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것
'나의 사고나 제안이 상대의 머릿속에 정확히 입력되고 나서 그 내용이 분명하게 이해되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내가 기대하는 반응이 나올 때까지의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는지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패를 좌우한다.'
이것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분명한 목적을 갖게 된다. 이때 커뮤니케이션 주최자는 자신의 사고나 제안을 참석자에게 정확히 입력시키고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참석자로 하여금 피드백이나 다음 진행상황 결정 등의 반응을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다 보면(회의를 리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 어떻게 회의 참석자들이 함께 커뮤니케이션 목적에 공감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이들의 반응을 이끌어서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야 할지 어려울 때가 있다. <로지컬 씽킹>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한다.
책은 크게 3 부로 구성되어, '1부'는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할 때 반드시 확인할 핵심사항을 설명하고 '2부'는 수집한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논리를 만들 수 있도록, 사고를 정리하는 기술로 MECE와 So What?/Why So?를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3부'는 앞에서 정리한 정보와 자료를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기술을 다룬다. 논리의 구조를 정의하고, 비즈니스를 실천하는 논리 유형인 병렬형과 해설형을 소개한다.
브런치에는 세 차례에 걸쳐 1부, 2부, 3부 별로 책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글 '1부, 글을 쓰거나 이야기하기 전에 알아야 할 기술'에 대한 내용이다.
'나의 사고나 제안이 상대의 머릿속에 정확히 입력되고 나서 그 내용이 분명하게 이해되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내가 기대하는 반응이 나올 때까지의 시간을 얼마나 단축하는지가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패를 좌우한다.'
서두에 언급한 저자의 말을 빌려, 커뮤니케이션의 의미를 살펴보면, 커뮤니케이션은 가장 먼저 나의 의견을 상대에게 이해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여기에서 자신의 의견을 상대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전달할 메시지가 과연 상대가 전달받고 싶어 하는 메시지인가 하는 점이다. 자신이 전달할 내용 위주로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 상대가 전달받고 싶어 하는 메시지란 무엇일까? 저자는 다음 세 가지 관점으로 '과제', '상대에게 기대하는 반응', '답변'을 제시한다.
'내가 지금 상대에게 답변할 과제는 무엇인가?' 스스로 묻고 답해라. 문서를 작성하기 전이나 다른 사람에게 설명을 하기 전에 ‘오늘의 과제는 뭐였지? 지금부터 00 과제에 대해서 설명해야지’라고 한번 더 확인하라. 아무리 당신이 “이것이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해도 상대가 ‘지금 검토해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지 않으면 논의조차 할 수 없다.
1) 커뮤니케이션의 과제(목적)는 무엇인가?
여기에서 '과제'는 다른 말로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을 의미한다. 회의에서 다루는 핵심 안건이나 회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목적은 무엇이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답변을 한 문장으로 작성해 보자.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것만큼 문장으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커뮤니케이션의 목적과 답변을 날카롭게 다듬어서 정리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자칫 다른 화두로 전환되어 '그래서 지금 이 회의의 결론이 무엇이지?'라며 길을 잃은 듯한 상황을 겪게 될 수 있는데, 이때 뚜렷한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이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성을 잡아줘 목적과 동떨어진 논의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이다.
2) 그런데, 위의 과제(목적)가 커뮤니케이션 상대에게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라면 어떨까?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목적에 공감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말이다. 이때는 우선 이 논의가 왜 필요한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인식시켜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에 따라 제안하는 아이디어가 있을 것인데, 목적과 아이디어의 필연성을 알리기 위해서는 상대로 하여금 지금 어떤 과제에 직면해 있는지가 우선 공감되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디어를 들을 때, 과제에 기반해 생각하게 되어 이해를 도울 수 있고, 자신만의 관점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각자가 다양한 관점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을 한 다음에 상대에게 어떤 반응을 얻고 싶은지, 즉 상대에게 기대하는 반응이 뚜렷하게 드러나야 한다. 비즈니스에서 상대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목적인 경우는 아주 드물다. ‘전달’하는 것은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아니다. 의사 전달의 최종 목적은 상대를 이해시키거나, 상대의 니즈와 의견을 이끌어내거나, 상대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게 하는 등 상대에게서 반응을 얻는 것이다.
