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여행에 좋은 부산의 도서관 BEST 10
취향 여행자의 부산쓰기_걷기 좋은 도서관 편
바야흐로 봄, 여행의 계절이다. 어디로 떠나면 좋을까.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에서 '2023년 국내관광 트렌드'를 발표했다. 그것은 바로 "일상의 모든 순간이 여행", ‘모멘트(M.O.M.E.N.T.)’다. ▲로컬관광(Meet the local) ▲아웃도어/레저여행(Outdoor/leisure travel) ▲농촌 여행(Memorable time in rural area) ▲친환경 여행((Eco-friendly travel)▲체류형 여행((Need for longer stay) ▲취미 여행 (Trip to enjoy hobbies) 등 6개의 테마를 일컫는다. 각 테마의 영문 이니셜이 좀 짜 맞춘 듯해 실소가 나기도 했다. "애쓴다." 하지만 "일상의 매 순간이 여행의 순간이 된다"니 얼마나 설레는 말인가. 얼마 전 봄비를 뒤로 하고 부리나케 부산의 한 도서관을 다녀왔다. 매일 가다시피 하는 도서관이지만, 이 도서관만큼은 좀 특별났다. 바로 지하철 노선의 한 끝자락에 있기 때문이다. 바닷가 전망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도서관이다. 인근 주민 아니면 좀처럼 갈 일 드문 지역에 있기도 했다.
오늘은 도서관으로 부산을 여행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것도 걷기와 도서관의 특수 조합, '걷기 좋은 도서관 여행'이다. 도서관 노마드로 매일 이곳저곳 도서관을 여행하며 얻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걷기를 좋아해 종종 도서관까지 걸어가다 보니 자연히 그 노하우가 생겼다. 부산 여행하면 떠오르는 게 뭘까. 이전 직장에서 해외 초청손님들한테 부산을 안내하곤 했다. 그때마다 항상 자랑하듯 말했다. "부산에는 바다와 산, 강, 들판이 다 있어요. 그것도 도심에 바로 붙어 있어 도시와 자연을 한번에 즐기기 좋죠." 그중에서도 부산하면 먼저 바다를 떠올릴 것이다. 부산 사람이라서 그런지 언제부터인가 바다라는 향수를 품고 산다. 바다는 평소 잘 가보지 않지만 마음 한편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러시아에서 유학할 때였다. 어느 날 방학 때 바다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모스크바와 인근 관광지에도 볼거리가 가득했지만, 바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대륙 국가라 가장 가까운 바다도 기차로 50여 시간이 걸렸다. 북극해 연한 무르만스크라는 도시였는데 핀란드와도 가까웠다. 그런데 이곳에서 바다를 눈앞에 두고 연방보안국(KGB후신)에 반나절 구금되는 사달이 났다. 바다에 홀려 폐쇄 도시인지도 모르고 들어간 것이다. 마침 이때 핵잠수함 침몰 사건이 터졌고, 간첩으로 오해받았다. 이렇게 바다는 개인 여행사에서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부산은 온통 주변이 바다다. 심지어 도서관에서도 바다를 볼 수 있다. 그곳이 첫 번째 소개할 1)다대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에 가면 입구에서부터 바닷가 풍경이 펼쳐진다. 규모는 중소형 정도고 보통 도서관처럼 종합자료실, 컴퓨터실, 열람실 등을 갖추고 있다. 6층 옥상 정원도 잘 꾸며져 있어 바다를 바로 내려다볼 수 있다. 바로 앞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나오면 본격적으로 걷기 여행이 가능하다. 향긋한 파래 냄새(인근 양식장 소재)를 맡으며 해변을 따라 목조 데크 길을 걸을 수 있다. 갈대밭 위로 펼쳐진 생태길이 일품이다. 날것으로의 매력, 해수욕장의 도시 부산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진풍경이다. 바다 기운을 물씬 풍기는 또 다른 도서관이 있다. 바로 2)해운대도서관이다. 부산의 대표 해수욕장 해운대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도서관에서 바다로 한번에 길이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 도서관은 신도시 시설답게 제법 규모가 크다. 넓은 열람실과 지하 식당을 갖추고 있다. 도서관 주변에는 춘천천과 대천공원이 있다. 춘천변 산책로를 내려다보며 마시는 1층 입구 옆 자판기 커피 맛이 일품이다. 이 산책로는 배리어프리 공원으로 대천공원까지 이어진다. 대천호수를 한 바퀴 돌다보면 주변 나들이객들과 더불어 기분이 유쾌해진다. 대천공원에는 장산 입구가 있어 바로 등산까지 가능하다. 