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우

단편소설

by 반향

으레 이러한 이야기가 그러하듯, 어느 여름날 밤이었을 것이다. 정확히 따지는 걸 좋아하던 네 스타일로 얘기하자면, 해가 슬 짧아지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는 즈음. 한강 근처의 벤치에 앉아 있던 어느 날 밤.



"나는 요즘 좀 무서운 생각이 들어."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던 너와 계속 얘기해 보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내던 나.

"별보다 밝은 저 야경들 좀 봐. 웬만한 산보다도 높은 건물에서 저 사람들도 우릴 구경하고 있겠지?"

"다들 바쁘지 않을까?"

"그런가, 여길 쳐다볼 틈도 없으려나.. 그것도 그 나름대로 슬프네."

"그래서 뭐가 무서운데?" 내가 물었다.




"그냥.. 도태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나도 모르는 새에 천천히,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왜 그렇게 생각해?"

"우리가 아등바등 발버둥 쳐도, 결국 저 높은 곳에 갈 수 있을까 싶은 회의론적 생각이 들어서 그렇지."

네가 손가락으로 야경의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장 우리가 오늘 먹은 저녁만 해도 우리가 3시간은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잖아." 네가 말을 이었다.

"그렇긴 하지." 나는 동조했다.

"부질없다는 생각 안 들어?" 네가 물어왔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어쩌겠어. 그렇다고 발버둥도 안치면 가라앉을걸."

"......"

"그래도 다행인 건, 이 부질없는 상황에 네가 같이 있단 거야. 그거면 만족해."

"그럼 내가 뭐가 돼..."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끝났고, 그 뒤로도 벤치에서 말없이 밤이 깊을 때까지 앉아있었다. 이제는 별이 된 너와 부질없는 삶에 남은 나는 그때 같은 생각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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