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입곱 번째 보내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친구 여러분. 수지입니다.
빠르게 지나간 2월, 잘 보내셨나요?
편지하는 오늘은 3월 1일입니다. 매월 1일 발행을 약속했는데 막상 당일에 편지를 쓰기 시작하니 급한 마음입니다. 보통 하나의 글을 완성, 발행 그리고 홍보하기까지 이틀간 몇 시간 씩을 떼어내곤 하거든요. 그런데 2월은 마지막 날까지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느라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이 정도 밑밥이라면 저의 2월이 대체로 어땠는지 예상하실 수 있으시겠죠? 예. 바쁘고 바쁘고 바빴습니다. 2월이 분주의 회오리를 담기에 너무 28일밖에 없었달까요?
1월의 편지 말미엔 바쁘지만 알찬 2월을 보내겠단 이야기를 썼습니다. 정말로 ‘바쁘지만 알찬' 2월을 보냈습니다.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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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조금 속앓이를 했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한 주가 지나면 대부분의 일요일엔 펑펑 울었습니다. 작년부터 저를 알게 된 분들이라면 '무슨 사연이 있나?' 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저는 잘 운답니다. 기뻐도 울고 슬퍼도 울어요. 그런데 이번 2월은 조금 슬픈 일이 있었나 봅니다.
펑펑 운 다음 날에는 전날의 이유를 글을 쓰며 찾았습니다. 어떤 사건이 펼쳐졌는지, 나는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살펴보았죠. (글을 쓰면 외면하고 싶은 부분을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뚫고 나가겠다는 의지치를 담아 반드시 이런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저를 살피는 시간엔 단순해질 수 있는 것들은 단순하게 생각해보려 하고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은 도움을 요청할 이들이 있을지 떠올려보아요. 그리고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는 거죠. 신기하게도 그럴 때마다 제 옆에는 항상 좋은 사람 누군가가 나타나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곤 하더군요. 그렇게 도란도란 두어 시간이 지나면 어느덧 복잡한 사건은 아주 쉬운 일이 되어버렸어요. 그 자체로 위로가 됩니다.
이 지점에서 다행인 것은 속앓이를 하는 기간이 그리 오래가진 않는다는 점입니다. 워낙에 복잡하고 생각 많은 휴먼인 덕에 단순해지는 것이 오랜 숙원이긴 한데요. 특이하게도 한참 푹 제대로 자고 일어나면 '오잉? 별거 아니네.' 하며 살아내던 일상을 살아낼 수 있더라고요. 참 감사한 일입니다.
2월은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달려왔던 회사의 진급 과정을 마친 동시에 정들었던 신도림을 떠나 광화문에 왔습니다. 돌아가는 상황 상 제가 천년만년 신도림에 있을 건 아니었기 때문에 있는 동안에도 종종 '난 어디서 누구와 일하게 될까?'를 기대하며 나름의 예상 후보지를 정해놓았는데 '광화문'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광화문이라니....! 면담을 하던 중에 본부장님께 "거짓말하시는 거 아니죠?" 하며 되물었을 정도로 너무 예상 밖의 일이었습니다. 광화문에서 일한다는 그 자체가 매우 설렜거든요. 그렇게 2월 중순부터는 광화문팀에 합류하게 되어 지점의 오픈을 함께하고 영차영차 달려가고 있습니다.
공간 운영을 했던 지난 회사에서도 지점을 '오픈'하는 일을 해보지 않은 것이 아쉬웠는데 이번에 제대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직급에서 해야 하는 '매출/운영/hr' 카테고리 중 무엇하나 쉽지 않아서 매일이 챌린지이거든요! 하하. 매일이 챌린지인 일상이 난이도는 있을지언정 꽤 재미있어서 즐겁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중간관리자는 이런 걸까? 지점 오픈이란 이런 걸까?'를 정말 많이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는 '정신없다' 하며 지나갔는데 '이게 정말 맞아?'가 되기도 하고 어느 순간엔 제가 시스템이 없는 상태를 매우 답답하게 여기는 사람이란 것을 또다시 깨달으면서 빠르게 정비하고 싶은데 여유가 없으니 '답답하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내가 역량 부족인가?'에 치닫기도 했죠. 나를 의심하는 순간부터는 답이 없으니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 노선을 바꾸었습니다. 지금 내가 겪은 일을 이미 걸어온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그 사람을 관찰하기로요.
운이 좋게도 사내에서 팀워크나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신 두 분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두 분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giver' 로서 업무에 임하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것이 2월의 발견이에요. '소문난 리더는 어떻게 일하는가?'_ 솔선수범하고 자리를 지킵니다. 그리고 팀원들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줍니다. 인정하고 해야 할 말을 합니다. 리더가 그렇게 일을 하면 팀원들이 저절로 배우게 되잖아요. 정말로 그 팀원들도 솔선수범하고 자리를 시키시더라고요. 그런 태도로 임하여 주셔서 가장 덕을 본 게 결국 저인지라 매 순간 큰 힘이 되고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엔 저도 그런 리더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겁니다. 2를 주면 언젠가 4가 되어 돌아온대요. 뭐 4가 되어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의 사회생활에 가슴에 남아있는 리더 몇을 떠올려보면 죄송스럽게도 4만큼 드리진 못한 것 같거든요.
