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지키기 위한 노력

누군가의 울타리

by 반향

우리가 누리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는 일상에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다. 최초로는 인류, 좀 더 근시안적인 관점에서는 영토와 나라를 지켜낸 선조,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 누군가의 노력과 결실을 통해 우리는 울타리 안에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에 아무리 안락할지라도, 그 울타리는 언젠가 약해지고 우리의 손길이 필요하며 유감스럽지만 심지어는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울타리를 고치고 언젠간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최근 한 물류창고에서 일주일간 일을 했다. 업체의 행사 기간이었기에 근무 강도는 꽤 높은 편이었다. 7일 간 총 근무시간을 계산해 보니 78시간이었다. 이직 준비를 하던 중 원하는 공고도 뜨지 않고, 몇 번의 아르바이트 면접에도 실패하고 나니 상황이 급박해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업무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다만 아주 반복적이고 신체적으로 힘들었을 뿐. 업무 시간 내내 서서 창고 안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찾고 옮기는 일들이었다. 때로는 물건에 붙어있는 보안 택을 떼는 일도, 박스를 뜯거나 포장하는 일도 했다.




이러한 반복적인 일들을 하루 종일 하다 보면 이골이 나기 마련이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기분에 잡생각에 자주 빠지곤 했다. 하지만 그 끝은 주로 부정적인 생각들이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이런 곳뿐인가, 나는 이런 단순 반복 작업이나 해야 하는 인물인가 하는.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것을 쉬이 보거나, 낮잡아 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일했던 그곳은 유난히도 별로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많았다. 단순히 자신이 나이가 많기에, 또는 본인이 일을 조금 더 먼저 시작해 아는 것이 많다는(일이 어렵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숙련되기 마련인데도) 이유로 남을 괄시하는 성향의 사람들.



나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또 낮아져 가는 내 자존감을 위해 7일을 버틴 후 나는 그곳을 떠났다. 비록 쉽지 않은 곳이지만 남들을 배려하며 본인의 울타리를 지켜나가던 몇몇의 모습은 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나는 매사에 부정적이며 쉽게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남들보다 느리며, 초조해하고 불안해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나도 변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나를 지켜준 울타리와 또 내 울타리, 그리고 그 안의 것들을 위해서.



그간의 내 울타리가 되어준 이들의 노력에 감사하고, 앞으로를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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