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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Mar 18. 2022

성공 행사추진 일정과 마감시간의 비밀

글로벌 창직포럼_일정

올해 글로벌 창직포럼은 무사히 열 수 있을까? 벌써 3월 중순이다. 회사에 있었다면, 이 정도 진행이면 한참 갈굼이나 눈치를 받고 있을 것. 계획한 행사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주요 행사는 보통 지난해 말 예산과 기본 계획이 수립된다. 그리고 이듬해 1-2월에는 세부계획이 확정된다. 이 기간이 사실상 문서상 대외 협력이 가능한 마지노선인 셈이다. 해외 초청, 파견 사업의 경우, 방학이나 휴가 등의 일정을 고려해 여름 시즌 전에 사람을 모으고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이미 3월이 넘어가면 바빠지기 시작한다. 본 행사 일정은 10월이 가장 시기적으로 좋은 때다. 휴가도 충분히 끝나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적 혜택을 볼 수 있어서다. 업무적으로는 여러 행사가 겹쳐 조금 바쁠 우려도 있다. 11월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한해 결산과 맞물려 슬슬 일정에 쫓긴다. 12월 행사는 잡힌 예산을 쓰기 위해 마지못해 하는 느낌이다. 관심이 파묻히기도 해서 연말 송년 행사가 아니라면 이 기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행사추진이 더딘 이유는 여러 가지다. 외부 상황 때문일 수도 있고, 누군가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내부적으로 예산이나 인력 등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건 담당자의 성향과 역량이다. 일하는 사람 자체가 시큰둥하면 행사를 탄력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신명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을까.


나 같은 경우, 일이 시들해진다는 것은 혁신할 때라는 신호다. 창직글쓰기도 얼마 전 도입한 시즌2에 이어 벌써 내부적으로는 시즌2_1을 맞았다. 창조적 파괴를 통해 기존 방식을 깨부수고 한바탕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행사에 있어서 이런 기준을 찾는 것은 더 간단하다. 그저 그런 내용인지, 뉴스거리가 될만한 행사인지를 우선 보는 것이다. 행사 전 항상 보도자료를 내다보니 이런 관점에 익숙해졌다. 잘 기획된 행사는 뉴스에서 먼저 알아본다. 전파력이 크다. 기사 내용을 뿌리면 인용되는 횟수가 많다. 중소 인터넷 매체, 보도전문 통신사, 지역 주요 신문사, 중앙 신문사 및 TV뉴스 등의 순으로 기사를 내줄수록 그 가치가 더 높다. 매력적인 행사 기획이 된 것이다. 나름 그 기준도 정해보았다. 뭔가 새롭고 대단한 것, 지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이슈와 관련된 것, 자신만의 업과 결부된 차별성 있는 것 등 3가지다.


그렇다면 글로벌 창직포럼에 어떻게 이런 관점을 반영할 수 있을까. 본격적인 주제 탐색에 나섰다.

글로벌 창직 분야에서 세상을 흔들어 놓을 만한 야심찬 무엇이 있을까. 이제 곧 코로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전 세계 경제인이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직업 및 비즈니스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새로운 창직(취업, 창업 포함) 트렌드를 이끌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사지가 끊기다시피 한 글로벌 여행길을 다시 여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연관시킬 수 있는 현재 글로벌 이슈는 무엇인지도 살펴봤다.

'메타버스' 안에서  글로벌 포럼을 연다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 세계 질서 변경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는? 코로나로 위축된 글로벌 공급망,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틈새시장을 찾아보는 것은? 글로벌 ESG를 연계해 사회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면?

하는 업에 포럼을 연관시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의 미래 구상을 다시 떠올렸다.

오늘도 나는 꿈을 꾼다. 세계 자유여행객이 몰려오는 곳, 돈으로, 경험으로, 꿈으로, 시간으로, 물품으로, 뭐든 가지고 있는 것으로 요금을 내고 마음껏 머물 수 있는 곳. 중단기 숙박, 문화카페, 교육장, 협업공간, 아르바이트 등 여행과 교류, 일 등이 복합된 글로벌 노마드 협업공간. 여러 나라 친구들을 한 곳에서 사귀고, 해외 물품과 서비스가 온디맨드로 연결되며, 세계에서 들어온 사람 정보와 경험이 축적되어 새로운 비즈니스와 직업, 가치 혁신이 일어나는 곳.

