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이 성공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간절하면 을이 되는 세상이다. 누군가는 누군가의 간절함을 이용하고, 또 누군가는 타고난 무언가로. 그리고 또 누군가는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부를 쌓아 올린다. 정직하면 손해 보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나의 노력이 부질없고, 허망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주 빠진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더 이상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세상에 내 자리는 없는 듯한 기분에 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좋아한다. 반전적 요소가 들어있으며, 누군가의 강한 의지 또는 신념이 드러나는 문장이라 생각한다. 내겐 없지만 말이다.
여러모로 골치 아픈 세상이다.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간다. 면접 연락이 오지 않는 곳이 대다수, 드물게 면접을 간다 한들 자존감을 후려치는 무례한 질문들을 받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왕복 4시간의 거리, 붙는다 해도 출퇴근부터가 걱정되지만 이런 곳도 아쉬운 상황. 돌아오는 그 시간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고 피곤하다.
TV를 틀면 뉴스가 매시, 그것도 수많은 채널에서 나온다. 유튜브에는 아예 24시간 하는 채널도 있다. 같은 내용을 다른 사상으로 전파하는 그것들 속에 관심 있는 주제는 없다. 근처의 일만으로도 버거운 내겐 뉴스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힘겨운 세상이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뉴스 화면에서는 누구는 사기로, 스캠 코인으로, 도박으로, 마약으로 온갖 방법들로 부를 축척한 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의자에 앉아 컴퓨터의 전원을 켠다. 꺼진 모니터에 비치던 자기혐오는 모니터가 켜지며 사라진다. 원치 않는 것들을 원하며, 그래도 해야지, 뭐라도 해야지. 꿈을 꾼다. 지켜야 할, 보답해야 할, 그리고 포기하지 못할 일들을 그리며, 나는 계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