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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Mar 11. 2022

처음으로 유료 코칭 상품을 팔았다

1인 기업형 인간의 실행법_지식서비스

2시간 30만 원짜리 1:1 코칭서비스, 처음이라 5만 원에 올렸다. 86% 할인에다 운영하는 숙박공간 1박 무료 이용까지, 나름 파격 조건을 제시했다. 혹시라도 있을 타 지역 고객을 위한 배려였다. 이제까지 글쓰기 및 독서 모임, 코칭 워크숍, 주제 강의 등 다양한 온, 오프라인 모임을 열었다. 하지만 대부분 공간 이용료와 재료비 정도를 받는 것이 다였다. 우선 참가자를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코로나 이후 개점휴업하다시피 했다. 낯선 공간에 모르는 사람끼리 모이는 것조차 부담이 될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모임 개발도 공지도 점차 뜸해졌다. 최근에도 확진자 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더 이상 마냥 일상을 멈춰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선 시범 사업 형태로 개인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많은 인원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비대면 프로그램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이것은 여러 이유로 우선 고려 대상에서 뺐다. 이렇게 모이는 데 신경 쓰는 이유 하나다. 퇴직 후 추구하는 새 직업개발 방향이 1인 지식기업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 노하우가 상품이고, 전달 방법은 주로 글쓰기, 강의, 코칭 상담 등이다. 그중 유료 프로그램은 모임 형태로 열릴 때가 많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일이고, 자기 자신이 직업이자 상품이 되는 셈이다.


1회(2시간) 30만 원 비용은 1인 기업 활동을 직업화하기 위해서다. 이전 직장인 때 시간당 몸값을 반영했다. 거기에다 직장 대비 불안정한 일의 특성을 고려해 보정한 수치다. 월 10회 20시간 정도면 신입 때 연봉, 20회 40시간 정도면 웬만한 10년 차 직장인 연봉은 벌 수 있다. 일에 드는 시간도 한 주당 직접적으로는 5-10시간, 자료 준비하고 이동하는 간접 시간 등을 다 포함해도 월 10-20일 정도다. 직장인 때 절반의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최소 주 40-50시간을 꼼짝없이 일해야 하는 직장 생활에 비하면 큰 변화다. 나머지 시간은 다른 일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즐길 수도 있다. 풀타임으로 뛴다면 직장인 때 2배 정도 수입은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이것이 목표 서비스 요금의 책정 기준이 되었다. 물론 이렇게 자신의 지식을 상품화해 돈을 벌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표준이 있는 직장 일보다 더 복잡 난해할 수 있다. 하지민 모든 일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힘들다. 직장도 마찬가지. 너무 익숙해 지겨울 정도로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누구나 신입 직원 때의 설움과 수고스러운 기억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방법을 찾고 길을 뚫어 두면, 다음번 하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만든 정보 상품도 두고두고 직업 활동에 써먹을 수 있다. 자신의 지식과 몸뚱이 하나로 평생 먹고 살 머니 파이프라인 구축이 가능한 것이다. 더불어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보람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어떤 하나의 직장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스스로가 직업이 되는 삶을 실천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이것보다 더 행복하고 풍족한 독립적 일이 있을까.


그렇다면 돈이 될만한 지식은 어떤 것인가. 여태껏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 올렸지만 수익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떤 고객 풀도 인지도도 없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 새로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로 상태에서 유료 지식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먼저 분명한 수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전달한 지식을 이용해 돈 될만한 성과를 내든지, 골머리 썩고 처치 곤란한 문제를 해결하든지, 쉽게 구할 수 없거나 꼭 필요한 어떤 분명한 가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꺼이 돈을 주고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무형의 지식 상품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써둔 글 한 편이 지식 상품의 시작이 되었다.


경매 관련 브런치 글 2개를 묶어 1:1 코칭을 해준다는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다. 주제는 '돈벌며 지방 소도시 1년 한달살기', '퇴직금 두 배 불리는 경매 재테크'였다. 경매로 얻은 핵심 노하우를 관심 분야였던 한달살기, 퇴직 등의 주제와 연계해 차별화한 내용이었다. 이 글을 상품 설명서, 가이드 삼아 시범 코칭서비스를 런칭한 것이다.

안녕하세요. 노마드 소액경매스쿨 준비 소식 알려드립니다. 퇴직 후 부업으로 한 부동산 경매 관련 사업인데요. 그동안 매년 부동산 2~3개씩 낙찰을 받으며 쌓은 노하우를 나누고자 합니다. 경매 초보로 시작해 퇴사 후 3년이 채 안돼 총 7채의 부동산을 낙찰받았네요. 지역도 부산을 비롯해 포항, 거제도, 서산, 안동, 김천 등 다양합니다. 덕분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매년 웬만한 직장인 연봉 정도의 수입은 얻었구요. 주로 독학으로 공부하고 혼자 발로 뛰면서 얻은 경험이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금액도 4050 직장인 퇴직금이나 2030의 경우 1-3천 정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과정이구요. 본격 상설 과정 개설 전 우선 1:1 코칭서비스부터 오픈합니다. 부동산이나 여유 자금 불리기 같은 재테크부터 내집마련, 한달살기 여행 여가 관심자까지 두루 활용이 가능하니, 많은 관심과 이용 부탁드립니다~!

