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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Nov 08. 2019

1인기업 독립 후 '정상 수입' 만들기

직장인 퇴사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2


직장인에게 월급은 생명줄이다. 자영업자, 사업가, 투자자는 말할 것도 없다. 독립적인 1인 기업도 수입이 있어야 비로소 직업활동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직장인의 월급은 내 배를 든든히 채워주는 식탁과 같다. 랍스터에 해산물, 소갈비, 나물 등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온갖 산해진미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아메리카노에 크림치즈가 단출하게 얹힌 베이글이면 어떤가.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 때문에 살맛 난다. 지난 4월 이후 그 맛을 다시 봤다. 노동부 근로감독 덕분이다. 이전 직장에 감독관이 나와 "퇴직금에 성과급을 포함하고 누락된 시간 외 근무수당을 더 주라"고 했다고 한다. 근 두 달치 월급이다. 퇴사 후 '생존기간'이 반짝 늘었다. 뜻밖의 수입이 아니더라도 며칠, 아니 몇 시간이라도 굶어보면 안다. 월급의 소중함을. 그래서 부족하고 힘들더라도 회사에서 선뜻 나올 수 없는 것이다.   

© gor918, 출처 Unsplash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서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가장 급한 건 당장 먹고사는 일이다. 지금 회사에서나 부업으로 하고 있는 일로 퇴사 후 얼마나 벌 수 있을까? 과연 그 수입이 지금 월급의 몇 퍼센트 정도 될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회사에서 하던 일을 살려 회사 밖에서 독립적으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퇴직자들이 평생 해보지 않았던 가게를 열거나 몸값을 낮춰 재취업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오죽했으면 '기승전 치킨집', '기승전 편의점'이라는 말이 나올까. 그래서 "몸뚱이 하나로 먹고살 수 있는 일이 뭘까" 줄곧 고민했다. 외국어를 전공했다. 전문 통번역 수준까지 실력을 쌓았다. 이게 내 최후의 보루요, 비상 수입원이다. 계산해 보니 퇴사 후 지금 월급의 절반 정도까지는 통번역과 외국어 강의로 먹고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무시간은 주 2~3일로 잡았으니 실제 전업으로 하면 월급만큼은 벌 수 있는 셈이다. 이 외에 회사에서 했던 다른 일로 돈을 벌기는 뭔가 모자랐다. 직장인은 언젠가 한번 회사를 그만둔다. 미리 준비했다면 그날은 독립기념일이고 아니라면 '나혼자 아마겟돈'의 시작이다. 그래서 주도적인 삶을 꾸려가는 직장인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필요하다.

                                                                                                                                                     

비상계획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퇴사라는 비상사태를 대비한다. 언제나 당당하게 회사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비상계획을 세울 때 고려할 측면은 두 가지다. 먼저 '생존'을 위한 밥벌이다. 다음은 퇴사의 '품격', 승부 일이다. 어렵게 퇴사했으니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승부를 거는 것이다. 앞으로 맞이할 자신의 직업 분야에서 '용'이 되는 것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혼돈의 해독제'를 쓴 조던 피터슨 교수의 말이다. "비상사태(emergency)와 창발(emergence)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창발은 알려지지 않은 현상(phenomenon)이 미지의 것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다('phenomenon'은 '밝게 빛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phainesthai'에서 파생되었다). 창발은 심연의 동굴에서 영생의 삶을 사는 용이 잠에서 깨어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창발은 어두운 심연에서 괴물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지하 세계다. 무엇이 창발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비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을까?". 비상계획을 잘 세우면 비상사태를 넘어 혼란을 잠재울 수 있다. 평생을 걸 새 직업을 찾고 '용'이 되어 날아오를 수 있다. 다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그날을 기대해보자.


밥벌이는 퇴사 후 당장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이고, 승부 일은 하고 싶지만 개발 시간이 더 필요한 일이다. 아래는 직장 생활 때 기록해둔 퇴사 후 비상계획 예시이다.

                                                                                                                        

<퇴사 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비상계획>

○  당장 수입 가능한 일(밥벌이) : 월 150-200만원  

 - 러시아어 통번역(월 2-3건, 2일) 50-100만

 - 러시아어 강의(10명, 주 2회) 100만원                  

○ 개발이 더 필요한 일(승부 일) : 월 300-350만원  

 - 교육/코칭 프로그램 100-150만원                       

  . 월회원 100만원(5만 x 20명)                                      

  . 외부강의, 코칭, 컨설팅 50만원(2-3건)                  

 - 사업화 100만원                                                     

  . 회사운영(통번역센터, 외국어교육 등)               

  . 파트타임 취업 등                                                

 - 투자개발 100만원                                                 

  . 부동산임대료, 책인세, 수수료, 금융수입 등

                                               

위 계획은 퇴사 후 조금 더 구체화되었다. 글로벌창직연구소, 퇴사학교, 한-러협력협회, 국제교류 게스트하우스 운영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수입 규모도 2~3배 올려 잡았다. 비상계획이 있으면 1인 기업 독립 후 바로 사업 포트폴리오로 전환이 가능하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돈을 버는 것은 시급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회사를 나온 목적을 이루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비전이나 목표수입, 직업적 자유 등이 될 수 있다. 그중 승부 일을 개발해 수입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존을 위한 최소 생활비와 자아실현을 위한 최대 수입 두 가지를 동시에 잡는 게 바로 '정상 수입'이다. 밥벌이 일로 수입을 '정상화'하고, 승부 일로 일생일대의 '최정상' 수입을 만드는 것이다. 퇴사 후 40여 일 기본 사업구상만 마치고 바로 밥벌이 나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승부 일을 위해 잠깐 늦췄다. 1인 지식기업에 있어 승부 일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자신의 멘토이자 경영 구루 피터 드러커의 조언대로 사업보다 먼저 콘텐츠 구축에 집중해 대성공을 거뒀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등의 베스트셀러를 썼고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 중 한 명이 되었다. 베스트셀러는 아니더라도 자기 책 한 권 써두면 향후 승부 일 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


과거 밥벌이 일에서 승부 일로 가는 준비 기간은 얼마가 적절할까? 짧게는 3~6개월, 길게는 2~3년 정도 잡을 수 있다. 3개월은 가장 빨리 책 한 권을 써내는 기간, 3년은 한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한 1만 시간의 법칙을 고려했다. 3~6개월은 보통 재테크에서 권하는 비상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퇴직금이든 저축이든 최소한 이 정도 금액은 모아둬야 퇴사를 생각할 수 있다. 개인별 승부 일 준비기간은 모아 둔 돈, 콘텐츠 개발 기간, 미래 수입목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승부 일로 벌어들일 수입 규모는 월 500~1000만원 내외를 기준으로 잡아보자. 직장인 희망 연봉과 '꿈의 연봉' 사이 금액으로, 1인 기업에 도전해 볼 만한 동기가 될만한 수준이다. 만족할만한 승부 일을 만드는 데까지 버틸 수 없다면 절충도 가능하다. 3~6개월 최소한의 기간 동안 승부 일을 준비하고 다음은 밥벌이 일을 병행하는 것이다. 당장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일을 찾아 다각화하고, 승부 일에 도움이 되는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 1인 기업으로 독립했다면 밥벌이와 승부 일을 찾아 '정상 수입'으로 나가자. 아직 직장인이라면 당장 회사를 그만뒀을 때 얼마나 벌 수 있는지 비상계획을 세워보자. 직장에 있을 때 하루빨리 승부 일을 준비하자. 언제 닥칠지 모를 비상사태가 오면 '용'이 되어 언제나 비상할 수 있도록.

출처 : 1인회사(수희향, 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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