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카 3rd - Fujica 350 Flash
을지로 망우삼림에 벨에어 6 ×12를 맡겨두고 나오던 순간, 마음 한편이 비워진 듯했다.
가장 큰 판형을 수리대에 올려두고 돌아서는 길. 거대한 파노라마를 잠시 잃어버린 대신, 주머니 속 작은 금속의 감촉이 또렷해졌다. 로모그래피 타이거 CN200을 머금은 Fujica 350 Flash.
가장 큰 것과 가장 작은 것을 동시에 들고 다니는 여행은 묘하다.
6 ×12는 공간을 압도한다. 한 장에 풍경의 숨결을 길게 펼쳐놓는다.
그러나 110 판형은 반대로, 시간을 잘게 쪼갠다.
그날, 나에게 주어진 것은 거대한 장면이 아니라 단 한 시간의 여유였다.
Fujica 350 Flash는 요란하지 않다.
Fujinon 28mm f/3.5 단렌즈.
셀레늄 노출계 기반의 자동 노출.
기계식 셔터 구조.
플래시 동조 내장.
배터리를 요구하지 않는 셀레늄 노출계는 빛이 닿는 순간 전기를 만들어낸다.
시간이 흐르면 약해지지만, 살아 있는 개체는 여전히 성실하다.
이 카메라는 사용자를 시험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빛은 충분한가?”
하프프레임 구조는 기본이 세로다.
카메라를 가로로 들면 화면은 세로로 기록된다.
인물에 최적화된 구조지만, 나는 오히려 거리의 단면을 세로로 쌓는 방식을 좋아한다.
플래시 모델은 늘 켜둔다.
흐린 날, 그림자 깊은 골목, 노포의 실내.
플래시의 미묘한 보조광은 흔들림을 줄이고 색을 또렷하게 세운다.
결과물은 의외로 안정적이다.
오래된 기술은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은 오히려 결단을 빠르게 만든다.
망우삼림을 나서자 익숙한 계단이 보였다.
아래로 내려가는 사선의 벽, 열려 있는 유리문, 그리고 분주히 지나가는 누군가의 발.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발끝의 방향, 보폭의 속도, 멈춤 없는 리듬이 하루를 말해준다.
나는 잠시 기다렸다.
셔터를 반쯤 누르며 빛을 확인한다.
셀레늄이 빛을 읽고, 기계가 준비를 마친다.
찰칵.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
Fujica 350 Flash의 셔터음은 존재를 주장하지 않는다.
이 카메라는 스트리트에 어울린다.
누구도 나를 의식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과 같은 속도로 걷는다.
밖으로 나서자 어딘가에서 구수하고 달콤한 간장 냄새가 흘러왔다.
오래된 어묵집. 이미 순대국밥과 소주 한 잔을 걸친 상태였지만, 후각은 또 다른 욕망을 부른다.
빨간 플라스틱 의자가 문 앞에 놓여 있다.
바랜 간판, 오래된 냉장고, 비닐에 붙은 손때.
로모 타이거 CN200의 색감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따뜻하다.
약간의 빈티지 톤, 낮은 대비, 부드러운 입자.
플래시를 켠 채로 한 컷을 눌렀다.
빨간 의자가 묘하게 또렷하게 떠오른다.
필름은 솔직하다.
빛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빛이 닿으면 닿는 대로 기록한다.
현상 후 결과를 보았을 때, 실내의 어둠과 외부의 밝음이 생각보다 잘 공존하고 있었다.
셀레늄 노출계가 아직 숨 쉬고 있다는 안도감.
골목을 돌자 어르신들이 물살처럼 골뱅이집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가게 앞에는 큼직한 통닭 사진이 붙어 있다.
설명도 없다. 디자인도 없다.
그저 “이것이 우리가 파는 것”이라는 선언.
디자인을 업으로 삼아 30년 가까이 살아왔지만,
이토록 직관적인 광고를 나는 떠올린 적이 있었던가.
110미리 프레임의 작은 화면 안에 통닭 사진을 담는다.
플래시가 유리 표면을 스치고, 간판의 색이 또렷해진다.
미학보다 생존. 장식보다 명확함.
현장의 선배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나는 다시 한번 셔터를 누른다.
이 카메라는 생각을 길게 하지 않게 만든다.
구조가 단순하니 판단도 단순해진다.
빛과 거리, 그리고 타이밍.
흐린 하늘 사이로 햇살이 조금씩 스며든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해시계처럼 시간을 말한다.
세 시.
노란 지게차가 골목 한가운데 서 있다.
밤이면 로봇으로 변할 것 같은 상상.
Fujinon 20mm의 화각은 하프프레임 기준으로 거의 표준에 가깝다.
왜곡이 심하지 않고, 과장되지 않는다.
나는 한 걸음 다가가 존포커스의 범위 안에서 셔터를 누른다.
플래시가 노란색을 한 번 더 밀어 올린다.
그늘에서도 색은 또렷하다.
작은 렌즈는 성실하다.
작은 프레임은 집중을 요구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행복은 판형 순이라고.
큰 필름은 더 많은 정보를 담는다.
더 많은 디테일, 더 많은 계조.
그러나 오늘의 행복은 다른 방향에 있었다.
가장 큰 판형을 맡겨두고, 가장 작은 판형으로 걷는 시간.
주머니 속 작은 금속 덩어리 하나가 도시의 오후를 받아 적는다.
110미리 프레임은 욕심을 줄인다.
한 장이 작으니, 장면을 장악하려는 마음이 줄어든다.
대신 반복이 생긴다.
계단, 간판, 의자, 그림자, 지게차.
작은 프레임들이 이어지며 한 편의 산책이 된다.
Fujica 350 Flash는 기술적으로 화려하지 않다.
조리개 우선의 자동 노출도 아니고, 완전 수동도 아니다.
셀레늄 노출계가 빛을 읽고, 기계가 적당한 선택을 한다.
나는 그 선택을 믿는다.
사진은 언제나 기계와 사람의 협업이다.
오늘의 나는 거대한 풍경을 욕심내지 않았다.
그저 걷고, 멈추고, 눌렀다.
한 시간이 끝날 즈음, 필름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이미 충분했다.
작은 카메라, 큰 기쁨.
예전 자동차 광고의 카피처럼 단순한 문장.
그러나 그 문장은 진실에 가깝다.
망우삼림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생각했다.
카메라는 결국 나의 리듬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을.
6 ×12는 장엄한 호흡.
350 Flash는 조용한 맥박.
오늘의 맥박은 작고 단정했다.
세로로 선 프레임처럼.
과장되지 않은 빛처럼.
한 시간의 산책처럼.
벨에어가 돌아오면 다시 넓은 풍경을 펼치겠지만,
이 작은 카메라는 또 다른 오후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된다.
크기가 아니라 태도가 사진을 만든다는 것을.
판형이 아니라 마음의 밀도가 기록을 완성한다는 것을.
을지로에서 충무로까지,
한 시간의 여유.
Fujica 350 Flash와 함께한 작은 프레임의 오후는
생각보다 깊고,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