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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Feb 04. 2023

경매 노마드의 경제적 자유, '마굴벗기'부터(1)

노마드 소액경매스쿨_소액물건

"당장 돈이 되는데 왜 경매 투자 안 하세요?" 물으면 가장 먼저 예상되는 답변이 있다. "경매는 왠지 어려워, 돈을 잃으면 어떻게 해요.", "(속으로) 뭔가 나쁜 짓 하는 것 같아 선뜻 내키지 않네요." 등이다. 그럼에도 경매는 도전해 볼 만한 가치 있는 일이다. 퇴사 전후로 경매 노마드로 살며 얻은 유익이 크다. 경매는 직장인 말년에 20년 동안 못 했던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줬다. 퇴사 후 새로 시작한 다른 사업이 코로나 기간 고꾸라질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전국에 세컨드 하우스를 가지고 맘껏 여행하는 계기가 됐다. 작은 경매 경험 하나로 돈, 직업, 살 곳 걱정이 확 준 것이다. 언젠가 누가 물었다. "노마드가 뭐예요?" 노마드란 'nomad', 유목민이란 뜻이다. 단어적으로, 목축을 위해 꼴을 찾아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민족이다. 정착민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특정한 가치나 삶의 방식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철학적 의미도 지닌다. 더 나은 삶을 향해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실천하는 창조적 부류를 일컫는다. 글로벌 노마드, 디지털 노마드, 잡 노마드 등 다양하게 응용된다. 경매 노마드도 바로 이렇게 경매로 노마드 라이프를 누리는 사람이다.


경매가 어렵다는 것은 선입견이다. 모르기 때문이다. 관심을 두지 않아서다. 대체로 '내 집 마련'할 만큼의 지식과 용기만 있으면 경매도 시작할 수 있다. 오히려 일반 부동산 매매보다 경매가 더 쉬울 수도 있다. 이전 글 '만년 임차인이 임대인이 되면' 중에 나오는 말이다. "첫 내 집 마련은 경매로 했다. 부동산을 잘 알아서가 아니라 대체 몰라서다." 경매는 생판 처음 해보는 막막한 부동산 매매 과정에 좋은 가이드가 되었다. 주거 입지 선정부터, 물건 분석, 가격 책정, 대출 및 등기까지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 줬다. 결과적으로 첫 집은 전세가 정도에 장만했고, 현재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을 거쳐 새 아파트로 거듭날 전망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 참고)


https://brunch.co.kr/@suuup/119


돈을 잃지 않는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 현재 시세보다 싸게 부동산을 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매의 목적이기도 하다. 이건 과거 낙찰가, 국토부 실거래가, 네이버 부동산(현재 시세와 매물 정보) 등을 참고하면 된다. 여기에 개발 호재 등 미래 가치까지 고려할 수 있다면 더 든든하다. 요즘 워낙 인터넷이 잘 되어 있어 조금만 손품 팔면 정보가 넘쳐난다. 이것도 불안하면, 아예 최소 2-3회 유찰되어 감정가의 60-50% 이하인 반값 물건부터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다음이 권리분석이다. 아무리 싸도 실제 부동산이 자기 것이 되어야 한다. 또 혹시 생각한 경매 낙찰 가격보다 추가로 물어줄 돈이 있다면 낭패다. 권리분석 시 등기부등본에서 가장 먼저 설정된 날짜의 권저당권(대출) 등 말소되는 기준권리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임차인이 있다면, 이 날짜보다 앞에 들어왔는지, 뒤에 들어왔는지 보면 된다. 임차인의 전입신고일 및 확정일자를 받은 날과 말소기준일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입신고일이다. 임차인이 말소기준일 보다 전입신고를 빨리 했다면 선순위 임차인(늦으면 후순위)으로 대항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전액 배당받지 못한 임차 보증금을 낙찰자에게 받을 법적 권리가 있다. 그 돈을 받기 전에는 집을 비워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법원 경매의 가장 큰 안전판인 강제 집행, 인도명령의 대상이 안됨) 확정일자에 따라서는 배당 순서가 정해지기 때문에 이후 이것도 따져봐야 한다. 권리분석이 중요하지만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처음 경매 때는 이 여러 날짜들을 수학처럼 경우의 수를 바꿔가며 공부했다. 하지만 실제 이렇게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경우는 드물었다. 요즘은 유료 경매사이트가 잘 되어 있어 부동산 가격 정보부터 등기부상의 권리분석까지 다 나와있기 때문이다. "권리분석 상의 하자 및 매각 후 인수사항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친절히 가르쳐 주기까지 한다. 또 법원에서 공시하는 매각물건명세서(무료)에도 기준 말소권리 일자와 인수할 권리, 특별한 매각 조건 등의 참고 사항이 적혀있다. 이것만 잘 봐도 어느 정도 권리상의 하자 있는 물건을 거를 수 있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처음 경매할 때 권리 관계가 복잡한 물건은 패스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건 추후 경험이 붙으면 시도하면 된다. 또 특히 관심 가는 물건이 있으면 그때그때 공부할 수도 있다. 임차인이 있을 때 보통 권리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소유자(채무자) 점유 물건을 취급하면 대개 안전하다. 임차인이 있다면, 전액 배당받는 선순위 임차인이나, 조금이라도 돈을 덜 떼인 후순위 임차인 물건이 좋다. 명도(임차인에게 집의 점유를 넘겨받음)가 쉽기 때문이다.


