기획 및 진행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교류재단이사장 초청사업 담당

극동러시아 관광관계자 팸투어 기획 및 진행

연해주 국립미술관장 초청사업 기획 및 담당

주한러시아 대사 부산시장 예방 통역

행정부시장 상트페테르부르크시 대표단 오찬 통역

부산시향 러시아지휘자 부산시장 면담 통역

부산-상트페테르부르크 자매결연 체결출장 부산시장 통역 및 수행

부산시 국제자문대사 동북아 지방정부 수반회의 참가출장 통역 및 수행

세계사회체육대회 삼보선수단 부산 방문 통역

한트-만시스키 부지사 일행 부산 방문 수행 및 통역

KTF 농구단-연해주 스파르탁농구단 친선경기 개최 중계

블라디보스토크시 국제관계관광부장 부산 방문 통역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관 부산시 예방 통역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부산 방문시 부산시장 통역

러시아 APEC준비사절단 부산시 예방 통역

러시아 연해주 아르촘 부시장 부산 방문 통역

키르기스스탄 대사 부산시장 예방 통역

부산-러시아 정보센터 홈페이지 제작 기획 및 운영

부산-러시아 소식지 ‘러시아로 열린 창’ 기획 및 제작(2007 ~ 분기별 1회, 총 13회)

러시아 극동지역 대통령 전권대표와 부산시장 조찬 간담회 통역

펜자주지사 부산시장 예방 통역 및 S&T대우 사장 회의 통역

부산시장 상트페테르부르크시 국제관계위원장 면담 통역

부산시장 ‘러시아 민족 올림푸스’상 수상식 통역 및 수행

러시아 대사 부산시장 예방 통역

러시아 펜자시장 부산시장 예방 통역

외국인과 함께하는 2006 어울마당 주부산러시아 총영사 축사 통역

부산외국어대학교 초청 ‘뜨는 러시아, 이루는 내꿈’ 강의

풀리코프스키 한러과학기술경제공동위원회 위원장(장관)과 부산시정무부시장 면담 통역

동북아자치단체연합 총회 러시아담당 통역(부산시장 인사, 부시장 만찬, 부대 행사 등)

부산-연해주 수산당국 및 수산협회 간 MOU 체결 중계

부산시 극동 종합시장개척단 개척활동 수행 및 통역

러시아총영사관 독립기념일 초청만찬 부산정무부시장 축사 통역

동북아자치단체연합 소위원회 대표자회의 러시아어 통역

러시아 펜자주지사 및 시장과 부산 대표단 간 간담회 통역

키르기스스탄 정부대표단 두산중공업 산업시찰 및 경남도청 정무부지사 초청만찬 통역

효성중공업 초고압발전기 기술이전 프로젝트 통역(1개월 간)

광복60주년 및 APEC 기념 한중일러 크루즈 순방사업(평화사절단) 러시아담당 통역

니콜라예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과 평화사절단 대표단 간담회 통역

부산시 주관 한러센타 부속 아르촘 카센타 설립건(천일정기화물 사장단과 러시아 대표단 중역회의) 통역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블라디미르 폰킨 지휘) 한국 순회공연 통역

LG전선 해외기술요원 기술교육 통역

항일독립운동가 성재 이동휘 선생 관련 책자 번역

“알타이 이민족에 관한 베르비츠키 모음집” 책자 공동 번역

검찰청 및 경찰청 통역, 한러비지니스 계약서, 법원소송 관련문서 번역 외 다수


매거진의 이전글 행사를 책으로 바꾸는 기획 '오라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