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현실이 되길
이번 봄도 나는 새로운 시작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작은 내게 독촉이 되어버렸다. 매년 봄마다 나는 새로운 시작을 하곤 했는데, 올봄의 시작은 독촉과 압박으로 점철되었다.
나는 1인샵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3월 들어서 예약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전쟁 때문에 경기가 안 좋아져서? 기름값이 올라서? 대체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유를 찾는다 한들 예약이 들어오는 것도 아닐 것 같다.
봄맞이 할인 이벤트를 당근에도 올리고, 네이버에도 올리고, 단골들에게도 문자 홍보를 했음에도 이렇다 할 유입은 거의 전무한 상황. 그래서 올봄에 새로운 시작을 독촉당했다. 투잡을 구하라는 무언의 독촉이다.
나는 주 3일 피부관리 할 수 있는 곳을 구직 사이트에서 눈 빠지게 검색하고 있다. 샵 운영비와 기타 등등의 비용을 충당하려면 이 새로운 시작이란 것을 해야만 한다. 딱히 기분이 불쾌하거나 우울한 것은 아니다. 이 세상은 원래 뜻대로 되는 게 없는 곳이니까.
사실 이 새로운 시작이란 것도 신의 손에 달려 있다. 나는 나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공고에 올라온 멘트들 중 느낌상 유난히 큰 글자로 보였던 멘트는 “대부분 20, 30대들로 구성된 활기찬 분위기”였다. 순간 나는 내가 활기 없고 능글맞은 여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직 열정만은 20대 못지않다고 믿고 싶지만, 십수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닮은 구석이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시작이란 단어에도 두근거림이 1도 없는 상태이다. 단지 샵 운영이 중단되는 것을 최대한 막을 궁여지책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최선의 것을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거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효력을 발휘해 줄 것을 조금은 기대하고 있다. 혹시 이번의 위기가 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이 또한 설레지 않는) 기대를.
내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작에 독촉당했다지만 멈추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믿고 있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만 있다면 나의 걸음은 연골이 닳지 않는 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여유 같은 건 우선 미뤄 두고, 지금은 앞으로 전진하며 인생의 노를 저어야 한다.
몇 군데 이력서를 넣은 곳들이 있지만, 아직 연락은 안 왔다. 위축되냐고? 자존감 떨어지냐고? 글쎄. 그보다도 나이 때문에 인재를 못 알아보는 바보들이 부디 많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인생의 노를 힘차게 저어 보자.