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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Dec 14. 2019

AI 이기는 통번역가 미래 역량 5

분야별 글로벌 창직- 통번역편

최고의 언어 능력자, 통역가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보통 한 가지 언어를 마스터하고 능숙하게 구사하려면 5년, 10년은 걸린다. 전문적인 교육과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 언어능력은 빠른 시간 내 모방하기 어려운 만큼 독점적인 역량과 지위를 키울 수 있다. 고려와 조선 시대 통역관들이 맹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외국어와 처세 하나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외국에 가고 올 때 특산물을 파는 이중 무역으로 돈을 벌었다. 외교 문제를 풀어 높은 벼슬을 받고, 전쟁의 위험에서 나라를 구하기도 했다.


지금은 기존 공식, 판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 때문이다. 자동화 같은 미래 기술이 인간의 모든 영역을 넘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가 통번역이다. 글로벌화라는 메가 트렌드 속에서 국제적인 인적, 물적 교류가 늘어난다. 기술과 산업, 생활 모든 영역이 융합된다. 초연결 사회가 언어 장벽을 허물고 있다.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5차 산업혁명 시대, 가장 파급력 있는 미래 기술 중 하나가 100% 완벽한 통번역기다. 국내 과학기술을 이끄는 공학한림원 회원들의 40년 뒤 예측이다. 그만큼 AI 통번역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은 크다.


장밋빛 전망도 있다. 아무리 통번역기가 발달해도 인간의 전문성을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과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을 인턴에게 맡겼다가 오역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한 사례를 예로 든다. 언어의 맥락과 문화에 맞는 표현, 순발력을 기계가 따라올 수 없다고 한다. 이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대부분의 통번역에 그런 고도의 언어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또 과거 협정문 번역 시 했던 인턴의 역할을 결국 AI가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 번역의 효용은 이전에도 뛰어났다. 해외 통번역 대학원에서 유학할 때였다. 번역 숙제가 너무 많아 일일이 작업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그래서 가끔 자동 번역기를 돌렸다. 먼저 초벌 번역을 했다. 물론 그 후 이상한 단어와 문장을 골라내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고쳤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원어민 교수는 기계 번역을 다 잡아냈다. 거의 20년 전 일이다. 원어민은 몰라도 웬만한 학습자 실력 정도는 기계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사용하는 신경망 기계 번역(NMT) 기술은 그때보다 몇 단계 더 발전했다. 네이버나 구글 번역 결과에 의외로 놀랄 때가 많다. 외국어 지식 없이 해외 정보나 기본 업무 정도는 간단히 볼 수 있다.



AI 통번역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


"2020년 중반에는 음성인식기기, 통번역 및 음성 합성기술 등이 소멸하고 실시간 모바일 언어 통번역 기술이 거의 무료로 제공될 것이다. 또 2030년에는 이 기술의 세계 시장 보급률이 80%를 넘어설 것이다. 사회적 연결의 시대에 모든 사람과 정보를 나누고 공유하기 때문이다." '유엔미래보고서 2040'의 내용이다. 2020년이면 벌써 내년이다. 7년 전 예측인데 현실은 어떨까?


지난 2016년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바둑 9단을 꺾어(5전 4승 1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AI가 바둑, 게임, 업무 등 인간의 영역들을 차례로 넘어서고 있다. 번역 분야에서는 아직 인간이 우세하다. 2017년 국제통번역협회가 진행한 인공지능 번역 대결에서 인간이 압승했다. 하지만 빠른 번역, 다국어 확장, 비문학 지문 등에서는 기계 번역이 여전히 강점을 가진다. 네이버 측은 자사 신경망 번역(NMT) 정확도가 2024년 경에는 일반인 수준(80점)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했다. 2017년 수준은 65점으로, 과거 번역 기술 30점보다 훨씬 좋아졌다. 전문 번역가 수준은 100점 만점에 90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예일대 공동 연구도 마찬가지였다. 2024년 정도에 AI 번역 능력이 인간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2024년이면 불과 4년 앞이다. 통번역가들에게는 큰 기회이자 위기다. 향후 10년이 경력에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 기회는 급성장하고 있는 자동 통번역 시장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는 세계 자동 통번역 시장규모가 2013년 2억 5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19.1%씩 성장해 지난해 2018년 6억 1000만 달러(약 726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랜드뷰리서치는 전 세계 시장규모가 2022년에 약 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위기는 성장의 이면이다. 자동 통번역이 늘면 그만큼 인간의 할 일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계, 법률, 공학 등 일부 분야에서는 몇 년 내 기계가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의사소통에 한정하면 기계 번역이 전체 번역 서비스 수요의 80~90%는 만족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나머지 10~20%에서 역할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성장하는 기계 번역에서 파생하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 고부가가치, 고도의 언어능력, 특수성을 살린 전문 분야 등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통번역가의 5가지 미래 역량


