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게스트하우스 할 이유 3
게스트하우스가 바꾼 하루#2- 가족사업
"직장을 나와 스스로 밥벌이 가능한 일은 무엇이 있을까?" 모든 직장인이 한번쯤은 가져봤을 만한 고민이다. 현행 법적 정년이 만 60세라고는 하지만, 다 채우고 나올 수 있는 직장은 별로 없다. 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장 오래 일한 직장을 그만두는 나이는 평균 49세다. 나와서 재취업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경제난에 부족한 일자리도 문제고, 눈높이를 낮춰야 하기 일쑤다. 나이 들어 대책 없는 직장생활을 또다시 시작하기도 막막하다. 자신의 경험을 살리면서도 좀 더 나은 대안은 없을까? 나이와 무관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좋다.
이웃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는 1인 사장이었다. 지역 게스트하우스 운영 4년차 자부심으로 아낌없이 노하우를 공유해줬다. 운영 숙소는 나름 체인망을 갖춘 게스트하우스로 한층에 숙박과 공용 공간이 같이 있는 40인 내외의 초기 모델이었다.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를 하나 더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운영은 전적으로 자신이 하고, 청소 정도만 잠깐 어머니가 와서 도와주고 있었다. 여름 성수기 방학 기간 정도만 아르바이트생 1명을 더 쓴다고 했다. 필요할 때 볼일도 보고, 출퇴근해가면서 자리를 잡았다. 최소한 극한 불경기와 경쟁으로 올해 자리를 뜨기 전까지 그렇게 보였다.
자영업자 수난시대다. 불황으로 자영업자 대출이 사상 최대로 치솟는다. 폐업이 줄을 잇는다. 그중에서도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타격이 심하다. 폐업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 업종은 생계형 창업이 많아 경기 부진과 최근 오른 인건비 부담에도 취약하다.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나홀로 사장'과 가족 등 무급 종사자가 는다.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이야말로 560여만 명의 전체 자영업자 중 30%를 넘는 자기 사업의 대표업종이다. 편의점, 치킨집 등 퇴직자들이 주로 하는 사업분야이기도 하다.
퇴직 후 게스트하우스 할 이유 3가지
1. 운영이 수월하다.
게스트하우스는 보통 생각하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중에서도 비교적 운영이 수월하다. 주로 도시 내 저가형 숙박업소를 일컫는다. 주요 고객은 대학생, 가족 단체, 외국인 등 자유 여행객이다. 규모는 작게는 30~40인부터 몇 배까지 다양하다. 한 층에서 2~3개 층, 건물 전체를 차지하는 곳도 있다. 객실은 침대 한 칸을 제공하는 2~10인 공용 도미토리부터 개별실, 온돌방까지 여러 종류다. 숙소 내 보통 여행객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용 공간이 있고, 파티 등 자체 이벤트를 여는 곳도 많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에는 별다른 경험이 필요 없다. 여행을 즐기는 정도의 상식만 있으면 된다. 숙소 내 청소와 홍보, 시설관리, 고객응대 등이 주로 하는 일이고 조금만 배우면 된다. 물론 처음에 만들 때 인테리어 시설과 인허가, 부동산 지식 등이 필요하지만, 전문적인 업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만들어진 매물을 인수할 수도 있다. 다른 유사 숙박업체 중 모텔이나 여관보다 자금이 덜 들고 하는 일이 깨끗한 편이다. 홍보나 시간에 얽매이는 문제 등은 있으나 그것도 조절이 가능하다. 자기 사업이기 때문이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점이나, 전문적인 유통 채널과 수완이 필요한 도소매업보다 초보 사업자가 해볼 만한 일이다. 직원도 많이 필요 없다.
2. 자신의 특색을 살리기 좋다.
가장 중요한 점이다. 게스트하우스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주인장의 특기나 인격을 반영하기 좋다. 편의점, 치킨집 등은 물건을 파는 것이 주요 업무고 매뉴얼대로 해야 한다. 다른 판매나 서비스 업종도 마찬가지다. 기술 수준이나 친절, 인테리어 정도 말고는 주로 정해진 일을 한다. 주인장의 개성이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다. 퇴직 후 직업은 보람이나 자신에게 맞는 일 선택도 중요하다. 게스트하우스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운영에 활용할 수 있다. 요즘은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생기면서 시설 기준도 보편화되고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살아남으려면 자기만의 특색이 꼭 필요하다. 게스트하우스마다 화려한 파티나 자체 프로그램, 여성 전용 등 다 특징이 있다. 이것을 위해 운영자의 이전 일 경험을 최대한 살려보는 것이다. 자기가 잘 아는 분야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예술가라면 작품을 전시하는 등의 방법이다. 이제까지의 모든 성취를 모아 보여주고, 과거 경험을 손님들과 나누며 자신의 꿈을 실현할 무대로 만드는 것이다. 자기 관심 분야의 사랑방 같은 곳으로 만들면, 특화된 숙소도 되고 손님도 끌 수 있다. 인생 2막 직업과 함께 취미도 살릴 수 있다.
3. 가족이 함께할 수 있다.
퇴직 후 일에서 또 하나 생각해볼 것은 워라밸이다. 온갖 경쟁과 치열한 직장 생활을 끝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자, 돈은 좀 덜 벌더라도 행복을 챙기며 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사랑하며 여유를 가지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도가 높다는 북유럽 사람들의 '휘게' 라이프 비결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를 하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만들 수 있다. 처음부터 직원을 쓸 수도 있지만 자리가 잡힐 때까지 가족끼리 운영해보는 것이 그 방법이다. 가족이 함께 일한다는 것이 비극일지 희극일지는 하기 나름이겠지만, 부대끼며 서로가 공유하는 기억이 더 많아진다. 상호 보완적 역할도 가능하다. 자녀 세대는 능숙한 인터넷을 이용해 홍보 일을 맡고, 부부가 운영, 청소 등을 나눠하는 식이다. 최근 숙박업소 운영자 중에 60대와 30대가 늘고 있는 통계도 이런 신, 구세대 간의 협업 필요성을 뒷받침해 준다. 음식숙박업은 여성 사업자 비율이 높아 조금 더 여성가족 친화적이다. 게스트하우스에 오는 손님도 여성, 가족이 많다. 그렇게 유해한 환경이 아니다. 또 번화한 대도시를 떠나 자연이 어우러진 곳으로 가면 더 여유 있는 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든 뭐든 인생 2막은 자신을 완성하고, 주위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삶을 즐기며 사람들이 깃들 만한 큰집이 되어 행복의 대청마루를 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