마지막 안전장치는 바로 소액물건이다. 여기서 소액이란 1-3천만원 내외의 적은 자금으로 매매(경매낙찰) 가능한 부동산을 말한다. 부동산 세법에서 말하는 공시가 1억 이하 보다 훨씬 더 작은 개념이다. 당연히 1억 이하 물건과 마찬가지로 취득세 중과도 없고 투기의 대상으로 보지도 않는다. 무제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소액투자라도 목표만 잘 잡으면 건당 1천만원 이상의 수익이 나는 저위험의 효율적 투자법이다. 투자 대상은 1-2천만원대의 경매 주택이다. 주로 지방 소도시에 있는 구옥 아파트나 빌라, 오피스텔 등이다. 적은 자기 돈만으로 투자 가능해 대출 제한에서도 자유롭다. 보통 하는 식으로 대출을 낀다면 1.5억(공시가 1억) 내외의 부동산까지 노려볼 수 있다. 그럼 왜 소액물건 경매투자인가? 우선 투자금을 1-3년 단기로 빠르게 모으기 쉽다. 위험성이 낮다. 1-2천만원짜리 주택은 별로 오르지 않는다. 재개발 같이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그렇다. (하지만 은근히 그런 곳을 노리기도 한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 보통 지붕 따까리만 있어 살 수 있다면, 허름한 원룸도 보증금 2-3백에 월세 10-20만원 나가는 게 예사다. 더 싼 집이 있는지 주변에 한번 찾아보자. 그 말은 거주 가능한 집의 최소 가치가 1-2천만원은 된다는 계산이다. 그래서 실패 부담이 적고 여러 건에 나눠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이런 집은 사람들이 잘 거들떠보지 않는 바람에 낙찰가가 많이 떨어져 싸다. 실제 드는 투자금 대비 보통 10-20% 이상 높은 임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소액경매에 지분, 묘지 등 다른 투자처가 많다. 하지만 투자 초기 주거용에 집중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투자금이 묶이는 것을 막고 자금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런 집은 전세 주면 바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소액이기 때문에 요즘 뉴스에 나오는 '빌라왕'처럼 보증금을 못 돌려줄 걱정도 별로 없다. 카드 대출로도 쉽게 융통 가능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또 월세 임대로 투자 수익률을 높이거나, 정 안되면 그 집에 자신이라도 들어가 살면 된다.


4년이 채 안 돼 이런 소형물건 9채를 경매 낙찰받았다. 지역은 부산, 포항, 거제, 서산, 안동, 김천, 진주, 경주 등이다. 현재 살고 있는 부산을 빼면 나머지는 다 지방 소도시에 1-3천만원짜리 소형주택이다. 투자 목표는 건당 1천만원 또는 실 투자금의 100% 수익이다. 덕분에 '연 3-4건 경매 낙찰에 작은 연봉 수입'이라는 목표 달성에 근접했다. 이 중 가장 싼 주택은 지난해 800여만원에 낙찰받은 경주 집이다. 효율이 가장 높은 건, 평수로 치면 서산 근교의 20평형 구옥 아파트다. 1400만원(감정가 4900만원의 28%)에 낙찰 받아 관리비 미납금 등 제하고 1600만원이 조금 더 든 셈인데, 평당 80만원 정도에 산 것이다. 실제 평수도 방이 3개나 될 만큼 크다. 2천만원에 전세 줬고, 유사 매물 실거래 매매가는 2천 중반에서 3천 중후반, 괜찮은 건 4-5천만원까지 있다.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는 진주 다세대 원룸(8평형) 따라갈 곳이 없다. 감정가 2700만원짜리를 1200여만원 45% 가격 낙찰받았다. 등기부를 보니 불과 3년 전 임차인 전세금만 3500만원 받던 물건이었다. 전문 임대업자가 운영하던 곳이라 별로 손볼 곳도 없었다. 월세 시세는 인근 유사 임대료가 300/20-30만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었다. 최저 월세만 받더라도 실 투자금 대비 연 27%(20*12/1200-300)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소액물건에 집중하고 이중, 삼중 안전장치를 마련한 덕분에 경매 초기 빠르게 성과가 났다. 홀로 자영업을 병행하며 별힘 안들이고 이룬 결과였다. 오래 동안 몸과 마음을 짓누르던, 그러나 한없이 안정적이던 직장을 나와 얻은 첫 결실이었다. 그 기쁨이 그래서 더 컸는지 모른다.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버팅길, 경제적 자유에 성큼 가선 이다. 정착민격인 직장인을 벗어나 노마드로 야생에서 생존 가능성을 봤다. 절박함의 산물이었지만 9건의 낙찰 사례를 보며  비결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굴벗기'다. '마굴벗기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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