1. 기획력 "자기 일감은 스스로 만든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통번역 거리를 찾아 발주자에게 역 오더를 내거나 수입을 얻는다. 해외 유망 출판물, 콘텐츠 등을 발굴해 국내에 소개하고, 반대로 해외 수출을 중개할 수 있다. 해당 분야 식견과 인맥이 쌓이면, 소규모 국제회의, 마이스(MICE) 등 인적 교류를 주선한다. 기획 단계부터 행사 준비, 진행까지 전반적인 과정에 관여한다. 정보나 사람 사이에서 나온 해결 문제나 협업 과제를 계속 팔로업한다. 이 과정에서 고정 일자리를 창출하고 활동 분야를 확장할 수 있다. 기획 통번역사, 국제 업무 중개인, 해외 프로젝트 관리자 등의 직업 개발이 가능하다.


2. 활용력 "거센 파도는 서핑의 최적기다"-  Al 통번역 기술 및 언어 빅데이터에서 역할을 찾는다. 기계 번역 감수자, 정보 편집자 등의 기본 역할에서 의미 추출, 활용 분야 발굴까지 기술을 적용하고 관리한다. 현지 관광통역 등 AI 수요 분야를 찾아 사용자 편의 등을 설계한다. 통번역 데이터가 늘어나는 성장 추세를 읽고 새로운 직업 기회를 찾는다. 번역 효율이 높거나, 미번역 분야를 찾아 AI 통번역을 촉진한다. AI 번역 감수자, 통역 기술 적용 및 사용자 편의 설계자, 통번역 데이터 활용가 등이 직업이 될 수 있다.


3. 영감성 "본질을 꿰고 마음을 고취한다"- 단순한 언어 통역을 넘어 만남과 일의 목적이 통하도록 돕는다. 그림자를 넘어 이문화 당사자 간 신뢰를 담보하는 표상으로서 중간자가 된다. 문화적 배경과 관습,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언어와 비언어적 의미의 본질을 전한다. 통역 상대 간 정신과 감성, 정보 등 전 인격적 지식과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순간적인 의사 결정과 높은 합의를 다루는 고부가가치의 모든 인간 통역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


4. 전문성 "언어능력에 솔루션을 더한다."- 통역하는 일은 빙산의 드러난 모서리에 불과하다. 해당 분야 배경 지식과 경험, 문제해결 능력 등을 가지고 컨설턴트적인 언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정 비즈니스, 의료, 법률 등 전문 통번역 분야에서 활동한다. 현장 통역뿐만 아니라 사전, 사후 자문 및 업무 가이드 역할을 수행한다.


5. 융합력 "인간의 말을 만물의 언어로 바꾼다."- AI가 통번역 시 사용하는 중간 언어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한다. 글이나 말을 동일한 의미의 미술 작품, 음악으로 바꾼다든지, 기계 언어로 바꿔 다양한 산업이나 실생활에 적용하는 식이다. AI 언어 번역가, 알고리즘 개발자 등이 될 수 있다.


통번역자들이 분연히 일어설 때다. 승부의 시간이다. 피땀 흘린 노력 다 버릴 것인가. 통번역 시장의 대변혁기, 미래 언어 능력자의 독보적 신세계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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