산책로에서 해운대해수욕장까지 가려면 버스로 5개 정류장을 지나야 한다. 지금 산책로 확장 공사가 한창인데, 추후 이 길을 통해 해운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아마 걷기 여행자가 가장 반기는 도서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등산로로 이어지기는 3)남구도서관도 마찬가지다. 경성대와 부경대 옆 대학가 근처에 있다. 인근에는 부산박물관과 문화회관, UN공원도 있다. 도서관은 아담한 편인데, 뒤로 황령산까지 연결되는 등산로가 특색이다. 이 길을 오르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등산길이 평지처럼 잘되어 있다고 해서 쉽게 오르다 그냥 등산각(?)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보상이라면 툭 터인 산 정상과 황령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부산 전경이다. 특히 야경이 유명하다. 광안리가 바로 코 앞이라, 불꽃축제라도 하면 이곳에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그만큼 '뷰 맛집'이다. 숲 속의 도서관은 그 자체로 신비한 매력이 있다. 제주도 한라도서관에 갔을 때 숲길 한복판에서 떡하니 도서관 입구가 나왔다. 그 생경한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4)금정도서관에서도 가벼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1시간 내외 누리길을 지나면 부산의 대표 사찰 범어사에 이른다. 인근에 스포원파크와 종합버스터미널도 있다. 개인적으로 최애 도서관 중 한 곳이다. 집에서 이곳까지 약 7Km 거리를 걸어 다니곤 했다. 부산의 걷기 명소인 온천천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어서다. 한 가지 특이점은 이 도서관 바로 옆이 영락공원묘지다. '걷기 여행자'의 시크릿 플레이스다. 아무도 없는 공원묘지 사이를 걷노라면 절로 모든 것이 비워진다. 고요 그 자체다. 도서관 규모는 지역 도서관 중에서도 꽤 큰 편이다. 신착 자료가 많다. 메이커 라이브러리가 있어 가끔 이색 이벤트도 열린다. 외진 위치와는 다르게 '부티'가 난다. 산과 숲 테마의 대장은 뭐니뭐니 해도 5)부산시민도서관이다. 이름에서 보듯이 부산의 대표 도서관 중 하나다. 교육청에서 운영한다. 최근 시에서 만든 부산도서관 때문에 위상이 어떨지 모르겠다. 이 도서관은 서면 중심가 근처에 있어 접근성과 규모를 두루 갖췄다. 장서량이라든지, 시설과 관리시스템, 프로그램 등 지역의 으뜸 도서관으로 손색이 없다. 최근 시설 리모델링까지 마쳤다. 사방이 탁터인 옥상 정원과 매점도 이용하기 좋다. 무엇보다 바로 인근에 어린이대공원이 있다. 어린이만 가는 곳은 아니고 성지곡수원지라고 큰 호수공권이 있다. 이전에는 작은 놀이동산과 동물원도 있었는데 지금은 숲속 공원이 주요 시설이다. 책을 읽다 호수 둘레길을 걸으면 정말 행복하다. 가을에 사각거리며 밟히는 단풍잎과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이 길에서 부산의 대표 명산 금정산까지 등산도 가능하다. 중간에 금정산성이나 정상까지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6)부산도서관은 최근에 생겼다. 얼마 전 국회도서관도 개관해 그 삐까번쩍하고 세련된 정도가 홀로 빛나는 건 좀 바랬다. 하지만 자료실의 널찍한 개방감, 외국 원서를 비롯해 깔끔히 정리된 도서, 부산 특색 자료부터 각종 큐레이션 코너까지, 규모와 이름에 걸맞은 부산의 대표 도서관이다. 특징이라면 열람실이 별도로 없고, 도서관 곳곳에 예쁜 열람석이 딸려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좋아하는 책 코너 바로 옆에서 흠뻑 독서에 빠질 수 있다.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워 대형 카페와 복합문화시설을 방불케 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접근성이 좀 떨어지는 것이다. 그것으로 인한 이점도 있다. 도서관에서 조금만 나가면 멋진 강변길을 걸을 수 있다. 낙동강과 삼락생태공원이 바로 옆에 있어서다. 그 주변으로 부산의 들판, 시원하게 펼쳐진 평야 지대가 나온다. '부산'스러움으로 빼놓을 수 없는 건 산동네다. 과거 인구가 몰리면서 산 중턱까지 작은 집들이 빼곡히 들어찬 마을이 많았다. 감천문화마을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산복도로 르네상스라 부를 정도로 부산에서는 이런 도시재생 사업이 활발하다. 7)중앙도서관은 이 산복도로의 한복판, 그것도 가장 꼭대기에 있다. 바로 옆에 민주공원, 그 앞으로 중앙공원까지 품고 있다. 