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섭 Mar 31. 2022

돈되는 공구, 커뮤니티 사업 확장법

1인 기업형 인간의 실행법_연간회원

"공동구매로 사업을 하고 돈을 번다." 흔히 우리가 아는 그 공구 말인가? 공구란 보통 여러 사람이 같이 물품을 싸게 사고, 구매 협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한번쯤 이런 공구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공동구매가 어떻게 수익 사업이 될 수 있을까.


공동구매를 처음 시작한 건 경매 활동 때문이다. 주로 사용하는 유료 경매정보 사이트를 혼자 쓰기 부담스러웠다. 연 회비가 100여 만원에 달해서다. 그래서 보통 완전 전업투자자가 아닌 경우, 10여 명이 모여 같이 쓴다. 공구로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한 사이트를 쓰다 보니 불편함도 있다. 같은 아이디로 동시 로그인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는 사람은 일일이 1시간 단위로 그룹 채팅방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 중복 로그인을 방지하기 위해 '로그인', '로그아웃' 등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게 뭐 대수인가"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1년 동안 같이 쓰는 거라, 이게 은근히 귀찮고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다. 자기가 로그인할 때마다 무슨 방송할 일 있는가.


그래서 새로 시도한 것이 확정 사용 시간 방식이다. 각자 사용할 선호 시간을 미리 배당해 그 시간에는 서로 말 안 하고 그냥 쓰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대는 기존처럼 자유롭게 쓰도록 했다. 여기에 모임 기능도 같이 넣었다. 서로 모르는 것 물어보고, 공동 책쓰기, 투자 등 협력 사업도 찾을 수 있게 했다. 1년 동안 어차피 함께 '톡 공동체(?)' 생활을 할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히트를 쳤다. 블로그와 카페 등에 새 공동구매 모집 공지를 올리지 마자 신청이 줄을 이었다. 12명의 모집 인원은 한 두 주도 안되어 다 찼다. 거기다 "다시 모집 안 하냐"는 문의도 들어왔다. 그 참에 자신의 공동구매 목적은 달성했지만,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이것을 사업화했다. 12명씩 이런 공동구매 방을 만들어 7기까지 모집했다. '지공'이라는 공동구매 브랜드도 만들었다. 애석하게도 이 과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연간 공동구매 운영은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많았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채팅방 사용 알림은 물론, 여러 명이 같이 쓰다 보니 불협화음도 있었다. 사용방식 미준수나 불만사항 등 난감한 상황도 생겼다. 결국, 계획했던 10기는 채우지 못하고 그 정도로 사업화는 접어야 했다. 사실 이 사업을 계속했으면 더 큰 수익도 가능했다. 각 회원당 약간의 수수료에 대량 구매로 공구비 절약도 가능해서다. 사이트 연간 회원권 구입을 동시 5회 이상하면 20%가 할인됐다. 1회 공구 모집당 20-30만뭔 수익은 날 수 있는 것이다. 생각보다 이런 공구 수요도 많았다. 한 달에 2-3건도 가능했다. 그럼 계산상 1년에 20-30건, 200-300명 인원 공구로 500-1000만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단지, 사람 모으고 약간의 운영체계와 구매만 도와준 것인데 이 정도 수입이면 꽤 괜찮지 않은가.


이런 아이디어 덕분에 나름 경매사이트 공동구매계(?)의 선도자가 되었다. 1년이 지나고 보니 이런 유사 모임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긴 것이다. 검색해보니 '공동구매 모임' 등 공구 모집 글이 심심찮게 보였다. 심지어 이전에 올린 글 내용과 방식을 그대로 카피해 자기 공구 모임을 만든 곳도 있었다. '0000 공동구매' 검색어에서는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영예도 차지했다. 거기 더해 다음 해에는 1개 경매사이트뿐만 아니라 주요 경매사이트 3개를 동시에 공동구매하는 모임을 새로 만들었다. 요금은 1개 사이트와 공구 때와 거의 비슷하되 참여 인원을 두 배로 늘린 것이다. 더 많은 사이트를 이용해 사용 수요를 분산하고, 각기 다른 여러 사이트의 정보를 참고할 수 있게 한 것이 주효했다. 이 공동구매 사업안도 금세 검색어 1위를 새로 갈아치웠다. 3년 차에는 이런 공구 저변을 활용해 새로운 경매 커뮤니티 사업을 런칭했다. 바로 '노마드 소액경매스쿨'이라는 연간 회원권을 공구와 함께 판 것이다.


요즘 구독 경제가 인기다. 넷플릭스 같은 OTT는 물론 전자책, 오락 등의 서비스도 정기 이용권을 판다. 덩달아 피클플러스, 링키드 등 계정 공유 사이트도 인기다. 이런 구독 서비스 공유로 늘어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이런 사이트는 공동구매 그 자체를 사업화했다. 한번 가입해보곤 그 편리함에 놀랐다. 자동으로 공구 참여자 매칭은 물론 요금 정산까지 해준다. 어떻게 돈이 될까 싶지만, 이런 모델로 투자자를 모으고  사업을 키우고 있다. 소정의 수수료에 이어 추후 모은 장기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나갈 듯싶다. 경매사이트 공동구매를 연간 회원사업으로 확대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연간회원 사업은 향후 1인 기업 활동의 핵심 모델로 키울 계획이다. 여기서 각 주제별 시리즈 강의도 하고, 회원 간 협력 사업도 발굴할 수 있다. 이전에 월 10건 강의 나가 연봉 수준을 벌겠다는 목표가 보다 구체화된 것이다. 이런 커뮤니티 기반이 있으면 그런 활동을 뒷받침하기 좋다. 이런 모델로 사업화 가능한 주제 10개만 발굴하면 그 목표에 성큼 더 다가설 수 있다. 커뮤니티 멤버십을 만들기까지 장기 공동구매 사업이 한몫을 했다. 온라인 신청서를 계속 오픈해둔 결과,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200명 가까운 리스트가 모인 것이다. 오랜 기간 함께 공유하며 익숙해진 재구매 인원이 커뮤니티 사업의 주축이 됐다. 덕분에 계정 공유방과는 별도의 독자 채널도 개설하고,  회비도 부가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순전히 자기의 필요로 시작한 일도 때론 사업이 된다. 자신의 불편함이 다른 사람의 수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담대한 목표를 설정하라. 그리고 그것을 향해 오늘도 나아가라. 그 가운데 장애물을 만났다면 좋다. 새로운 기회가 생긴 것이다. 과감히 시도하고, 시장성을 찾으라. 그럼 단순한 일도 때론 큰 파급효과를 낸다. 이후 사업의 키 모델이 되어 다양하게 확장 가능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INFP 유형이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