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더 이상 도착하지 않는 역이 있다.
한때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머물렀던 곳이지만, 지금은 바람과 빛만이 천천히 플랫폼을 지나간다.
종착역이라는 말은 늘 어떤 끝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가만히 서서 이 공간을 바라보고 있으면, 끝이라는 단어가 조금 다르게 들린다.
열차는 멈췄지만 길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나는 세상을 관통하는 지혜 같은 것은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는 늘 느껴왔다.
끝이라 불리는 순간들은 대부분 새로운 시작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는 것.
그래서 종착역이라는 말은 어쩌면 틀린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곳은 끝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가 출발하기 직전의 플랫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