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을 부르는 핵심 키워드 3
게스트하우스가 바꾼 하루#3- 희망
우리 집에 오는 손님 대부분은 자유여행객이다. 가끔 있는 단체 손님 빼면 거의 전부가 그렇다. 주로 대학생, 젊은 배낭 여행객, 가족 친지들이다.
자유여행객이 늘고 있다. 반면 패키지여행은 줄어든다. 기존 여행사들은 문을 닫을 판이다. 대형 여행사들이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사업에 속속 뛰어든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 플랫폼에서는 현지 투어, 교통, 액티비티, 생활편의 등 자유여행 상품을 직접 예약할 수 있다. 방한 외국인 중 자유여행객(FIT) 비중은 '16년 75%에서 '18년 87%까지 대폭 증가했다. 국내는 말할 것도 없다. 근무시간 단축 등으로 여가 활동이 는다. 스노클링, 산악마라톤, 낚시 등 국내 지역 액티비티 시장 규모가 3조 원을 넘는다고 한다. 100만여 명 도시 전체 예산에 맞먹는다. 이런 추세와 맞물려 게스트하우스처럼 자유여행객 친화 숙소도 인기다. 최근 '효리네 민박', '스페인 하숙' 같은 예능 프로그램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했다. 성장기에서 성숙기를 넘어섰다고 하지만 게스트하우스 성장은 계속된다. 전국 펜션과 게스트하우스 수는 9월말 국세통계 기준 '17년 8,900개에서 '19년 13,264개로 매년 18%씩 자랐다. 여관과 모텔이 동 기간 22,000개에서 21,154개로 -2% 내외 준 것과는 대비된다. 주변에 여전히 게스트하우스를 모르는 사람들도 종종 만난다. 아직 잠재력이 있다.
그렇다면 자유여행객의 대표적인 숙소인 게스트하우스 이용 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처음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은 기억은 10년이 훌쩍 넘는다. 유학 도중 유럽 배낭여행 갔을 때였다. 무겁게 텐트까지 지고 갔는데, 캠핑장 이용료보다 게스트하우스 숙박비가 더 쌌다. 결국 텐트는 치지 않았다. 당시 "뭐 이런 곳이 다 있나" 싶었다. 근래에도 국내 교육 출장 등 혼자 가는 편한 일정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비용 부담도 없었지만 왠지 모를 호기심과 자유로운 느낌이 좋았다.
자유여행을 부르는 핵심 키워드 3가지
1. 영혼
게스트하우스에 있다 보면 종종 영혼의 여행자들을 만난다. 시험, 친지 방문, 관광 등의 용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자기를 찾아 떠나온 순례객들이 특히 그런 경우다. 며칠씩 지역을 차분히 돌아보며 자신을 살핀다. 백수 된 지 한 달인데 처음 혼자 여행 왔다던 여행자의 메모가 인상적이었다. 여행을 계기로 다시 힘 얻어 일어서겠다는 각오에 가슴이 짠했다. 여행객들은 영혼이 담긴 곳을 찾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껏 맞이하고, 모든 노력과 시간을 쏟아붓고 있는지 귀신 같이 알아챈다. 가끔 주변 숙소 이용객 후기도 보는데, 평점과 여행객이 많은 숙소는 공통점이 있었다. 형, 동생, OO야, 해가며 이름을 불러주고, 주변 여행지를 안내하는 등 끈끈한 시간을 같이 보내며, 숙소 운영에 거의 올인하다시피 하는 곳이었다. 영혼을 다해 일과 사람을 대하는 진정성에 누가 끌리지 않을 수 있을까.
2. 교류
교류가 끊어진 시대, 교류를 원하는 아이러니다. 요즘 여행객들은 자신만의 공간을 중요시하고 남들과 섞이기 싫어한다. 10인 다인실은 찾는 사람이 적어 용도를 바꿀까 고민할 정도다. 1인실이 최고 인기다. 그러나 게스트하우스 파티를 찾는 사람은 끊이지 않는다. 1차, 2차, 3차가 새벽까지 이어진다. 마음 깊은 곳의 외로움을 달래줄 기대를 쫓아 불야성을 이룬다. 좌석마다 앉을 곳 없이 북적인다. 한 숙박 예약 사이트에 있는 전국 1000여 개 게스트하우스 중 자체 파티가 있는 곳은 100여 개라고 한다. 이들 숙소가 매출 상위 10%를 차지한다니 대부분 잘되는 것이다. 가히 '파티 만사성'이다. 지역에서만 봐도 주요 관광지 주변 예약 상위권 숙소는 대개 파티가 있거나 시설이 월등한 곳이다. 이런 파티는 또 끈끈함과 진정성을 보여줄 계기가 된다. 목마른 영혼을 부르는 교류의 장이다.
3. 개성
점점 더 개별 인격, 개인이 중요해진다. 개성화의 시대다. 게스트하우스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의 특징을 찾아 자유롭게 발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편안함과 가격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한다. 여행자들도 하나 같이 개성이 넘친다. 게스트하우스 열 때 가장 먼저한 고민도 이것이었다. "파티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지만 애당초 파티는 접었다. 가족 숙소인 만큼 이것을 운영할 인력도 시간도 마땅치 않았다. 다른 숙소들은 시설 외에도 원데이 투어, 야경관광, 음식, 제휴 액티비티 등으로 개성을 살리고 있었다. 우리 숙소는 아담한 규모와 모임행사 기획자 경력에서 특색을 찾았다. 공용공간 외 독서공간, 모임실을 따로 만들었다. 자체 글쓰기 모임 같은 다양한 기획을 했다. 모임공간을 대여하고 단체 통임대도 줬다. 파티에 비할 바는 안 됐지만 조금씩 나아졌다. 지금은 사람을 키우는 게스트하우스를 꿈꾼다. 국내외 자유여행객을 위한 각종 개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별명이 '꿈꾸는 게하' 답게 꿈이야말로 우리 숙소만의 최고 특징이다.
영혼의 탐구자가 되어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자. 멀리 가지 않아도 좋다. 교류하며 결핍을 채우고 자신을 완성해가는 것보다 더 좋은 여행이 있을까.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올가 토카르추크는 자신의 소설 '방랑자들'에서 이렇게 말했다. "멈추는 자는 화석이 될 거야. (...) 움직여, 계속 가, 떠나는 자에게 축복이 있으리니." 쉼 없이 움직이는 여행이야말로 인간을 근본적으로 자유롭게 한다고 했다. 마른 곤충처럼 박제된 인생에서 벗어나, 흰 속살의 날개를 펼치고 저 하늘을 마음껏 날자. 참된 자유를 누리자.
Amanda Letícia 님의 사진, 출처: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