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

돌이킬 수 없는 일들

by 반향

'엎어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다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물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지만, 기억이나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에 조금 더 빛나고 반짝이는 깨진 '유리'라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한다.




세상 사람들 모두 깨진 유리 몇 조각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깨진 조각마저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 것이며, 또 누군가는 깨끗이 쓸어 담아 쓰레기통에 버렸을 것이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선택을 했든 간에 우리는 종종 미처 다 치우지 못한 유리 조각을 밟을 수 있다. 그냥 집에 있다 문득, 길을 걷다 우연히 깨진 조각들을 마주했을 때. 누군가는 덤덤히, 또 누군가는 고통스러워할 것이며 저마다의 반응은 그 조각의 크기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행히 내 유리 조각들은 그다지 크지 않은 모양이다. 세상 이곳저곳에 널려 있지만,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다. 때로는 여기저기 흩뿌려져 빛나는 모습이 별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컵이나 그릇을 오래 쓰다 보면 이가 나가기 마련이다. 희고 예쁘던 그릇들도 조금씩 빛바래 간다. 아쉽게도 추억은 유리와 같아서 영원하지는 않다. 예쁘고 소중히 간직하더라도 언젠가 깨질 수도, 변색될 수도, 이가 빠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 소중하지 않은가.




누구나 깨진 유리 조각을 밟을 수 있다. 그리고 깨진 유리는 붙일 수도, 붙인다 하더라도 위태로워 금방 다시 깨질 것이다. 깨진 것이 있다면, 깨끗이 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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