좋은 동료나 친구, 언니나 누나의 역할과 '가슴에 남는 리더'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현재의 조직에서는 이제 막 발을 떼었고 가야 할 길이 더 많지만 가야 할 길이 많아서 다행이에요. 우여곡절을 당연히 겪고야 말 텐데 갈 길보다 온 길이 더 길다면 마음이 급해지기만 할 테니까요. 천천히 내공을 다져서 누군가의 가슴에 기억이 남는 리더가 되겠습니다. (아 물론,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 같이 놀고 싶은 동료도 되고 싶습니다.)
바쁜 와중에 재미있는 일들도 꾸준히 있었습니다. 광화문으로 출근을 한 이래로 많은 손님들이 찾아와 주었거든요. 아무래도 너도나도 건강에 관심이 많은 세대이기 때문에 운동은 필수불가결한 영역이라 그런지 체험을 하러 온다거나 실제로 등록을 한 친구들도 있고요. 오픈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리로 찾아온 동기와 이전의 동료들, 식사시간에 맞추어 놀러 온 친구도 있었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오겠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00 오는 날'을 캘린더에 박아두고 그날을 기다려요. '이거 소개해줘야지, 여기 데려가서 커피 마셔야지, 청계천 산책해야지.' 하면서요. (막상 오면 저는 업무 하느라 챙기지 못할 때가 많지만...) 그러니 찾아와 주세요. 운동하러 오시고요. 탕과 사우나도 완벽히 즐기다 가세요. (일일권을 구매하셔야 하지만ㅎ) 최고의 고객경험과 시간이 맞으면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겠습니다.
홍대나 테헤란로로 출퇴근할 때는 몰랐는데 광화문으로 출근을 한다는 건 엄청난 복지예요. 요즘에는 일주일에 한 번 '커피보상데이'를 지키지 않고 두, 세 번은 꼭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십니다. 일을 하기도 하고 출근 전 산책을 하면서 업무에 적정한 텐션을 끌어올리기도 하고 리프레시를 하기도 하고요. 다양한 명분으로 갑니다.
그중에 가장 여러 번 방문한 저의 최애 카페를 소개합니다. 이미 여러 군데에 지점이 있기는 하지만 청계천에 있는 '블루보틀', '펠트커피', '테라로사', '마호가니' 등 유명한 대형 로스터리 제치고 단연 압도적인 '알레그리아 광화문 케이스퀘어시티점'이 바로 저의 청계천 1번 카페예요.
이곳에서 저는 아메리카노, 카페 콘 엘라도 (아이스라테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메뉴), 핸드드립도 마셔보았는데 제일 좋았던 메뉴는 단연 따뜻한 핸드드립이에요. '엘 루비 핑크버번 워시드 콜롬비아'는 업무 효율이 올라가는 오전 시간에 찰떡궁합입니다. 청포도의 산미와 은은한 꿀 향이 느껴지거든요.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해가 드는 시간에 이 커피를 드셔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냥 이 카페가 좋아요)
3월에는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이 두 가지나 됩니다. 분주하던 일상에서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효율을 찾아내야 할 것 같아요. 상담을 다시 받기로 했고 운동도 다시 시작하게 되었거든요. (요가를 못 간지 한 달...)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이 곧 끝날 것 같으니 루틴을 잘 잡아가야죠.
가정에도 신경을 좀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제 일이 바쁘다고 식구들 각자가 어떻게 보내는지 통 모르며 살았거든요. (물론 신경은 적당히)
그리고... 여기에 쓰지 않으면 제가 정말 못할 것 같은 매직수지마수리에 6개월이 지나가기 전에 치앙마이 브이로그를 반드시 업데이트할 거예요!
1일이 되자마자 to-do 리스트가 이렇게 많아서 어쩌죠? 하하.
좋은 사람은 반드시 좋은 사람을 만난 대요. 좋은 사람인 걸 감출 수가 없다고요.
인생에서 제가 정말 감사하다고 여기는 것이 저에게 곁을 내어준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저도 좋은 사람이 되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춰지지 않고 싶어요.
(가끔 이런 글을 쓰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 없어, 노력하지 마.'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ㅎㅎ 다른 결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고요! )
얼마 전에 임용고시에 합격한 지인이 저에게 소식을 전하며 마지막 인사말로 "행복하세요!"를 보내주었는데 그게 인상 깊더라고요.
3월의 편지에서 뵙겠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2025.03.01 엄마의 환갑 생일파티를 기다리며.
수지 드림.
p.s 2월 내내 들었던 음악으로 넷플릭스 시리즈 '멜로무비'의 ost를 선물로 드립니다.
(이거 아직까지 안 보신 분 계시다면 꼭 보세요. 제목은 멜로무비인데 까보면 휴먼드라마임)
https://www.youtube.com/watch?v=Bg0q712tbF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