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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가 꿈이라고?

게스트하우스가 바꾼 하루#1- 시작

by 김윤섭

"돈 모아 게스트하우스 하는 게 꿈이에요." 한 청년부 소그룹 모임에서 새로 온 청년이 말했다. 20대 후반의 청년 사업가였다. 이전에는 지역 KTX역 번화가 인근에서 핸드폰 가게를 했다고 했다. 최근에는 업종을 바꿔 핫한 유명 바닷가 관광지 근처에 에어비앤비 숙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일반 가정집에서 하는 에어비앤비 숙박업 운영이 대부분 불법이었는데 요즘은 법이 바뀌었다고. 대신 소방시설 등 일부 요건을 갖추어야 된다고 했다. 올해 초 공유숙박업 관련 법 개정 논의 소식은 들었다. 농어촌 민박뿐만 아니라 도시민박도 일정 기간 내 내국인에게 허용한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한창 기존 택시업계와 타다, 카카오 택시 등의 갈등으로 시끄러웠던 공유승차 서비스처럼 아직 법 개정은 지지부진한 걸로 알고 있었다. 그 친구는 이후 제주도 같은 아름다운 곳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며 아침에 차도 한잔 마시고 여유롭게 사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내심 좋겠다 싶으면서도 고개를 꺄우뚱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나는 매일 수요일 늦은 아침 게스트하우스로 출근한다. 그날 가족 게스트하우스 당번은 나이기 때문이다. 출근하자마자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로비 창가 높은 의자에 앉아 글도 쓴다. 우리 게스트하우스 창 밖은 넓은 왕복 8차선 도로다. 바로 앞에 쏘카 주차장이 있고 옆으로 버스와 차들이 쉭쉭 거리며 쉴 새 없이 지나다닌다. 간식을 부르는 빨간 배경에 노란 M자 모양의 맥도널드 간판도 살짝 보인다. 주차장 손님이나, 끼니 때마다 길 건너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보는 게 소일거리다. 이전에 직장 다닐 때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평화로움이다. 직장 때 수요일은 월요일의 한바탕 분주함이 지나가긴 했지만, 진행업무 챙기랴 이것저것 여전히 신경 쓸 게 많았다. 아무리 일적으로 여유가 있어도 동료, 후배들과 한 공간 공기를 마신다는 것 자체가 항상 묘한 긴장감을 줬다. 그렇다고 여유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불경기, 생존을 위협하는 태풍의 눈 안에서 누리는 아슬함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몰락 소식이 연일 뉴스를 뒤덮고 있다. 경제 악화, 인건비 상승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영세한 음식숙박업계 타격이 심하다. 동종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우리 지역만 해도 반경 500m 내 70여 개의 숙박업소가 있다. 알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경기가 어려워도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이전에 동기모임에서 이 말을 했다가 한 직장인 친구와 싸울 뻔했다. 그 친구는 "뉴스 보면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다 거짓말이다. 실제는 살만하다"라고 했다. 직장만 다닐 때는 몰랐다. 하지만 직접 장사해보니 직장 밖 현실은 더 냉랭했다. 개업 시 자문을 구했던 이웃 게스트하우스와 그 사장은 언젠가 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 사장은 "최순실 사태 이후 지역 숙박업계 손님이 확 줄었다", 하지만 "아무리 안 돼도 밥은 먹고산다"라고 했다. 지금은 그 정도도 안 되는 것 같다. 더 어려워졌다. 같은 건물에서 근 10년 운영했다던 제빵 학원도 정부 지원이 끊겨 얼마 전 문을 닫았다. 인근 지역에서 장사가 잘되어 분점을 냈다던 1층 슈퍼도 몇 달 전 가게를 비웠다. 버티고 사는 것은 직장인뿐만이 아니다. 어쩌면 삶 자체가 버티기의 연속이다.


오늘도 나는 꿈을 꾼다. 세계 자유여행객이 몰려오는 곳, 돈으로, 경험으로, 꿈으로, 시간으로, 물품으로, 뭐든 가지고 있는 것으로 요금을 내고 마음껏 머물 수 있는 곳. 중단기 숙박, 문화카페, 교육장, 협업공간, 아르바이트 등 여행과 교류, 일 등이 복합된 글로벌 노마드 협업공간. 여러 나라 친구들을 한 곳에서 사귀고, 해외 물품과 서비스가 온디맨드로 연결되며, 세계에서 들어온 사람 정보와 경험이 축적되어 새로운 비즈니스와 직업, 가치 혁신이 일어나는 곳. 바로 세계 곳곳의 게스트하우스가 동일한 서비스로 연결된 국제 여행숙박자 네트워크가 그것이다. 전 세계 글로벌 노마드들이 협력해 세계 차원의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 민간 국제 네트워크의 중심에 우리 게스트하우스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꿈이 지탱하는 하루를 언제까지 살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며, 무너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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