예로, 앱 서비스의 특정 화면(혹은 플로우)에서 고객 경험에 편의성을 개선하려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라고 해보자. 이때 회의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 목적: A라는 화면에서 고객이 '쉽고 편하다'는 경험을 설계해야 합니다.
회의의 목적과 답변이 준비되었다면, 다음으로 회의를 통해 의견(혹은 피드백, 지시 등)을 이끌 수 있도록 구상해야 한다. 위의 예시에서 상대에서 기대하는 반응은 무엇인가? 회의 구성원은 서버 개발자, 클라이언트 개발자, 프로덕트 디자이너이다.
상대에게 기대하는 반응은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 상대가 이해한다. : 전달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시킨다.
• 상대가 판단, 조언, 감상 등 피드백을 한다. 상대가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뭔가 빠진 사항은 없는지 등 상대의 판단, 조언, 감상을 듣는다.
• 상대가 행동을 취한다.: 상대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게 한다.
나의 경우를 빌리자면, 2번째 반응을 기대한다. 나는 현재 사일로 팀 조직에서 개발자, 디자이너와 함께 솔루션 도출부터 함께 논의하고 있는데, 내가 준비한 아이디어는 논의의 물고를 터주는 것으로 활용하여 더욱 개발에 효율적인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수정하거나, 제안받는 반응을 기대한다.
- 기대하는 반응: E라는 아이디어에서 ~부분은 새로 로직을 작업하는데 시간소요가 길기 때문에, 기존의 ㅁㅁ화면에 설계된 것을 우선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 팀이 목적으로 하는 '쉽고 편하다'는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면서, 개발 시간이 길게 소요되지 않아 빠르게 검증 가능할 것 같거든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면 여러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다. 지금 알고 있는 사실을 두고 ‘왜 그렇게 되었는가?’하는 질문을 여러 번 반복해 비로소 구체적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을 알아야 구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하고 자문자답을 해서 확인할 수 있다.
답변의 세 가지 요소
1) 결론: 과제에 대한 충분한 답변이 되어야 한다.
답변의 구성 내용이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는가?
• 그것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 그리고 작성자의 의견이 정확히 머릿속에 들어오는가?
2) 근거: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데, 하나는 객관적 사실로서의 근거이고, 다른 하나는 판단 또는 가설로서의 근거다. 사실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을 가리키는지 제시해야 하며, 전달자의 판단이라면 왜 어떤 점에 착안해서 생각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전제 조건이나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전제 조건이나 판단 기준’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달자뿐이다. 어떻게 평가해서 그 결론에 이르렀는지, 어떤 기준에서 결정할 것인지 등 계획에 있어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전달받는 상대는 판단의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다.
3) 방법: 결론이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 그 행동을 취하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누구나 하는 이야기, 교과서에나 쓰여있을 법한 내용이 아닌, '우리'에게 적용했을 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전달해야 의미가 있다. 자신이 생각한 방법이 ‘당사뿐만 아니라 타사에도 통용될까?’, ‘10년 전에도, 10년 후에도 통용될까?’ 질문했을 때, 만약 ‘그렇다’는 답을 하게 되면 제대로 된 방법이 아닐 수 있다.
- 답변: 이를 위해 세 가지 아이디어 C, D, E가 있어요. C는 ~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고, D는 ~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에요. 서비스 배포 히스토리와 데이터를 참고했을 때, 저희 고객이 A 화면에서 주로 보이는 행동은 ㅇㅇ이었고, 이때 ㅇㅇ를 서비스 문제로 보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예요.
위의 내용은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할 때 다음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요약되는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정립하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이끌고 싶은지 '기대하는 반응'을 설정하여 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답변'을 준비하는 것.
사일로 팀 조직에서 Product Manager으로 회의를 리딩하며 느끼는 것 중 하나는, 회의 주최자인 PM이 아이디어를 일방향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팀 구성원이 공통된 목표(고객 경험, 서비스 가치 등)를 가지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회의 구성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함께 솔루션을 만드는 회의가 되려면, 'PM이 그런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질문을 준비하고, 팀원에게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하고 있던 중에 <로지컬 씽킹>을 읽게 되었는데, 내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 1부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PM에 반 걸음 더 가까워지길 바라며, 다음 2부 글로 찾아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