중앙공원에 높이 솟은 충혼탑에서 부산을 내려다본다면 어떨까.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절경에 감탄이 절로 나올 것이다. 도서관 밑으로는 초량 이바구길 모노레일과 168계단 가는 길이 나온다. 그 반대편은 보수동 책방골목을 거쳐 국제시장, 용두산 공원까지 가는 길로 이어진다. 중앙도서관에서 갈맷길로 7km 남짓 가면 8)동구도서관이 있다. 이 도서관은 산복도로 도서관의 끝판왕 같다. '책마루 전망대'가 있어서다. 전용 엘리베이터로, 사방이 뻥 뚫린 전망 공간에 오르면 마음이 쫄깃 해진다. 용두산 공원의 부산타워 전망대에 올랐나 착각이 들 정도다. 아찔한 높이감과 파노라마 뷰가 끝내 준다. 앞으로는 높은 빌딩숲 사이로 북항과 부산항대교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뒤편은 감천문화마을에서나 볼법한 작은 집들이 올망졸망 산중턱까지 끝없이 늘어서 있다. 바로 앞에는 증산 공원이 있어 산책하기도 좋다. 증산은 부산의 지명이 유래된 산(증산설)이다. 지금은 좀 퇴색되긴 했지만 인근 시장 만화 벽화와 카툰 센터도 볼거리다. 부산의 유래 관련하면 빼놓을 수 없는 도서관이 또 있다. 바로 9)동래읍성도서관이다. 이제껏 소개한 도서관과는 달리 작은 도서관에 속한다. 하지만 바로 옆에 복천박물관과 복천동고분군이 있다. 박물관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지역의 '역사 길'을 걸어볼 수 있다. 녹음이 짙푸른 야외 고분군을 돌며 옛 부산의 심장부를 고스란히 느끼기도 좋다. 동래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으로, 근대 이전 부산의 명칭 자체가 '동래부'였기 때문이다. 뒤로 조금만 가면 동래사적공권과 동래문화회관도 거닐 수 있다. 올라가는 길에는 동래시장도 있어, 호떡과 주전부리는 물론, 동래파전 같은 향토 음식도 즐길 수 있다. 부산의 과거를 지나 미래를 보여주는 도서관도 있다. 북항에 있는 10)북두칠성도서관이 그곳이다. 이 도서관은 다른 곳처럼 공립이 아니라 사립 도서관이다. 한 지역 건설업체가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을 위해 만들었다. 북항 앞 협성마리나 G7 건물 1층에 있다. 도서관이 지향하는 7개의 주제를 담은 '테마서가'가 특징이다. 사제 도서관답게 세련된 인테리어와 원형 서가가 돋보인다. 최근 부분 개장한 북항 재개발지 내 문화공원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바로 앞이다. 재개발 지역은 오페라하우스 등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속속 개장을 앞두고 있다. 현재 지역에서 유치 열기가 뜨거운 '2030 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예정지기도 하다. 도서관은 부산역 옆 보행데크로도 바로 이어진다. 여행자라면 누구나 잠깐 들러 머리를 식히고, '부산의 꿈' 북항 친수공간 주변을 걸어볼 수 있다.
부산은 열린 도시다. 바다가 주는 개방감은 산복도로나 강과 들판 어디서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정신은 도서관과도 맞닿아 있다. 도서관은 누구나에게나 열려있고, 자신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댓가없이 내어준다. 도서관 길을 걸으면, 봄바람과 꽃 내음, 바다 향기를 오감 가득 만끽할 수 있다. 도시의 역사와 미래, 지역 주민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속사람'과 깊이 대화하며 사색을 즐기기 좋다. 책을 통해 인류의 발자취에서 지혜를 찾고, 진정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발견할 수 있다. '걷기 좋은 부산의 도서관 여행'은 앞서 언급한 올해 국내관광 트렌드에 얼마나 부합할까. 먼저 부산은 로컬관광 의향 지역 3위(32.6%)를 차지했다. 걷기는 아웃도어 레저여행 선호 활동 중 단연 1위(44.%)다. 그 외, 취미 여행 관련해서는 전시과 책방 등 교양 관련, 체류형 관광은 현지인 일상공간 및 취미/자기계발 목적 관련, 농촌 관광의 둘레길 걷기, 자연경관 감상과도 그 맥락이 닿아있다. 이처럼 '일상자'가 아니라 '여행자'에게도 지역 도서관 길 걷기는 충분히 가치있는 활동이 된다. 오는 4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은 제59회 도서관 주간이다. 이 주간, 오색찬란한 부산의 도서관 둘레길에서, 자신만의 '꽃길'을 만들고 걸어보는 건 어떨까. '겨울 내내' 닫혔던 마음이 툭터인 부산의 바다와 산 같이 활짝 열리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