사실 블로그 글은 큰 기대 않고 올린다. 이웃 수도 많지 않고 정기 구독자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한 정리 차원이나 혹시 지나가다 한 명이라도 보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바람이다. 이 글도 그냥 그렇게 지나가는 듯싶었다. 그러다 공지 기간이 끝나갈 즈음 한 관심자가 나타났다! 처음에 다른 이유로 만났는데 이 코칭도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묵직한 주제의 고민을 가진 분이었다. 공공기관 퇴직까지 10년의 기간을 남겨두고, 이후 삶을 걱정하고 있었다. 힘은 점점 떨어지고 지금 노후를 준비하지 않으면 더 이상 못 할 것 같다는 절박한 심정이 느껴졌다. 경매로 경험 삼아 연 1건씩 1천만 원 정도의 추가 수입이라도 얻고 싶어 했다. 그래서 다른 지역까지 2시간 여 거리도 마다않고 달려온 것이다.


반쪽 짜리 불완전 지식 상품 1개 판매한 것이 뭐가 그리 대수일까. 하지만 1명이라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1명이 앞으로 30명, 60명, 100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식은 반복적 경험을 통해 전달 속도와 효과성을 높일수록 더 상품성을 키울 수 있다. 얼마나 갈고닦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시간당 30만 원을 훌쩍 뛰어넘어 몇 백, 몇 천의 값어치를 할 수도 있다. 1명이라도 상품의 관심자가 있다는 것은 신호다. 물이 들어온 것이다. 이제 노를 저을 때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상품의 존폐와 미래가 달렸다. 이 준비는 3가지 차원에서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첫째는 모델을 만드는 것. 1명을 통해 효과적인 주제 전달이 가능한지 사례를 만들고 검증하는 것이다. 단순한 경험과 성과를 여러 명이 반복해 재생산하기 위해서, 코칭이나 상담 컨설팅, 강의 등의 적절한 형태로 다듬어야 한다. 그러려면 실제 고객이 있어야 그 필요를 반영하고, 대상별 효과적인 콘텐츠 전달법을 확인해볼 수 있다. 정체가 모호한 개념적 지식의 경우 이런 과정을 통해 손에 잡히는 분명한 '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다. 또한 수용태세, 다른 말로 준비 정도를 점검해 볼 수 있다. 한번은 관광 관계자하고 일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과정을 매우 중요시했다. 외국어 안내판을 붙이고, 인사를 연습하고, 친절 마인드를 점검하는 등의 사전 준비에 따라 고객 서비스 품질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코칭 의뢰를 받고 프리젠터도 사고, 추가 강의안도 만들었다. 비록 프리젠터는 당일 깜빡 잊고 쓰지는 못했지만 1명이라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처음 세팅만 잘해두면 앞으로 쭉 지식 상품을 업그레이드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받는다는 것은 많고 적음을 떠나 상품에 대한 책임감을 준다.


둘째는 시스템도 함께 만드는 것이다. 1명이 새끼를 쳐서 불어나기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글쓰기, 독서, 공동구매 등 잘 되는 모임은 이용자가 꽤 있었다. 하지만 모임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 이런 이용자들을 붙들어두기가 마땅치 않았다. 한 가지 목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구축이 필요했지만, 인터넷 카페 운영은 시간이 많이 걸렸다. 블로그나 각종 SNS는 한 주제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회원제 사업을 직접 추진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건을 계기로 카카오톡 채널 등을 새로 만들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을 고으는 대야처럼 고객 기반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후속 상담을 하거나 관련 자료를 올리고, 차곡차곡 사람들을 모아 다음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셋째는 확장 동력 만들기다. 구상 사업에 실제 반응, 현실적 수요가 나온다면 고무되기 마련이다. 또 1명이라도 사람을 상대하다 보면 생기는 에너지가 있다. 이것을 활용해 그동안 미진했던 관련 일들을 집중적으로 처리하거나,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시도해볼 수 있다. 이번 시범 사업 후에 경매관련 서비스 운영 계획을 본격화했다. 대인 코칭과 상담을 필두로, 관련 강의, 공동 구매, 임장 숙소 제공, 대행 및 제휴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는 것이다. 또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모임공간 내 노마드 소액경매스쿨이라는 상설 과정을 열었다. 온, 오프라인을 연계해 정기적 교육을 제공하고 사무소화 하는 것이다. 공간드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앞으로 인생여행자학교, 40일 퇴사학교 등 다양한 지식 사업이 유사한 형태로 게스트하우스 내에 개설될 예정이다. 모임과 숙박을 연계한 1박이나 1주일 등 기간제 성인 학습자용 기숙 학원 형태다.


단순히 글 하나 올렸고 유료 고객 1명 있었던 것뿐이다. 그런데 새 직업활동에 꽤 많은 발전이 있었다지식 상품 기획 덕분이다. 자신이 깊이 고민했거나 효과를 본 경험이 있다면 글로 적고, 던져보자. 한때 블로그 독자가 1천, 5천 명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봐줄 사람이 많지 않더라도 지나가는 누군가에게는 도움 글이 될 수도 있다. 또 이런 시도들이 모여 자신만 아니라 여럿에게 유익을 주는 거대한 지식 공동체를 이룰지 누가 알겠는가. 적어둔 글들에 공감하고 영감을 받았다는 코칭 내담자의 말이 떠오른다. 빈 메아리처럼 허공을 떠돈다 생각했던 글들이 누군가의 마음 밭에 떨어져 싹을 틔운 것이다. 단 1명이라도 진정성 있는 반응을 보여주는 고객은 큰 힘이다. 오늘도 1인 기업을 향한 긴 여정을 재촉하는 총총걸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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