주제 설정 단계에서 꽉 막힌 포럼 구상에 돌파구가 필요했다. 스스로 재밌게 몰입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연관 주제 탐색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지었다. 이제 어느 선에서 수렴해 실제 포럼행사 기획에 반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제 행사추진 단계별 일정을 지킬 수 있을까. 사실 스스로는 행사 마감시간에 좀 관대한 편이다. 그것보다, 영혼이 있는 승부인지, 시간에 질질 끌려 마지못해 하는 행사인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물론 시간에 맞춰 진정 원하는 품질을 내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상황은 좀 복잡해진다. 다른 사람이든 자기 자신이든 약속 시간에 대해 조금은 불편한 진실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시간이 상대적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과 함께 일하다 보면, 무슨 자료 협조 요청이 엄청 많다. 문서에 남지 않는 건 일이 아닌 듯이 '자료 보신주의'로 보일 때도 있다. 자신이 기존에 받아둔 자료로 할 수 있는 일도 조금만 내용이 바뀌어보라. 토시 하나도 다시 양식에 맞게 수정해 적어달라고 한다. 이러니 어떻게 진저리 안 칠 수가 있을까. 꼭 며칠 내 보내달라고 보채면서 정작 자신은 느긋하다. 자기 할 것 다한다. 심지어 당일 자료 보내고 그날 달라고 할 때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 사실 진짜 마감시간은 따로 있다. 그냥 자기가 시간에 쫓기기 싫어 다른 사람에게 빨리 달라고 하는 것이다. 일일이 여기 맞추다 보면 정작 자기에게 중요한 일은 하나도 못할 때도 있다. 물론 겉으로는 서로 합의하지만, 상대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마감시간을 정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진짜 마감이나 목표 시간은 언제인가? 이렇게 사람마다 마감시간이 제각각이라면, 자기 자신에게도 비밀이 있다. 스스로에게 약속했다고 해도, 그 진정한 마감시간은 의식과 무의식, 모든 주변 상황의 총합이 될 수 있어서다. 보통 언제까지 무슨 일을 끝내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의식이 하는 말이다. 무의식의 세계에서는 이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내일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겠노라 결심했다 치자. 하지만 온전히 이루기 위해서는 무의식의 협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매번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다. 반대로 무의식이 인정한다면 4시 기상 소원은 절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소풍 가기 전 같이 설레는 날들은 시계를 애써 맞춰두지 않아도 된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생겨 매일이 소풍 같은 상황에서, 또는 새벽에 깨서 우는 애기가 혹시라도 늘 옆에 있다면 조기 기상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 반대로, 자신이 알지 못하는 몸의 병이 있어 늘 피곤하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일찍 일어나고 싶어도 실천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럴 때는 마감시간을 너무 맹신하지 않는 것이 낫다. 자칫 의식이 과잉적으로 허영을 추구하거나, 마감을 조으는 공무원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만 안달이 나 주변에 아무 필요없는 설레발을 치기도 한다. 이런 일들에 쫓기다 보면 정작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일들을 놓칠 수도 있다. 그래서 스스로 정한 약속, 마감시간은 조금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 '정한 시간'이라는 워딩에 얽매이기보다, 그 정신에 주목하는 것이다. 


의식, 무의식, 상황 조건 등 3박자가 두루 갖춰졌는지 '알아채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때론 자신을 위해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진 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기 위해서다. 그 추구하는 바가 '진짜'라면 언젠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시간에 이루게 된다. 그런 믿음이 생긴다. 생명력 있는 것은 스스로 자라기 때문이다. 바닥에 짓밟혀 죽은 것 같던 잡초가 봄이 오면 다시 푸른 싹을 틔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때 의식의 요구만을 쫓아 강박증을 가지고 살았다. 내적 분열로 마음이 늘 갈등하거나 탈진하곤 했다. 하지만 자기 안팎에서 이렇게 '오롯이 솟아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삶이 바뀌었다.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해졌다. 의식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이나 일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가 한층 수월해졌다.


물론 이런 시간관념은 성향의 차이도 크게 좌우한다. 요즘 유행하는 MBTI에서 말하는 소위 J(판단) 유형은 한번 말한 것은 그냥 그대로 지켜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반대의 P(인식) 유형일 경우 다양한 상황에 적응 가능한 유연한 생활양식을 지닌다. 마감시간도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게으른 태생의 작은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런 삶의 방식은 때론 생존 전략이 된다. 에너지가 유한하되, 관심은 광범위한, 그리고 그렇지 않고서는 하나에만 집중해 오랜 동기를 유지하기 힘든, 직관적 내향인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정된 자원으로 유한한 인생을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한가지 대안이기도 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에너지를 키워 여러 일을 효과적으로 처리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 우선 할 일은 이 포럼 주제와 방향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분기별 워크숍부터 열어보기로 했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우선 뭐라도 가시적인 상황의 진척이 필요해서다. 관심자들과 머리를 맞대다 보면 막연함도 조금 가시지 않을까. 꾸준히 성과를 낸 일 뒤에는 항상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다. 인간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성향 때문이었다. 과연 이 포럼이 스스로 생명력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 의지가 되어 끝까지 갈 수 있도록 누가 함께할 것인가? 지금 계획하는 이 행사는 '진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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