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야를집약하는포럼을열기 위해 먼저 있어야 할 것은? 바로 안목과 전문성이다. 해당 분야를 이끌고 참여자 간 중심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포럼 주제, 어젠다 세팅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주제가 어떠냐에 따라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도가 달라진다. 진부해 미리 김이 빠지거나,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행사 키워드, 다루는 주제 자체가 그 행사 주체의 실력이자, 성공 여부를 가늠해보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그럼 어떻게 이런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바로 공개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다. 공개 정보란 가장 보편적으로 언론, 뉴스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인터넷 검색 등으로 누구나 동일하게 접근 가능하고, 제한 없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이기도 하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오늘날 검색 능력 하나로도 웬만한 첩보원 버금가는 정보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전에 '공첩단'이란 곳에서 군 복무를 한 적이 있다. 풀어서 쓰면 공개된 첩보를 수집하는 부대다. 첩보 부대라니. 처음 들을 때 이름에서 풍기는 뭔가 신비함이 있었다. 군생활 내내 자부심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비록 007이나 시크릿 에이전트 같이 비밀 임무나 첩보를 다루는 곳은 아니었지만, 각종 정보 특기자들이 모인 곳이었다. 통번역 부서인 경우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를 전공했거나 유학, 장기 해외 체류 경험이 있어야 갈 수 있었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다름 아니라 바로 매일 뉴스를 보는 것이었다. "군대 임무가 뉴스 보는 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심지어 24시간 조를 짜서 쉬지 않고 돌아갔다. 보안이 잘 갖추어진 지하 벙커 안이 근무지였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것 같은데, 실상은 뉴스 청취가 주 업무였던 것이다. 해외 주요 TV 채널, 통신사 등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뉴스를 모니터링하는 일이었다. 해외 전문 인력을 투입하고, 국방을 책임지는 부대가 운영할 만큼 공개 정보도 때론 첩보가 될 수 있다. 활용방법과 보는 관점에 따라 그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공개 정보를 활용해 전문성을 쌓으려면 어떻게 할까.
먼저한가지키워드를정해 집중해야 한다. 사소한 것 하나부터 관련 동향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전 부대 있을 때 키워드는 군대 특성상 당연하겠지만 '북한'이었다. 해외 언론에서 다루는 북한 관련 소식을 '빠짐없이' 수집하는 것이 임무였다. 때론 핵실험을 하거나 무슨 사건 사고 등 엄청난 뉴스거리를 다루기도 했다. 하지만 그냥 웃고 넘어갈 가십성 이야깃거리도 있었다. 한날은 뉴스를 듣고 있는데, 북한의 한 할머니가 밭에서 무슨 일을 겪은 엉뚱한 기사가 나왔다. 근무 교대 시간도 되고 해서, 이 뉴스를 번역하지 않았다. (뉴스 목록에 적지도 않았다.) 그리고 선임자한테 업무 인수인계를 했는데, 그날 난리가 났다. 엄청 갈굼을 받았다. 수집 대상 정보를 고의적으로 은폐, 묵살했다는 이유였다. 대단한 소식이 아니더라도 모든 정보를 수집한 뒤 관점에 따라 취사선택하면 두꺼운 책자가 나왔다. 매일 하는 일이 이런 책 1권을 만들어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위한 첫 번째 원칙이 어떤 정보도 자의적 판단으로 누락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상대 국가가 대북 관계를 보는 관점, 새로운 관련 동향 등을 참고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여러 나라 정보들을 비교해 보고, 크고 작은 관련 소식을 샅샅이 파헤치다 보면 어느 순간 통찰력이 생긴다. 그 분야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쑥 자라게 된다. 때론 사소한 것, 심지어 소식이 없다는 것조차 정보가 된다. 상대방의 관심 분야와 그 정도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 직장에서 출근해 자리에 앉으면 하는 일도 그것이었다. 한 가지 키워드를 정해 매일 최소 30분 이상 녹색창에 그 분야 뉴스를 검색하는 것이다. 그 키워드는 '부산 러시아'였다. 한 지역의 대러시아 교류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오래지 않아 그 분야 최고 전문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꾸준함이다. 사소한 것 하나도 계속 보다 보면, 그 분야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된다. 자기 확신과 열정이 생긴다. 빠른 상황 대처가 가능하다. 이전에 업무 관련 뉴스를 모니터링하다가 무슨 단체나 사업이 생겼다는 소식이 나면 직접 가보거나, 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면, 그것을 주제로 강의나 세미나를 열었다. 해외 관련 인사 초청 등을 통해 그 분야 이슈를 선점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를 지속하다 보면 변화되는 정도를 민감하게 체감할 수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할 시점 등을 조기에 파악하고, 파급될 효과나 그 영향력 등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전 직장에서 지역 간 무비자 동향을 꾸준히 파악한 덕분에 실제 적용 시점에 빠르게 관련 사업을 만들 수 있었다. 지역 관광 확대나 비즈니스 활성화 등의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관광이나 경제 분야 전문기관도 여럿 있었지만, 해당 트렌드에 있어 이런 기관들을 모아 협력사업을 만들고 한 발 앞서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거기에다 어느 정도 해당 분야 배경 지식이 있으면, 공개 정보를 통해서도 실제 그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 내막을 유추해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해석 능력을 통해 단순 정보의 가치를 첩보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은 응용력이다. 아무리 좋은 정보도 자신만의 강점과 자원이 십분 더해져야 한다. 그래야 그 분야에서 차별적 역량을 키우고 선도자가 될 수 있다. 남의 소식이 비로소 자신만의 정보, 노하우가 된다. 이 자원에는 물질, 시간, 인맥, 지식과 노하우, 열정, 기반시설과 장비 등 다양한 측면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를 자기 분야에 응용해 독자 프로젝트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전 새로 개발협력팀 업무를 맡았을 때였다. 개발협력이란 ODA(공적개발원조)라고도 말하는데, 이웃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흔한 예로, 주위에서 보는 KOICA(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 파견 같은 일이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다. 그 외에도 학교나 병원, 산업시설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나 프로젝트성 사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한날은 이런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지역의 한 기관을 방문했다. 노하우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 컸다. 한 대학 부속 개발협력팀이었는데, 그 비결을 물었다. "구체적으로 그런 성과를 내기 위해 하루 일과 중 가장 우선 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답변은 "매일 컴퓨터를 켜면 먼저 하는 일이 정부나 KOICA 등에서 관심 프로젝트와 관련된 새로운 공모 사업 등의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뭔가 기대했던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의 기관과 연계해 할 수 있는 일이면, 공모 일정에 맞춰 미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응모한다고 했다. 부속 병원을 갖고 있었던 자기 대학의 강점을 살려 병원 인프라, 의료진들을 활용한 사업이 주로 그 대상이었다. 덕분에 큰 프로젝트들을 여럿 수주해 진행할 수 있었고, 연간 관할하는 사업 총액만 몇백억에 달했다. 그렇게 해서 담당자 수준에서 하던 일은 전담 부서가 만들어질 정도로 커졌다. 대학 전체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 냈다. 한번은 당시 대통령 해외 순방 시 자기 대학 프로젝트가 정상 회담 의제에 올라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덕분에 대학 지도부는 물론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 비단 공모 정보뿐만이 아니다. 일반 정보도 이렇게 자신만의 자원과 연계해 주도적인 프로젝트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보의 가치를 최대화하고 일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그 분야를 이끄는 중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공개된 정보는 비로소 자신만의 '비밀 병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